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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대신할 농염한 맥주 `두체스 드 브루고뉴`
기사입력 2020-01-2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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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베리의 풍미와 신맛의 조화가 절묘한 벨기에 맥주 ‘두체스 드 브루고뉴’. /사진=홈페이지 캡처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147] 미끈하게 쭉 뻗은 와인병 옆에 '죽기 전에 마셔봐야 할 맥주'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이게 맥주라고? 병의 생김은 영락없는 와인인데. 그나저나 죽기 전에 꼭 맛봐야 할 맥주라니, 뻔하디뻔하고 닳고 닳은 표현이라 식상하다.

그런데 진짜 그렇게 맛있을까. 궁금하다.

먹어보고 싶다.

나는 홀린 듯 맥주병을 카트에 넣는다.


충동적으로 고른 오늘의 술은 벨기에산 맥주 '두체스 드 브루고뉴'다.


나는 보통 월별로 리뷰할 4~5개의 술을 미리 정해놓고 먹고 글을 쓴다.

이번에는 아니었다.

두체스 드 브루고뉴는 계획에 없었다.

아름다운 병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럴듯한 홍보 문구 때문이었을까.
이왕 이렇게 충동적으로 고른 것 아무 정보 없이, 선입견 없이 맛을 느끼기로 한다.

냉장고에 식혀둔 두체스 드 브루고뉴를 꺼낸다.

뚜껑을 까 술병을 기울인다.

짙은 갈색 액체가 잔으로 쏟아진다.

옅은 베이지색 거품이 성글다.

거품의 입자가 거칠다.

거품은 금방 꺼져 얇은 막만 남는다.


우묵한 잔에 코를 박는다.

냄새에 색깔이 있다면 이것은 필시 검붉은 색일 것이다.

체리와 각종 베리류의 냄새가 난다.

계속 킁킁댄다.

베리향 너머로 약간 비릿한 향이 난다.

이 비린내가 상당히 거슬린다.


혹시 잘못 고른 거 아닌가. 불안한 마음을 안고 술을 마신다.

체리와 포도, 산딸기의 풍미가 연쇄적으로 느껴진다.

아, 이게 진짜 맥주란 말인가. 감탄하면서 삼킨다.

펑, 입안에서 신맛이 폭발한다.

너무 시다.

나는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쓴다.

하지만 맛있다.

맛있게 시다.


혀를 강타한 신맛은 빠르게 그 위세를 잃는다.

시큼털털한 맛의 끝 무렵 은근히 달콤한 체리와 포도, 산딸기가 다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러고는 드라이하다 못해 떫기까지 한 맛만 남는다.

신맛이 워낙 강력했기 때문일까. 술을 다 마셨는데도 입에 계속 침이 고인다.


세상에 이런 맥주가 다 있구나.
두체스 드 브루고뉴, 잘 골랐다 싶다.

만족스럽게 잔을 비우고, 이 술이 어떤 술인지 찾아본다.

과연 특별한 맥주다.

먼저 1·2차 발효를 마친 에일을 오크통에서 18개월 동안 숙성한다.

그러고는 원숙한 에일을 꺼내 8개월간 숙성한 다른 에일과 뒤섞는다.

맛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한다.


독특하다.

그리고 매력적이다.

재구매 의사 있다.

꼭 한 번 맛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시원하게 맥주 한잔을 들이켜고 싶은 날에는 적당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오히려 조금 색다른 와인을 먹고 싶은 날 와인을 대신할 만한 술이다.

알코올 도수가 6.2도이지만, 마시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

정제수와 보리맥아, 정제설탕, 밀맥아, 홉, 효모로 맛을 냈다.


저렴한 편은 아니다.

750㎖ 한 병에 약 2만1000원. 가격이나 용량이 부담스러우면 작은 병으로 시작해도 좋겠다.

330㎖ 한 병에 약 9000원. 최근에 한 대형마트에서 작은 병을 할인해 7000원 후반대에 파는 것도 봤다.


[술 칼럼니스트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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