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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성장하는 베지노믹스-햄버거·화장품…일상 파고든 ‘비거니즘’
기사입력 2020-09-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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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육류·생선·달걀 등 ‘동물성’식품을 먹지 않는 채식이 대세다.

인기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국내 채식 인구는 10년 사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2008년 15만명에 불과했던 채식 인구는 2019년 기준 200만명으로 늘었다.

세계적으로도 인기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전 세계 채식 인구는 1억8000만명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가치소비’를 중요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각광받는다.

바야흐로 ‘비건(Vegan·채식주의자)’의 시대다.


비건 시장 성장에 힘입어 채식 시장 관련 산업 ‘베지노믹스(Vegenomics)’도 ‘폭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비건 시장 규모는 매년 평균 9.6%씩 성장해 2025년 240억6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열풍에 힘입어 식품 기업은 물론 패션·화장품업체들도 베지노믹스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비건 인구를 사로잡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비건 상품’에 대한 인기가 뜨겁다.

이젠 어느덧 사회현상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매경DB>


▶비건 햄버거·패딩·화장품…
▷건강·친환경 마케팅 앞세워 인기
비건 상품을 가장 활발히 내놓는 곳은 식품업계다.


롯데푸드는 식물성 대체육류 제품 ‘제로미트’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지난해 4월 베지너겟·베지까스를 판매한 데 이어 올해 7월에는 베지함박스테이크를 선보였다.

육류 대신 밀과 대두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했다.

지난 9월까지 9만개 넘는 제품이 팔렸다.


지난해 채식 라면 ‘채황’으로 비건 시장에 뛰어든 오뚜기는 ‘그린가든’ 시리즈를 공개하며 만두와 볶음밥으로 채식 상품 라인을 늘렸다.


아이스크림과 햄버거 등 동물성 원료가 필수인 제품에서도 비건 식품이 인기다.

지난 5월에 나온 ‘나뚜루 비건 아이스크림’은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 7만개를 돌파했다.

롯데리아는 지난 2월 대체육류를 활용한 햄버거 ‘리아미라클버거’를 내놨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8월까지 약 140만개가 팔려나갔다.


비건 식품의 인기에 유통업체도 기민하게 대응한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헬로네이처는 2019년 7월 채식주의자를 위한 장보기 코너 ‘비건존’을 만들었다.

비건 아이스크림·빵·반찬 등 채식 전용 제품만 판매한다.

오픈 이후 1년 만에 채식 관련 상품 매출이 2.4배가량 늘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비건 상품 수요가 많아지면서 판매 상품 수가 도입 초기에 비해 50%이상 늘었다.

현재 10개 품목에서 300개가 넘는 비건 제품을 판매 중”이라고 밝혔다.


패션·화장품업계도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제품을 적극적으로 내놓는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6월 식물성 성분이 들어간 비건 프렌들리 브랜드 ‘이너프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온라인에서만 구매가 가능한데도 현재까지 판매 수량이 11만개를 넘어섰다.

향후 소비자들이 직접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매장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해외 진출도 현재 추진 중이다.


올리브영은 올해 6월부터 비건·친환경 화장품에 ‘클린뷰티’ 인증을 부여한다.

현재 12개 브랜드가 인증받았다.

주요 고객층인 1020세대가 가치소비에 집중한다는 점을 고려해 도입했다.

결과도 좋다.

클린뷰티로 선정된 12개 브랜드의 8월 매출은 전월 대비 100.5% 올랐다.


신세계 인터내셔날은 8월 이탈리아 비건 패딩 브랜드 ‘세이브더덕’의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

오리털이나 거위털 등 동물 깃털 대신 신소재인 ‘플룸테크’를 사용한 제품이다.


롯데푸드는 식물성 단백질 ‘제로미트’ 시리즈를 선보인다.

롯데자이언츠 선수단 식사에 들어가 화제를 모은 바 있다(위). 아모레퍼시픽은 ‘비건 프렌들리’ 화장품 ‘이너프프로젝트’를 선보였다(아래). <롯데푸드, 아모레퍼시픽 제공>


▶창업도 ‘베지노믹스’ 열풍
▷‘비거니즘’ 스타트업 속속 등장
베지노믹스에 뛰어드는 곳은 비단 대기업만이 아니다.

스타트업 업체들 역시 비건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비건 화장품부터 식품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비건 화장품 스타트업 ‘르오에스’는 ‘비건 립밤’으로 시장을 강타했다.

상품을 내놓기 전부터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목표 펀딩 금액 7169%를 달성하며 입소문을 탔다.

경쟁력을 인정받아 29CM스토어·SSG닷컴·신세계몰·무신사·이마트·롯데온·브랜디·카카오·네이버쇼핑 등에 입점했다.


비건용 시즈닝(양념)과 스프레드(잼·버터)를 만드는 업체들도 눈에 띈다.

‘푸드컬쳐랩’은 비건 인증을 받은 식물성 양념 ‘김치 시즈닝’으로 아마존을 제패했다.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아마존 칠리 파우더 카테고리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얄라’는 병아리콩이 들어간 비건 스프레드 ‘그릭 후무스’로 인기를 끈다.

4월 온라인 자사 쇼핑몰에서 판매를 시작한 뒤 4개월 만에 월매출이 430% 증가했다.

올해 6월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비건만을 위한 쇼핑몰로 도전에 나서기도 한다.

‘비밀샵’은 비건 상품을 한데 모아놓은 온라인 쇼핑몰 스타트업이다.

비건 제품 찾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을 살 만한 유통망이 적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매 분기마다 60% 성장을 거듭해왔다.

