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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수원·동서발전도 `철밥통` 호봉제 손본다
기사입력 2020-01-2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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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1만명에 달하는 대형 공기업 한국수력원자력과 직원 2000명 수준인 한국동서발전이 직무급제를 도입한다.


근속기간이 길어질수록 임금이 늘어나는 연공급 호봉제 대신 맡은 일에 따라 보수를 결정하는 직무급제로 전격 전환하는 것이다.

직원이 1000명 수준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이어 임직원이 1만명을 넘는 대형 공공기관까지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직무급제 도입 여부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기로 하면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22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국동서발전 노조는 최근 노사합의로 내놓은 '전 직원 직무급 보수제도 개편' 안건을 71.6% 찬성률로 가결했다.

일반 사무직에 해당하는 4직급에 대해서는 '직무 가산급제'를 도입하고, 현장 기술직에 해당하는 6직급에는 '승급형 직무급'을 신설해 적용하기로 했다.

세부 시행 기준은 근로자 대표를 포함한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마련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지난 21일 첫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설립된 동서발전은 한국전력에서 독립해 나온 6개 발전 공기업 중 하나로 임직원이 2576명(2019년 기준)에 달한다.

현재까지 직무급 도입을 결정한 공공기관 중 KOTRA(1253명)보다 덩치가 두 배나 크다.


박일준 동서발전 사장은 "그동안 완전한 직무급제로 나아가기 위한 단계를 체계적으로 밟아왔다"며 "최근 KOTRA 사례를 참고해 보수체계 전환에 따른 일부 직원 손실 발생 가능성 등을 시뮬레이션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최대 규모 공기업 중 하나인 한국수력원자력도 전면적으로 직무급제를 도입한다.

지난달 27일 노사 간 체결된 한국수력원자력 임금협약 체결 문건에 따르면 임금단체협상 주요 개편 내용에 '보수체계를 직무급 중심으로 개편'이라고 명시했다.

이를 위한 첫 작업으로 이번 연도 임금 인상 재원을 활용한 직무급 관련 등급 구체화 작업에 들어가고 직무평가급을 신설하기로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직원은 작년 3분기 전일제 근무자 기준 1만2138명으로 한국전력을 제외하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 중 직원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직무급제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임단협에 명시한 만큼 개편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기본급 지급 방식을 호봉제에서 직무급으로 전환하는 직무급제는 현재 맡은 직무의 성격·난도·책임 강도를 평가해 합당한 보수를 주는 제도다.

문재인정부는 단순 업무라도 근무기간만 길면 높은 보수를 받는 기존 '철밥통' 관행을 깨고 조직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공공부문에 직무급을 도입하도록 유도해왔다.


지난해까지 직무급을 적용한 공공기관은 석유관리원을 비롯해 새만금개발공사 산림복지진흥원 재정정보원 등 규모가 작거나 새로 생긴 곳이 대부분이었지만 연초부터 KOTRA를 시작으로 매머드급 공공기관이 직무급 도입에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공공기관이 직무급 적용을 서두르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 신호지만 다수가 연공성을 여전히 유지한 채 '무늬만 직무급제'를 시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초 직무급을 도입한 KOTRA는 하루아침에 보수체계를 바꿀 수 없다는 이유로 연공성을 일부 유지하는 '역할직무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를 두고 변형된 형태의 호봉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설립된 지 얼마 안 되는 공공기관은 전격적인 직무급 도입이 가능하지만 기존 공공기관은 현실적으로 노조 반대가 심할 수밖에 없어 단계적 확대 노력을 경영평가에 반영하고자 한다"며 "직무급 취지와는 거리가 먼 '무늬만 직무급'인 사례를 경영평가에서 가려낼 수 있도록 오는 3월까지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노조 사이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동서발전 노조 관계자는 “한국동서발전은 현재 성과연봉제 도입 기관”이라며 “직무급가산제는 통상근무자 중 일부에 대해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방법으로 직무수련급에 일정 가산율(1.1~1.5배)을 더해 지급하자는 제도로 직무급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오찬종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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