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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勞治금융`…행장인사·라임징계도 개입
기사입력 2020-09-27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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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권력이 된 금융노조 ◆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과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금감원장 집무실에서 처음 만난 것은 지난 5월께다.

이날 면담에서 금감원 측 배석자는 없었다는 게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을 통해 확인한 내용이다.

이는 라임자산운용 계열 펀드에 이어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옵티머스, 젠투파트너스, 디스커버리, 교보로얄클래스 펀드 등 사모펀드 사고가 줄이어 터지던 시점이다.


동시에 지난 4월 총선 이후 금융노조의 위상이 드라마틱하게 변화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금융노조 입장에서는 각종 사모펀드 사고에 따른 노조원 징계가 최대 현안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회사 임직원이 대거 중징계를 받은 만큼, 이 같은 혼란이 금융권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기 때문이다.

금융노조 측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지명된 이후인 이달 들어서도 윤 원장과 만나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금융노조는 '낙하산 인사'라는 이유로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출근까지 막은 전례가 있다.

윤 행장은 청와대에서 임명받은 지 27일 만인 지난 1월 29일에 겨우 처음으로 출근을 했을 정도로 곤욕을 치렀다.

이 기록은 국내 금융권 역사상 최장 출근 저지 기록으로 남았다.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옹호한 끝에 금융노조가 출근 저지 집회를 풀었을 정도로 금융노조의 힘이 막강했다.


금융노조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본격 '총선 투쟁'에 나섰다.

'신의 직장'으로 꼽히는 국내 주요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노조가 소속된 만큼, 금융노조는 규모 측면에서나 재정적인 면에서도 막강한 위치를 차지한다.

금융노조는 '10만 금융노동자, 40만 금융가족'이란 기치를 걸고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친금노' 후보를 선정해 지지 활동에 나섰다.

금융노조는 단순한 지지 선언을 넘어 정책간담회, 지원 유세 등에 나서면서 적극적으로 선거를 지원했다.

그 결과 금융노조는 21대 총선에서 지역구·비례대표를 통틀어 71명의 국회의원을 지지했고, 이 가운데 52명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전체 국회의원 의석 300석 가운데 17%에 해당하는 의석수가 금융노조의 지지를 받은 셈이다.


박 위원장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최고위원으로 지명된 것은 21대 총선에서 금융노조의 역할이 상당했음을 뜻한다.

박 위원장은 최고위원직을 수락하면서 "최고위원 지명은 금융노동자의 정치 세력화를 위한 금융노조 선배들과 금융노조의 노력이 축적된 결과"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 최고위원에 지명된 이후에도 "금감원과 계속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통로를 통해 박 위원장과 윤 원장이 소통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금융노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감독 정책과 관련한 의견이 전달됐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 최고위원으로서의 발언과 금융노조 위원장으로서의 발언은 무게감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이해 상충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라임 펀드 사태에서 직원 징계를 최소화해줄 것을 요구한 것을 비롯해 여러 정책 건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여 업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는 금감원이 이 같은 '막강' 금융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지다.

라임 계열 펀드, 디스커버리 펀드, 옵티머스 펀드 등과 관련한 검사를 진행한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종합한 뒤 다음달을 시작으로 증권사, 은행 등에 대해 순차적으로 제재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권 노조 관계자는 "노조 차원에서 윤석헌 원장을 포함한 금융당국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전달했다"며 "사모펀드 사태가 금융위원회의 규제 완화에 따른 영향도 있는 만큼 직원에 대한 징계는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했고, 관계자들도 이에 대해 수긍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검사 초반부터 사모펀드 판매 금융회사에 대한 조사와 관련해 "불완전판매가 핵심이 아니다"란 의사를 내비치곤 했다.

불완전판매 문제보다는 문제가 된 사모펀드 상품의 선정 과정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노조 측이 올해 초부터 금감원에 요구했던 내용과도 맥이 닿는다.


불완전판매 문제를 들여다본다면 판매 행위가 이뤄진 지점의 직원들의 행위부터 살펴봐야 한다.

노조원에 해당하는 직원들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해지는 셈이다.

하지만 상품 선정 과정을 들여다본다면 내부통제 문제에 해당돼 임원급에 대한 행위에 초점이 맞춰진다.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검사를 받은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검사할 때에도 불완전판매 혐의보다는 상품 선정 과정을 주로 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실제 이 같은 방향으로 제재를 결정한다면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제재와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사태는 상품 선정 과정만큼이나 충격적인 불완전판매 사례가 소개됐고, 이 같은 영업행위 감독의 책임을 물어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중징계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들 펀드 피해자들 중 다수가 불완전판매 사례를 언급하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어서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보호가 아닌 금융회사 노조원 보호에 더 중점을 둔다는 비판도 뒤따를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재나 징계는 공정한 절차를 바탕으로 결정됐다는 인식이 있어야 금융회사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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