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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그녀의 입에 주목한다…中 CCTV 간판 앵커 릴리 류
기사입력 2020-09-25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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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국영방송인 CCTV 간판 앵커 릴리 류가 자신의 스튜디오에 앉아 있다.

그는 "방송 원고를 쓸 때든 생방송을 진행할 때든 내가 구사하는 모든 언어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언론에서 일한다는 건 신성한 일이기에 항상 진심을 다해 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릴리 류]

'베이징의 맨해튼'이라 불리는 CBD(중심상업업무지구)는 중국 경제 성장의 중추신경계 같은 지역이다.

경제 대국을 이끄는 초고층 기업들이 밀집한 이곳엔 중국판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가분수 형태 사옥이 있다.

중국 최대 국영방송사 CCTV다.

높이 230m, 연면적 40만5000㎡에 이르는 사옥과 연면적 11만6000㎡ 텔레비전 문화센터(TVCC)로 구성된 CCTV는 그 거대한 크기만으로도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중국은 여전히 '레거시 미디어'의 위상이 지대한 나라다.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기성 언론의 위상을 추락시켜버린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이 나라 14억 대중은 지금도 매일 CCTV 보도에 귀 기울인다.

자연히 세상의 소식을 실어나르는 앵커와 기자들 영향력이 상당하다.


릴리 류(Lily lyu·43)는 2015년부터 CCTV '글로벌 비즈니스' 채널을 이끄는 간판 앵커. 북미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을 망라하는 전 세계 금융·경제 소식은 모두 그녀 목소리에 실려 전해진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와 금융분석가, 기업인과의 심층 인터뷰도 다년간 외국계 회사에서 쌓은 식견을 바탕으로 그녀가 대부분 전담한다.


이러한 능력을 인정받아 릴리 류는 매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하는 세계지식포럼(2017, 2019년), MBN Y포럼(2017년)에도 참여해 중국의 간판 앵커로서 삶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최근 2주에 걸친 이메일 인터뷰로 릴리 류를 만났다.

박은정 매일경제 지식부 중국 담당 연구원이 언어의 다리를 놔줬다.

인터뷰에서 릴리 류는 "나는 주어진 대본을 읊기만 하는 앵커가 아니다"며 "앵커이기 이전에 저널리스트로 봐달라"고 했다.


"방송 원고를 쓸 때건, 생방송을 진행할 때건 제가 구사하는 모든 언어에 책임을 느낍니다.

전통 언론에서 일한다는 건 매우 신성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경외심을 품고 진심을 다해 일하려고 하죠."

―한국을 꾸준히 찾는다고요.
▷유명 포럼들에서 자주 초청을 해주고 있어요. 지난해 세계지식포럼에선 '여성기업가 정신'이란 세션의 좌장을 맡았어요. 조 러브스 창업자 조 말론, 두짓 인터내셔널 그룹 CEO 수파지 수툼뿐, 베트남 TH그룹 CEO인 타이흐엉과 함께한 귀한 시간이었죠. 젊은이들이 중국의 앵커에게도 관심이 높더군요. 앵커 한 사람이 각국의 총리나 기업 수장 등 글로벌 '빅샷'들과도 대등하게 심층 인터뷰를 나눈다는 데 놀라는 것 같았어요. 관련한 일화를 들려주거나, 이를 위해 어떤 준비와 노력이 수반돼야 하는지도 말해주곤 했죠.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요.
▷오래전부터 좋아했어요.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고, 한국 화장품과 옷도 즐겨 사거든요. 거의 매년 방문한달까요? 한국의 유명 미술관과 캠퍼스 등을 누비면서 한국의 문화적 분위기를 최대한 느껴보곤 하죠. 동대문의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 옷도 많이 사고요. 서울은 참 깨끗하고 아름답고 활기찬 도시 같아요.
―현재 CCTV 경제 금융 채널을 이끌고 있죠.
▷매일 전 세계 기업가, 금융분석가, 경제학자들을 연결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요. 생방송이기에 사전 준비를 잘해야 돼요. 경제 상황과 금융시장에 대한 거시적 현황부터 업계와 개별 기업과 관련한 미시적 자료, 각종 신문 기사도 수집하며 공부하죠.
―질문 던지는 노하우가 있나요?
▷최대한 중국과 아시아 시장과 연관 지어 던져요. 만약 금융 부문 이슈와 관련한 내용이면 해당 이슈가 대중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꼭 쉽게 풀어 설명해달라고 합니다.

