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역사 속 인물을 그리는 권오창 화백, 이번엔 어린이 복식 재현 나서

전통 어린이 복식 회화전 포스터

국내 총 100점의 표준영정 가운데 무려 15점의 표준영정을 탄생시킨 동강 권오창(東江 權五昌) 화백이 이번엔 어린이 복식 재현 전시회를 개최합니다.

그동안 어른의 영정을 집중적으로 그려왔던 권오창 화백은 이번에 아이들 복식 재현에 나섰습니다.

오는 3월 2일부터 8일까지 진행되는 어린이 복식 전시회를 앞두고 있는 권오창 화백을 만나봤습니다.

모란자수화문단조끼


권오창 화백은 매일경제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시회 개최 계기에 대해 "어린이는 영원한 미래라고 할 수 있는데 저고리, 두루마리 등 아이들 옷이 각 박물관에 다 흩어져 있어 아이들 복식을 일습(한번에)으로 다 입었을 때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며 "의습의 용어가 어려운데다 다 흩어져 있다보니 외국사람, 일반사람들이 봤을 때 어떻게 복식을 착용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한번에 모든 복식을 착용했을 때 어떤 모습인지 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답했습니다.

수저고리와 종종머리


이어 "시각적으로 보면 누구나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아무래도 대중분들 뿐 아니라 전통 의상 공부하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권오창 화백은 그동안은 실제 인물인 영정을 그려왔지만, 이번에는 실제 옷을 입은 가상의 어린 인물을 상상해서 그려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역사적 인물을 그릴때는 인물을 정해 놓고 추적을 해나가는데, 이번 어린이 복식 작업을 할 때는 인물을 정해 놓는 게 아니고, 옷에 맞는 인물을 연출해야 했다"며 "나이나 성별에 따라 상상해서 아이를 재현에 내야 하니까 그런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고 설명했습니다.

권오창 화백은 그동안 그렸던 표준영정들이 이번 전시회를 개최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표준영정을 그리려면 인물들의 복식을 모르면 안 된다"며 "그 당대의 제도와 신분에 따른 의상을 공부하다보니 복식에 대한 자료와 문헌을 모으게 되고 자연스럽게 아이들 복식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사부 표준영정

그동안 권오창 화백은 지난 1992년 통일 신라 설총의 표준영정을 시작으로 고려의 김부식, 백제 성왕, 신라장군 이사부 그리고 지난해 단종 어진까지 총 15개의 표준영정을 탄생시켰습니다.

그중에서도 권오창 화백은 지난해 표준영정으로 지정된 단종 어진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꼽았습니다.
단종 표준영정

그는 "단종은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기에는 애수적인 왕이지만 사실상 당당한 왕의 모습도 있다"며 "왕으로서의 권위와 상징성을 위해 당당한 왕의 모습으로 그렸는데 표준영정 심의에서 만장일치의 결과를 받았다"고 회상했습니다.

표준영정은 한국의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영정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에서 영정을 공식적으로 제정하는 것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충무공 이순신 동상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제정됐습니다.

전국에 있는 충무공 이순신 영정의 모습이 모두 달라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영정을 한 가지로 통일하자는 의견이 나온 겁니다.

한국에서는 표준영정 제도가 생긴 후로 영정의 모습이 통일성을 갖추게 됐습니다.

권오창 화백은 "표준영정의 검증이 까다로워 자료조사에 있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표준영정에 지정되려면 인물의 당대 행적과 역사성, 신분 그리고 정치적인 성향까지 표현과 고증이 돼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역사적 자료 문헌, 정치인에 대한 걸상, 당대 행적과 신분 등을 종합하는 등 최대한 고증이 잘못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며 "작가로서 역사 속 사라진 인물들의 모습을 여러 자료를 종합해 가장 비슷하게 표현해 내는 것에 참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습니다.

표준영정은 작가가 초안을 그린 후 문화체육관광부 심의를 통과하면 채색에 들어가게 됩니다.

권오창 화백은 표준영정 그릴 때 자료가 남아있지 않는 시대의 인물을 표현해 내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고려시대나 조선시대는 자료 근거가 남아있어 작업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데, 신라시대라든가 시대가 상당히 높을 때는 근거 자료가 부족해 참 어렵다"며 "이럴 땐 작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다 찾아다니면서 시대상이라든가 복식의 상징성, 문양 등에 제대로 고증을 받는 과정이 까다롭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복식보다는 표준영정이라든가 우리나라의 역사성 있는 인물들을 그려 후학이나 후손들에게 본이 될 수 있는 인물들을 공개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이론적으로 듣고 문헌을 보는 것 보다는 인물을 시각적으로 접근하면 더 친근하게 느끼지 않을까 싶어 앞으로도 더 많은 표준영정을 탄생시키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권오창 화백 사진

현재 권오창 화백은 후고구려를 건국한 궁예와 행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권율 장군의 표준영정 작업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오는 18일에는 궁예와 권율 장군의 표준영정 심의에 들어갑니다.

궁예의 표준영정은 완성돼 심의를 기다리고 있으며, 권율 장군은 초안이 완성돼 1차 심의에서 통과되면 채색 작업에 들어갈 방침입니다.

권오창 화백은 "영정 그림 작가로서 현존하는 고증이 잘못된 그림들을 바로잡아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는 "표준영정이 아닌 전국에 산재해 있는 각 기관과 단체들의 그림들에는 아직 고증이 잘못된 부분들이 많이 남아있다"며 "앞으로 후손, 후학들에게는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영정 그림 작가로서 책임감 있게 고증이 잘못된 부분들을 바로잡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권오창 화백은 1948년생으로 강원도 강릉시에서 출생했으며, 현재는 한국미술협회 회원이자 동강 궁증회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인물화로보는 조선시대 우리옷', '태조 모사에대한 고찰', '인물화로보는 한국전통어린이 복식' 등이 있습니다.

[조문경 기자 / sally3923@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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