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전세대란' 없다는데…스멀스멀 대두되는 '월세대란' 불안감

서울 아파트 임대차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외벽에 월세 안내판이 붙어있다.

[사진 = 김호영 기자]

이번달로 임대차법을 시행한지 2년이 되면서 다음달부터 전세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조금씩 떨어지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부동산전문가들 사이에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빨라지고 있어 임대차시장을 둘러싼 불안과 긴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세대란이 아닌 월세대란이 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13일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5월 전국의 전월세 거래는 총 40만4036건으로, 이 가운데 월세가 59.5%(24만321건)를 차지해 전세 거래량(16만3715건·40.5%)보다 많았다.

월세 비율은 4월 50.4%(25만8318건 중 13만295건)로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전세 비율을 넘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이 비율이 9.1% 포인트 더 뛰었다.


전세 대신 월세를 찾는 세입자가 늘면서 월셋값 상승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지난 5월 전국의 월세 가격 상승폭은 0.16% 상승했다.

2019년 12월 이후 30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7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크게 올라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서울의 전셋값은 23.8% 상승했다.


8월이 성큼 다가오고 있지만 우려와 달리 전세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6월 마지막주 기준 서울·수도권 전세수급지수는 94.9로 지난주 95.1보다 하락했다.

전국 전세수급지수도 92.6으로 전주 93.0보다 낮아졌다.

전세수급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보다 전세를 내놓는 공급이 더 많다는 뜻이다.


공급보다 수요가 적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전세 매물도 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 5일 기준 2만8756건으로 10일 전(2만7965건, 아실 자료)에 비해 2.8% 증가했다.

한 달 전(2만6582건)과 비교하면 8.1% 늘었다.


매물이 늘면서 전셋값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6월 마지막주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주 연속 하락했다.


최근의 이 같은 지표가 8월 전세대란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이고 있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금리가 오르고 있고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계속 발표되고 있기 때문에 전셋값이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계약갱신청구권이 임대차 2법 도입 이후 분산 사용된 점 등을 이유로 전세대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하지만 전세시장이 눌린 가운데 월세시장이 튀어 오르는 현상도 감지되고 있어 서민 주거 불안은 여전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되며 싼 전셋집을 찾아 서울을 떠나는 '전세난민'이 늘고 있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작년 하반기부터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자 전세대출 이자보다 월세가 싸다고 느낀 수요자들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준전세 내지 월세 계약을 맺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6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0만1853건이다.

이 중 준전세 등을 포함한 전체 월세 거래는 4만394건으로 39.7%에 이른다.

지난 달 월세 거래 비율은 40.1%로 집계됐다.

서울 임대차 거래 10건 가운데 4건이 월세인 셈이다.


8월 전에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한꺼번에 올리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전세의 월세화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아울러 경기와 인천 지역에서 서울의 전월세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도 지적된다.

서울의 높은 전월셋값을 감당하기 힘든 세입자들이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 외곽이나 경기·인천 지역으로 밀려나는 '도미노 이주'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리인상에 따른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비싼 역전현상도 월세화 가속화를 가중시키는 원인 중 하나고 지목된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연 환산이율이다.

지난 6월 KB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전환율은 3.19%, 수도권 아파트의 전·월세 전환율은 3.80%로 나타났다.

지난 6월 27일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최근 전세대출 금리는 연 3.99%에서 5.01%까지 올라 전·월세 전환율을 앞질렀다.

이는 은행에 갚아야 하는 전세대출 이자가 집주인에게 내는 월세보다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한은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에 전세대출 금리가 최대 연 6%를 넘어섰다.

최근 미 연준의 금리인상 '자이언트 스텝'에 따른 국내 기준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 올해 연말 금리는 8%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2022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하반기에 갱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전세가 상승분에 대한 부담이 커 월세, 반전세를 택하는 세입자가 많을 것"이라며 "시세가 이중으로 형성된 지역은 앞으로 전세가가 상승할 테니 그때 가서 전세보증금을 올리기보다 미리 월세로 빠르게 전환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가속화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만큼 이에 맞는 현실적인 금융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수도권은 전셋값이 2억~3억원 상승했기 때문에 현실적인 수준에서 전세대출 한도를 높여줘야 한다"며 "월세 전환 추세가 저소득층에게 더 타격이 됨을 감안할 때, 월세 보조나 월세액 공제를 확대하는 등 저소득층의 월세 부담 경감을 위한 구체적 방안들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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