시청자들이 국내외 경제 정책과 국제 정서 변화들이 자기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게 해주는 건 제게 정말 중요한 역할이거든요.
―최근 인상 깊었던 인터뷰이는요?
▷자기를 '젊은 농부 언니'라 불러달라는 분이었어요. 중국 칭화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국제 공동체지원농업(CSA) 협회 부사장입니다.

중국의 CSA 분야 1인자예요. 성공적인 커리어를 밟는 학자이면서도 시골에서 살면서 본인이 직접 CSA 시스템에 기반한 농장을 세워 운영 중이기도 하죠. CSA는 농가와 소비자가 1년간 생산할 농산물 품목과 수량을 결정해 공급하는 시스템인데, 이를 중국 전역 농부들에게 소개하고 있죠. 화려한 경력에도 검박함을 유지하는 게 참 아름답고 멋졌어요. 이처럼 훌륭한 인터뷰이를 만날수록 더 나은 사람이 돼야 할 당위와 영감을 얻어요.
―CCTV 일과는 어떻습니까.
▷출근 도장 찍는 시간은 오전 10시. 이때부터 밤 10시까지 쉴 틈 없이 이어져요. 업무 시작은 뉴스 담당 편집자와 그날 뉴스를 검토하는 일이에요. 프로듀서들이 사전 방송 회의에 오면 오늘의 프로그램 주제를 정하고 같이 구성합니다.

그다음 프로그램 게스트 섭외 담당자와 오늘 인터뷰할 게스트를 체크하고선 주제에 따른 인터뷰 개요를 짜요. 점심시간엔 15분짜리 금융 관련 종합 뉴스를 내보내야 해 밥을 늦게 먹을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는 하루 중 가장 바쁜 3시간이 펼쳐지는데. 첫 번째 라이브 쇼가 오후 4시부터 1시간가량 진행돼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링부터 마쳐야 해요. 시리즈 목록과 각 원고 내용을 숙지하면서 인터뷰 개요를 확인하기 위해 게스트와 이메일을 주고받고, 그날 아시아 주식시장도 체크하죠. 이게 끝나면 오후 9시 프로그램을 위한 회의와 리서치를 하고 인터뷰 스크립트를 작성해놓고…. 그렇게 밤 방송을 마치면 하루 일과가 끝나요.
―온종일 쌓인 긴장은 어떻게 푸나요.
▷퇴근 직전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선 10분간 멍하니 있어요. 머릿속을 비우죠. 연이은 생방송으로 인한 긴장을 풀고 심신을 가다듬어요. 이걸 안 하면 그날 쌓인 긴장이 안 풀려 밤새 잠을 잘 못 자거든요.
―남편이 중국 영어 뉴스 1세대 앵커죠.
▷제 남편 지샤오쥔은 중국에서 제일 초창기에 영어 뉴스를 진행했어요.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대선배예요. CCTV 인턴 시절 처음 만났죠. 당시 그이는 중국의 가장 유명한 앵커로 여러 프로그램 사회자(MC)를 했어요. 그이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같은 직업이라는 점도 있지만 성격적으로 닮은 점이 많아서였어요.
―언론인은 언제부터 되고 싶었나요.
▷중학교 시절 이웃집 언니 집에 자주 놀러갔어요. 상하이 유명 대학에 다니던 좋아하는 언니였는데, 자주 대화를 나눴죠. 한번은 언니가 그러더군요. "릴리, 너는 성격도 좋고 영어도 정말 잘하는데 나중에 신문방송학과 진학을 고민해봐!" 제 삶에 처음으로 언론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순간이었답니다.