10월에는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


▶베지노믹스 산업 지속 성장하려면
▷트렌드 적응하고 부정적 이미지 벗어야
이렇듯 성장세를 보이는 베지노믹스 산업이지만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트렌드를 잘 읽고 시장을 넓게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윤일 비건 커뮤니티 채식공감 대표는 “1세대 비건이 본인 건강에 집중했다면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2세대들은 환경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이 동물성 재료만큼 나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동물 성분을 넣지 않은 제품이라고 해서 플라스틱 용기에 담거나 일회용품과 같이 포장하면 오히려 비건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실제로 아직 국내에서는 ‘비건’과 ‘베지노믹스’를 좋지 않게 보는 시선이 많다.

과거에 일부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들이 음식점과 축사 영업을 과격하게 방해하는 등 부정적인 이슈를 양산했기 때문이다.


비밀샵을 운영하는 김민경 대표는
"비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 많은 비건 제품을 선보이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접점을 만들어 나감으로써 비건이 소수의 문화가 아닌 다수의 일상생활이 될 수 있는 리듀스테리언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1 | 박정언 르오에스 대표
600만원으로 창업, 비건 립밤으로 ‘대박’

화장품 브랜드 ‘르오에스’를 창업한 박정언 대표는 ‘창업 새내기’다.

나이는 어리지만 내공은 대단하다.

단돈 600만원으로 시작한 르오에스는 현재 국내외 쇼핑몰에서 연일 러브콜을 받는 ‘라이징’ 브랜드로 성장했다.

박정언 대표를 만나 창업 성공 비결과 전망을 들어봤다.


Q.비건 화장품은 무엇인가.
A 비건 화장품은 동물성 원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동물 실험도 하지 않는 화장품을 뜻한다.

예를 들어 벌꿀도 꿀벌이 생산하는 것이기에 비건 원료는 아니다.

벌꿀 대신 메이플 시럽을 쓰는 등 대체품을 이용해 만드는 제품이라 보면 된다.


Q.비건 립밤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일생 동안 우리가 먹는 립밤이 3㎏이나 된다.

좋은 성분을 가진 립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보통 립밤은 해외에서 수입된 제품이 많은데 성분도 좋지 않고, 우리나라 사람들 피부색에도 안 맞는 색이 대부분이었다.

비건 립밤에는 비건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안전성, 우리나라 사람에게 잘 맞는 색상 두 가지 요소에 신경 썼다.


또, 집단주의 문화인 우리나라에서는 비건을 식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는 급식, 성인이 되면 회식에 불려 다닌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가치소비가 쉬운 화장품에 집중했다.


Q.립밤 외에 르오에스 대표 상품이 궁금하다.


A ‘셀프케어 클린 뷰티’에 집중 중이다.

클린 뷰티의 한 갈래가 비건 뷰티다.

깨끗한 성분으로 만든 화장품으로 집에서 피부 관리를 할 수 있게 하자를 목표로 삼았다.

대표 상품군으로는 비건 립밤과 마스크팩 등 화장품류와 장미 수정으로 만든 괄사(옛 중국에서 내려온 전통 마사지기), 냉동실에 얼려 쓰는 페이스롤러 등 피부 관리 제품이 있다.


Q.앞으로의 경영 계획은.
A 해외 시장 진출에 집중할 생각이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보다 해외 비건 시장이 크다.

국내 핼스앤드뷰티 스토어 등에서도 입점 제안이 들어오고 있어 고려 중이다.



인터뷰 2 | 태양 푸드컬쳐랩 대표
식물성 ‘김치 시즈닝’으로 미국인 입맛 사로잡아

푸드컬쳐랩이 만든 ‘김치 시즈닝’은 쟁쟁한 기업들을 꺾고 아마존에서 칠리 파우더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양념 일본 ‘시치미’도 김치 시즈닝의 질주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김치 시즈닝의 비결이 뭘까, 푸드컬쳐랩을 이끄는 안태양 대표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Q.비건 시즈닝을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A 누구나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성 재료는 나라마다 안 먹는 곳이 많다.

예를 들어 중동은 돼지고기를 안 먹고 인도는 소고기를 금지한다.

나라·종교·인종에 구애받지 않고 상품성과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Q.그중에서도 왜 김치인가.
A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불고기·고추장은 몰라도 이제 다른 나라 사람들은 ‘김치’라고 하면 어떻게 생겼고 어떤 맛이 나는 음식인지 다 안다.

음식을 설명하는 데 드는 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해 김치를 기반으로한 양념을 만들었다.


Q.아마존 1위에 오른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미국인의 니즈를 잘 파악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외국인은 ‘김치’의 맛을 좋아한다.

그러나 들고 다니면서 보관하기 힘들기 때문이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

이를 파악해 들고 다니기 쉬운 가루 형태로 만들었고 먹혀들었다.

감칠맛을 극대화해서 만든 것도 인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Q.비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A 비건에 집착 말고 시장을 보라고 하고 싶다.

내 제품이 가진 가치가 특별하다고 해서 시장을 무시한 채 제품을 내놓다 보면 금방 망한다.

같은 대체육이라도 홍콩·대만 등 중화권은 소고기보다 돼지고기가 훨씬 많이 팔린다.

이런 내용을 미리 공부했으면 한다.


Q.향후 목표가 궁금하다.


A 시즈닝에 국한되지 않는 종합 식품회사가 목표다.

다음 달부터 김치 핫소스를 비롯해 김치라면·감자칩을 내놓을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세계에서 통하는 한국 식품 브랜드로 거듭나고 싶다.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박지영 기자 autum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7호·추석합본호 (2020.09.23~10.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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