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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서 외톨이던 아이…미국 최고의 `인싸` 되다
기사입력 2020-10-3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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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버 노아는 미국 스타 코미디언이다.

정치 토크쇼 '더 데일리 쇼' 진행자로서 착한 입담만으로 미국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다.

다른 출연자와 달리 비속어와 성적 표현을 삼가면서도 관중을 압도하는 언변을 자랑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노아가 18세에 미국으로 건너오기 전 유년기는 믿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고 폭력으로 가득했다.

그런 삶을 고백한 이 회고록은 2017년 출간 뒤 빌 게이츠 등 숱한 명사에게 찬사를 받고 수십 주 동안 전미 베스트셀러 1위를 지켰다.


노아가 5세 때 넬슨 만델라가 석방됐고, 이후 흑인이 흘리는 피가 거리에 넘치기 시작했다.

무혈 혁명은 백인에게만 해당되는 말이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적대감을 이용해 사람들을 분리하고 정복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선진적인 인종 차별 시스템이었다.


대표적으로 잉카타 자유당(줄루족)과 아프리카 민족회의(코사족)가 권력을 다투면서 폭력 사태는 끊임없이 일어났다.

거리에선 팔을 결박하고 타이어를 몸통에 씌운 뒤 불을 붙여 산 채로 화형시키는 넥레이싱 처형이 흔하게 벌어졌다.

그의 집 에덴 파크는 충돌이 빈번한 지역이라 차를 타고 길을 가면 마치 오븐 안에 있는 느낌이었다.

어린 노아는 엄마에게 말했다.

"악마가 지옥에서 타이어를 태우는 것 같아요."
남아공에서 다른 인종과 갖는 성관계는 큰 범죄였다.

혼혈이 부조리성을 입증하는 상징이어서다.

백인도 흑인도 아닌 별도의 '유색인'으로 분류됐다.

유색인, 백인, 흑인, 인도인은 각각 주거지역이 분리됐고, 범법자는 5년 이하 징역형을 받았다.


엄마는 비밀 아지트에서 아빠를 만났다.

지하 극장에서 예술가들이 모여 정부를 비판하고 어울리고 파티를 즐겼다.

46세 스위스 남자와 사랑에 빠진 24세 엄마는 아이를 가졌다.

반은 백인이고 반은 흑인인 아이. 노아는 태어날 때부터 범죄자였다.

출생증명서에 아빠는 기재되지 않았고, 실내에서만 아빠를 만나는 특별한 가족이 됐다.

엄마와도 같이 걸을 수 없었다.

유색인 이웃 여성 퀸이 엄마 행세를 해줬고 엄마는 일하는 하녀인 체하고 함께 다녔다.

여러 인종이 섞인 수도보다 오히려 할머니집이 있는 흑인 거주지 소웨토에 가면 마당에서도 놀 수 없었다.

어디에나 익명의 밀고자와 경찰이 있었다.

매질이 일상화된 곳이었지만 할머니는 노아를 때리지 못했다.

백인처럼 보여서였다.


노아는 학교에서 외톨이였다.

'인싸'가 되고 싶어 매점 소년이 됐다.

달리기에 자신 있는 노아는 조회가 끝나면 누구보다 빨리 매점에 도착해 아이들의 음식을 대신 주문해줬다.

흑인과 백인 모두가 고객이었다.

학교를 졸업할 무렵엔 사업으로 돈을 짭짤하게 벌었다.

매점 사업을 넘어 해적판 CD를 제작해 팔았고 돈벌이에 집착하다 유치장에 갇히기도 했다.

엄마는 감옥에 다녀온 아들의 행적을 지워줬고 보석금도 지불해줬다.

엄마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세상은 널 사랑하지 않는다.

내가 널 때릴 때는 널 구하려는 거야. 그들이 널 때릴 때는 널 죽이려는 거란다.

"
노아가 18세가 됐을 때 엄마는 정비공 계부와 재혼했다.

술을 마시면 변하는 남편에게 엄마는 매일 맞았다.

엄마는 학대를 당하면서도 남을 원망하지 않았다.

부모에게 버려져 자란 이야기를 해주며 엄마는 말했다.

"과거로부터 배우고 과거보다 더 나아져야 해. 고통이 너를 단련하게 만들되, 마음에 담아두지 마. 비통해하지 마라."
결국 가족에게 도망쳐 노아는 코미디언이 됐다.

남아공과 영국을 돌며 공연을 했고 라디오와 TV쇼를 진행했다.

어느 날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계부가 엄마 머리에 총을 쐈다는. 다행히 엄마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펑펑 우는 아들에게 엄마는 말했다.

"내 아가, 넌 좋은 면을 볼 줄 알아야 해." "이제는 네가 공식적으로 가족 중에서 제일 잘생긴 사람이 되었잖니." 엄마와 아들은 고통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함께 웃었다.


차별과 외로움으로 가득한 성장, 풋풋한 첫사랑, 폭력과 부조리로 가득한 남아공의 역사와 현실까지. 세상에서 가장 웃긴 남자가 들려주는 가장 슬픈 유년기는 소설이라 해도 믿기 힘들 만큼 비현실적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아무리 지독한 인생이라도 단 하나의 동아줄만 있다면 버틸 수 있음을 알려주는 이야기였다.

지난 몇 년간 미국을 뒤흔든 밀리언셀러 '배움의 발견'에서 그 동아줄은 교육이었고, '힐빌리의 노래'는 군대였다.

노아에게는 가족이었다.

엄마와 가족이 베푼 사랑의 힘으로 그는 엇나가지 않고 자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시종일관 유쾌한 입담으로 지옥 같은 현실을 종종 잊게 만든다.

마치 지독한 농담처럼.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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