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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클릭] 소리도 없이 | 가족영화 ‘가면’ 쓴 극악무도 범죄물
기사입력 2020-10-2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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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드라마/ 홍의정 감독/ 99분/ 15세 관람가/ 10월 15일 개봉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관객들이 웅성거리던 소리가 여전히 생생하다.

거기에는 짙은 당혹감이 배어 있었다.

쉽고 단순한 영화라고 생각했던 작품이 보여주는 기묘한 반전, 기대를 완벽히 저버리는 진행이 주는 당혹감이다.

쉬운 소재로 풀어내는 이야기 뒤에는 날카로운 시선이 도사리고 있다.

홍의정 감독의 영화 ‘소리도 없이’는 그렇게 조용히 우리 곁에 다가왔다.


창복(유재명 분)과 태인(유아인 분)은 조직폭력배로부터 일감을 받는 일종의 하청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들이 벌이는 사업은 시체 처리. 누군가 죽어 시체가 나오면, 창복과 태인은 시체가 있는 현장을 말끔히 정리하고 청소하고 시체를 유기하는 작업을 한다.


영화는 위장, 가면, 카무플라주에 대해 말한다.

창복과 태인은 ‘조직’의 김 실장 부탁을 받고 초희(문승아 분)를 엉겁결에 맡게 된다.

어린이를 유괴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일이 꼬여 김 실장은 사망하고 창복과 태인은 초희를 처리하는 일에 착수하며 난감한 상황을 겪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다.


그렇다면 위장은 어디에 있는가. 영화에 출연하는 모든 인물들은 스스로 자신을 위장하고 있다.

창복은 ‘많은 말’로 자신을 위장한다.

창복이 벌이는 사업은 결코 합법적이지 않다.

영화는 그 일이 마치 적법한 사업인 것처럼 위장한다.

조직의 범죄 현장을 은닉하고 시체를 유기하는 일을 하는 창복을 마치 평범한 소시민처럼 그린다.

마찬가지로 태인은 ‘말 없음’으로 자신을 위장한다.

말을 하지 않고 표정과 행동으로만 순박한 청년의 이미지를 얻어간다.

초희는? 초희는 아예 기묘한 토끼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토끼처럼 순하고 영리하지만 이면의 모습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암시한다.


홍의정 감독은 의도적으로 클리셰를 탈피,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는 진행을 일삼는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그 자체로 하나의 ‘위장’이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를 납치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 아이와 유대를 쌓아간다는 이야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화의 단란한 분위기와 유쾌한 진행은 보는 이로 하여금 윤가은 감독의 ‘우리집’이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유사 가족’ 형태를 떠올리게 한다.

창복은 다리를 저는 아버지, 태인은 말을 못하는 장남, 초희는 영리하고 씩씩한 딸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모두는 위장이다.

창복과 태인은 조직적 살인 범죄의 공범이자 시체 유기를 일삼고, 어린아이를 유괴해 몸값을 얻어내려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이다.

언뜻 보면 그들의 말을 잘 따르며 적응한 것 같지만 초희는 언제든 틈만 나면 도망칠 생각을 한다.

그런 그들이 순한 척, 착한 척 가면을 쓰고 단란한 가정을 연기한다.

이 영화 전체가 위장인 이유다.

감독은 묻는다.

‘가면 속 당신은 안녕하신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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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1호 (2020.10.28~11.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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