이후 고등학교 방송국 인턴을 했고, 장학금을 받아 1년간 미국에 교환학생을 다녀왔어요. 귀국 직후가 상하이 국제영화제 준비 시기와 맞물렸는데, 운 좋게도 아빠 친구가 영화제 조직위원회의 내부 잡지 인턴기자로 저를 추천해줬어요. 이 경험이 저를 언론계와 사랑에 빠지게 했죠.
―될성부른 나무였군요.
▷하하, 대학교 때 국제저널리즘을 전공했고, CCTV 인턴을 거쳐 졸업 후에는 상하이TV에 입사했어요. 영어 뉴스 프로그램 기자로 뛰었죠. 당시 상하이TV방송국과 CCTV, CNN인터내셔널 간 파트너십을 맺고 있었는데요. 제가 인터뷰하고 제작한 뉴스가 CCTV와 CNN에서 방송될 때면 정말 뿌듯했어요. 그러다 영국 카디프대 저널리즘 대학에 유학을 다녀왔고, 돌아와서는 5년간 외국계 회사를 다녔어요.
―외국계 회사에선 무슨 일을 했나요.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금융회사 위주로 일했어요. 위기관리 파트를 맡았죠. 간단한 서류 작성부터 글로벌 에너지 분야나 금융기업을 위한 고급 시장분석 보고서 등도 썼어요. 당시 중국은 빠르게 시장경제가 도입되던 시기였어요. 자연히 중국 경제의 개혁 개방 과정을 체험하며 시장과 경제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웠답니다.


―앞만 보고 달리면서 지친 적은 없었나요.
▷그럴 리가요. 2009년이었나요. 제 삶에 가장 지친 시기였어요. 그래서 그해 가을, 사하라 사막으로 길게 휴가를 떠났죠. 친구들과 야영을 했어요. 저녁엔 낙타를 타고 수평선에서 해가 뉘엿뉘엿 지는 모습을 오래 바라봤어요. 밤에는 침낭에 누워 별을 관찰했고요. 모처럼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어요. 돌아와 사표를 냈죠. 경제학과 심리학 등 평소 미뤄둔 공부를 하며 지내다 수개월 뒤 CCTV 영어 채널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됐고요.
―이제는 CCTV를 대표하는 사람 중 한명으로서 앵커의 조건에 대해 말해준다면.
▷세 가지라고 봐요. 첫째, 뛰어난 언어 구사력과 순발력. 평소 경제 전반에 대한 풍성한 식견뿐 아니라 언어 구사력을 갈고닦아야 해요. 둘째는 강심장. 기술적인 오류와 회선 고장, 속보 등 여러 상황이 빗발쳐도 우왕좌왕하지 말아아죠. 마지막으로는 팀워크. TV 프로그램의 성공은 앵커 한 사람에게만 달린 게 아니에요. 수십 명 스태프와의 공동 작업이므로 팀플레이 정신이 필수랍니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 일을 할 건가요.
▷물론이죠. 제 인생에 리셋은 없어요. 열 살 때 아빠가 샬럿 브론테의 '제인에어'를 선물해주셨어요. 정말 무수히 반복해 읽은 제 인생 소설이죠. 거기서 배운 거라면 삶에서 직면하는 숱한 선택에 당당히 책임을 지고 주체적으로 살라는 거예요. 저는 지금껏 살면서 경험한 좋고 나쁜 일들 모두 저의 일부이자 재산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태어나도 저는 꼭 앵커로 살 거예요.
인터뷰 말미에 '실례되는 질문이 아니라면'이란 단서와 함께 이 같은 질문을 건넸다.

"40대 인데도 20대로 자주 오해받는 걸로 아는데요. 동안의 비결이 뭔가요?" 한두 번 받은 질문이 아니라는 듯 그는 "한국 화장품과 부모님 덕분"이라며 '비기' 세 가지를 더 끄집어냈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침술과 뜸 치료를 계속했어요. 그리고 제 체질에 맞는 식습관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하고 있죠. 중국엔 이런 말이 있어요. '여자가 화를 한 번 낼 때마다 주름 한 개가 생기고, 하룻밤 불면에 시달리면 흰머리가 한 올씩 자란다.

' 평소 평온한 심리를 유지하는 게 여성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하단 의미겠죠?(웃음)"
▶▶She is…
1978년생. 고교 시절 상하이 국제영화제 인턴기자로 처음 저널리즘을 접했다.

대학 시절 국제저널리즘을 전공했고, 영국 카디프대 저널리즘 대학에서 국제 홍보학 석사를 받았다.

중국 국영방송 CCTV 인턴십을 거쳐 상하이TV에서 영어 뉴스 기자로 일했다.

이후 외국계 금융사에서 5년간 일하다 CCTV에 스카우트돼 2015년부터 '글로벌 비즈니스' 채널 간판 앵커로 활약 중이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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