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새벽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을 명령하면서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갖도록 놓아둘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극단세력이 "핵무기 보유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1994년 핵무기를 포기할 당시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과 맺은 안전보장 약속의 이행을 당사국들에 촉구해 온 입장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도움을 받아 핵무기로 무장할 계획을 추진 중이란 음모론까지 동원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정당화하려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이런 주장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대국민 담화 전체 분량의 3분의 1가량을 '우크라이나 핵무장설'에 할애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만들려 한다. 이건 허풍이 아니다"라면서 미국도 우크라이나 영토에 핵무기를 배치할 계획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962년 옛 소련이 공산권 쿠바에 미국을 겨냥한 핵미사일을 배치하려 시도했던 쿠바 미사일 위기 때와 비슷하게 이번에는 미국이 러시아의 턱 밑에 핵미사일을 가져다 놓으려 한다는 주장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튿날 기자회견에서도 "우크라이나가 대량살상무기(WMD)를 손에 넣는다면 세계와 유럽의 상황이, 특히 우리에게는 급격히 바뀔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러한 실질적 위험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에 미국 핵무기가 배치된다는 것도 현재로선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인데도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주장을 진지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미국, 영국, 러시아 등과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당시 세계 3위 규모였던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영토의 온전성과 독립적 주권을 보장받았습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 시절 자국에 배치됐던 핵탄두 1천800개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모두 러시아로 반출해 폐기했습니다.

문제는 부다페스트 각서에는 '안전보장'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술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가 타국의 공격을 받을 때 군사적 지원을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9일 독일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의 이행을 논의하기 위한 관련국 회의 소집을 촉구하면서 회의가 소집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는 각서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모든 권리를 지닌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란 의미로 받아들여졌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를 핵포기에서 핵보유로 선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발언은 우리를 겨냥한 것"이라면서 "그들은 소련 시절에서 비롯된 광범위한 핵능력과 선진적 핵산업, 교육기관 등 신속히 (핵무장을) 단행할 모든 걸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해 러시아를 공격할 핵무기 발사기지가 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NYT는 이와 관련한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는 명백하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무기 발사대가 되는 길을 피할 유일한 방안은 점령하거나, 친러 정부가 들어서도록 하는 것이란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 박소민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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