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주택밀집지 전경 [사진 = 강영국 기자]
정부가 지난 21일 민간 공급자의 개발이익 방지를 위한 대표적인 규제인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 심사제도 완화에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의 대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분양가격가 최대 4% 오를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 산정 방식이 합리화하면서 주택공급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른바 '로또 분양' 문제가 개선되고, 각종 심사와 평가 기준이 투명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안에 따라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해 수분양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대출규제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분상제와 고분양가심사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분양가 가산비 항목에 세입자 주거이전비, 영업 손실보상비, 명도 소송비, 기존 거주자 이주를 위한 금융비(이자), 총회 운영비를 반영토록 할 방침이다.

또 기본형 건축비에 급등한 원자재 가격을 적기에 반영할 수 있도록 비정기 조정 제도도 손질한다.


이에 대해 주택공급사들은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대내외 경제여건에 따른 물가상승 현실화와 공급망 차질, 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사업성 저하 문제가 다소 개선될 것으로 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관련법 개정과 시행 전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가 이루어지지 않은 모든 사업장에 대해 이번 개선책을 적용키로 하면서, 규제 완화를 기다리며 분양을 미루는 공급 공백을 최소화한 점도 바람직하다"면서 "정비사업 특수성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가산비 형태로 분양가에 반영해주는 방안이 담기며 서울 등 정비사업이 주택 주공급원 역할을 하는 도심 지역들은 분양 일정이 지연되는 문제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1977년 처음 도입된 분상제는 주택법에 따라 일반인에게 분양되는 공동주택을 분양가격 이하로 공급하도록 규제하는 제도다.

분양가격은 '택지비+건축비+건축비 가산비'로 구성되는데 택지비의 경우 공공택지는 공공택지 공급가격, 민간택지는 감정평가액으로 결정된다.

택지비 평가는 크게 공시지가기준법과 조성원가법으로 이뤄진다.

공시지가기준법은 인근 표준지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시점수정, 지역·개별요인 비교를 거치면서 시세에 상당부분 근접하게 책정된다.


하지만 조성원가방식(소지상태의 가격+조성비+적정이윤)이 개입되면서 택지비 가격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된다.

소지가격이 주변 시세의 3배 이상 저렴하다.

결국 택지비는 시세 대비 상당하게 저렴하게 책정되면서 분상제 지역 분양가격은 시세의 60~80% 수준에 형성된다.


분양자만 시세차익을 독점하게 되면서 '로또청약' 등의 문제로 이어졌다.

반면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사의 입장에서는 분상제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됐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았지만, 분상제로 인해 분양가격으로 전가하지 못했다.


결국 건설사는 분양을 최대한 늦추고 원가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주택공급이 위축됐고 부동산 시장의 악순환이 발생했다.

실제로 올해 원자재 가격급등으로 4월까지 착공실적이 11만9000가구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17만4000가구) 대비 32%가량 줄어든 물량이다.


"분양가 상승으로 수분양자 부담은 더 커질 것"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으로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해 수분양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 적정성을 고민하는 수요자도 늘고 있는데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에 따라 재고 주택 매물이 증가했고, 정비사업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구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 꾸준하다.


'분양가 제도운영 합리화 방안'에는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필수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하고, 자잿값 상승분을 건축비에 반영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번 조치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장 분양가는 현재보다 1.5~4%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7~8월 중 공동주택 분양가 규칙을 개정할 예정이다.

해당 규칙 시행 전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가 이뤄지지 않은 사업장은 새 제도를 적용 받게 된다.

아직 일반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한 둔촌주공, 이문3구역 등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 다수가 적용 대상이다.


문제는 중도금 대출 기준선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개편을 통해 분양 가격이 오를 수 있는 활로를 터놨지만, 중도금 대출 기준인 9억원은 일단 손대지 않기로 했다.

현재 분양가격 9억원 초과 주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받지 못한다.


지난 21일 기준 올해 서울 아파트의 3.3㎡(평)당 평균 분양가는 3301만원(직방 자료)이다.

전용 60㎡ 초과 85㎡ 이하의 평균 분양가는 10억4554만원, 전용 85㎡ 초과 아파트는 17억5078만원이다.

사실상 중형 평형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 중도금 대출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중소형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9개 아파트 단지 중 전용면적 59㎡(25평형) 최고가 기준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단지는 3개다.

공급가가 9억원 미만인 단지도 발코니확장비 등 다른 유상 옵션을 선택할 경우 중도금 대출 규제의 기준선에 서게 된다.


고분양가 심사제도도 개편된다.

고분양가 관리제도는 분양가 상승 우려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에서 분양보증 발급시 분양가를 심사하는 제도다.

심사기준은 대상사업장과 유사한 비교사업장의 분양가격과 인근 시세를 고려한다.


HUG는 해당 제도를 통해 분양가를 적절히 통제하면서 무주택 실수요자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신규분양 주택의 가격 예측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HUG가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민간사업자의 주택공급 유인을 저해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정부는 정상수준을 초과해 자재비가 급등한 경우 자재비 일부를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자재비 가산제도를 도입한다.

또 인근시세 산정을 위한 사업장 선정시 준공기준을 당초 20년에서 10년 이내로 변경한다.


HUG고분양가 심사제가 개선되면 분양가가 0.5~1% 상승할 것으로 추산됐다.

건설업계는 환영의 입장을 표시한 반면, 이로 인해 청약을 기다리던 수요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무주택 직장인 A씨는 "전 정부 동안 이어진 집값 급등과 대출 규제로 출퇴근이 가능한 입지 좋은 아파트를 구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그나마 청약에 희망을 가졌는데, 분양가가 높은 상황에서 중도금 대출까지 불가능하면 청약도 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아파트 분양권자 대부분이 결국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자인 점을 고려하면 구축 아파트 대출 규제를 풀어준 것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앞서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금지 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청약자 상당수가 무주택 실수요자들이고 이들이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주요 창구가 청약인데, 기존 주택에 대한 15억원 초과 대출금지 규제는 풀어주고 중도금 대출 기준은 완화하지 않는 것은 주된 주택 마련 수단을 없애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이미 분양시장에 나오는 서울 아파트 상당수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면서 "이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실수요자들의 요구가 점점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함 랩장은 이어 "다만,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 아파트는 대부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 부담도 상당하기 때문에 적정한 중도금 대출 기준선을 찾아가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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