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이상 낮춰도 문의전화 한통 없다"…금융시장 충격에 수도권 주택시장 개점휴업

서울 마포구의 부동산 밀집 상가 [한주형 기자]
최근 수도권 주택 가격 하락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시행 이후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금리 인상에 대출 규제, 물가 상승 등 자금 부담에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02% 하락했다.

하락폭도 지난주(-0.01%)보다 커졌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성북구, 강남권인 송파·강동구, 강북 인기 지역인 마포·성동·서대문구 등 대부분 지역이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강남3구 중 서초(0.57%)와 강남(0.32%)와 대통령실 이전 호재가 있는 용산구0.39%), 도시정비 기대심리가 큰 동작구(0.04%), 양천구(0.01%)는 서울 25개구 중 올해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이 작년보다 올랐다.


미국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서울 주요지역의 부동산 중개시장은 거래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마포구 공덕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전화 한 통 없는 거래 절벽에 개점휴업상태인데 미국 등 글로벌 국가들의 금리 인상과 금융시장 불안 소식에 그동안 싼 매물을 기다리던 매수 대기자들마저 주택매입을 포기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는 1∼4단지 3885가구 가운데 올해 매매 실거래가 건수(신고 공개 건수 기준)가 단 2건에 불과하다.


시세보다 몇 억원씩 낮춘 매물도 외면받고 있다.

송파구 잠실에 있는 엘스·리센츠 전용 84㎡는 일반 매물(25억원)보다 최고 2억원 이상 낮춘 22억∼23억원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말이다.

앞서 그나마 팔린 것들도 최고가 대비 2억∼3억원 이상 가격을 낮춘 매물이다.

리센츠 전용 84.99㎡는 지난달 22억5000만원에 팔려 지난해 11월 최고가인 26억원보다 3억5000만원 낮은 금액에 신고됐다.

레이크팰리스 전용 84.82㎡도 지난달 22억3000만원에 거래돼 이전 최고가인 작년 11월 24억8000만원보다 2억5000만원 하락했다.


잠실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이번에 토지거래허가제가 다시 1년 연장되면서 초소형 주택까지 허가 대상에 포함돼 거래가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의 대표 중저가 주택 밀집지인 노도강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선 직후에는 1000만∼2000만원 낮추면 거래가 됐는데 지금은 5000만∼6000만원 낮게 내놔도 관심조차 없어한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에도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18일 기준 6만4450건(아실 자료)으로 양도세 중과배제 시행 전(5월 9일)보다 16.1%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 4월 1750건에 이어 5월에도 1594건에 그치면서 지난해(4월 3655건, 5월 4901건)의 절반 이하로 급감한 가운데 이달에도 반토막 거래량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2008년 9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3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후 금리 인하, 규제완화 조치로 주택시장이 빠르게 회복됐다.

하지만 정부가 다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를 강화하고,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확대하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2008년 외환위기 때와 현재는 경제 상황이 다르고, 새 정부가 공급 확대를 위한 재건축 등 규제 완화, 보유세 감면 등을 추진 중인 만큼 하락폭이나 하락 기간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생애최초주택구입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낮춰주는 등 일부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금리 인상 변수가 워낙 커 대출 규제 경감 효과가 기대보다 작을 수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국내 주택가격도 조정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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