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서방의 제재에 맞서 자국 금융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서방 세계가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하는 등 제재의 수위를 높이면서 피해가 현실화하는 조짐을 보이자 자국 금융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갖가지 조치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이날 경제 안정 강화 회의를 갖고 러시아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제한, 러시아 증시 부양 등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서방의 제재로 촉발된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의 러시아 내 자산 회수를 제한하는 극단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습니다.

미슈스틴 총리는 "기업들에 균형 잡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러시아 자산에서 이탈하는 데 일시적으로 제한을 가하는 대통령령 초안을 준비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미슈스틴 총리는 외국인 투자자 자산 회수 제한 조치가 루블화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또한 국부펀드 자금을 이용해 1조 루블(약 11조 원) 규모의 러시아 기업 주식 매입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스크바 증시는 이번 주부터 휴장 상태이며 2일 개장 여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대통령령을 통해 2일부터 1만 달러(약 1천200만 원)를 초과하는 외화의 국외 반출을 금지했습니다.

러시아는 올해 1월부터 해외로부터 확보한 외화 수입의 80%를 매각하도록 하는 외화 강제 매각 조치를 내놓았으며, 국내 체류자가 차용 계약에 따라 역외 거주자에게 외화를 제공하는 것도 금지했습니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OFZs'로 알려진 290억 달러(약 35조 원) 규모 루블화 채권의 외국인 보유자들에게 이자 지급을 금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가 급락하자 기준금리를 현행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하고 2년 만에 금 매입을 재개하는 등 금융안정 조치를 연이어 취했습니다.

또 대출 시 담보 제공 증권의 범위를 확대하고 은행들의 매입 초과 또는 매도 초과 외환 포지션의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외국인들의 러시아 증권 매각 청구를 이행하지 말라고 금융업계에 지시했습니다.

러시아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제사회의 대대적인 제재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고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의 유럽 자회사들은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러시아 내에서 달러화 사재기 현상도 벌어졌습니다.

BP와 셸,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 기업인 에퀴노르를 비롯해 러시아에서 사업을 해 온 많은 외국기업은 러시아에 대한 투자 중단 방침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유럽 내 증권 예탁결제 기관인 유로클리어와 클리어스팀은 러시아 자산을 더는 취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골드만삭스와 UBS 등도 서방 증시에 상장된 러시아 기업 주식 거래를 중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 임정화 인턴기자 ]

[ⓒ 매일경제TV & mktv.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