인플레이션 불똥이 독일에도 옮겨붙고 있다.

독일의 9월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10% 이상 폭등하며 1951년 이후 7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주요국이 잇달아 인플레이션 수렁에 빠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10월 27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앞서 ECB는 9월 8일 2002년 유로화 도입 이후 처음으로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독일 연방통계청은 9월 소비자물가지수(HICP)가 전년 동기 대비 10.9%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월 8.8%에서 2%포인트 이상 올랐으며, 시장 예상치(10%)도 뛰어넘는 수치다.

독일의 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1951년 이후 처음이다.

부문별로 보면 에너지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43.9% 증가해 물가 상승세를 견인했으며, 식품(18.7%) 부문에서도 물가 상승 추세가 확인됐다.


러시아와의 갈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큰 폭 치솟자 독일 정부는 이날 가계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총 2000억유로(약 280조원)의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파괴 이후 명백해진 것은 곧 러시아에서 더는 가스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점"이라며 "가스 가격을 내리기 위해 정부는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원 패키지의 핵심은 '천연가스 가격 상한제'다.

가스 가격 상한을 설정해 가계에 숨통을 틔워주고, 시장 가격보다 싸게 가스를 판매해야 하는 에너지 기업들에는 비용을 보전해준다는 구상이다.

FT에 따르면 가스 가격 상한제의 세부 사항은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10월 중순에 발표될 예정이다.

아울러 독일 정부는 2024년 봄까지 가스에 대한 부가가치세율도 19%에서 7%로 인하하기로 했다.

또 10월 1일부터 가스 사용 고객을 대상으로 부과할 예정이었던 가스부담금은 폐지하기로 했다.


주요 재원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조성된 경제안정펀드(ESF)다.

또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이익을 구가했던 화석연료 회사에서 '횡재세(초과이윤세)'를 걷는다.


한편 30일 독일을 포함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9월 소비자물가도 전년 대비 10% 상승해 1997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첫 두 자리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네덜란드 은행 ING의 카르스텐 브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FT에 "ECB가 10월 회의에서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지 못할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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