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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의 책과 지성] 니콜로 마키아벨리 (1469~ 1527)
기사입력 2020-01-2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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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야박하게 말하자면 '군주론'은 마키아벨리가 취업 청탁용으로 쓴 책이었다.

당시 상황을 보자.
15세기 말 프랑스의 침공으로 피렌체를 지배하던 메디치 가문이 실각하고 피렌체는 공화국이 된다.

마키아벨리는 이 공화국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한다.

공화국에서 14년간 근무한 그는 당연히 공화주의자였다.


하지만 1512년 공화제가 막을 내리고 다시 메디치 가문의 일당독재가 시작되면서 마키아벨리는 파면당한다.


'군주론'은 이때 쓰인다.

'군주론'은 공직 입성을 노리던 마키아벨리가 당시 피렌체 권력자였던 로렌초 메디치에게 헌정한 책이었다.

마키아벨리는 이탈리아 통일 아이디어와 리더십 비결을 담은 '군주론'을 써서 메디치에게 바치지만 그는 들춰 보지도 않았다.


어쨌든 이 때문에 '군주론'에 마키아벨리 사상의 전모가 담겼다고 보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특정인의 눈에 들기 위해 쓰인 브리핑용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학자가 마키아벨리의 대표작으로 '군주론'이 아닌 '로마사 논고'를 꼽는다.


'군주론'만 알고 있는 사람은 마키아벨리를 피도 눈물도 없는 권력유지법을 고안한 냉혈한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로마사 논고'를 읽으면 생각이 좀 달라진다.


'로마사 논고'는 '군주론'보다 먼저 쓰이기 시작했지만 세상에 나온 것은 '군주론'보다 뒤였다.

'군주론'보다 훨씬 긴 사유 과정을 거쳐 나온 책이다.


메디치가의 폭정에 실망한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에서 "군주제는 열등한 체제이며, 강국이 되려면 공화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또렷하게 말한다.

그는 로마제국이 번성한 이유를 권력의 유연성에서 찾았고, 그 유연성의 핵심을 공화제로 파악했다.


물론 현실적이다 못해 때로는 극단적인 그의 언술은 '로마사 논고'에서도 여전하다.

하지만 '군주론'에 비해 훨씬 폭넓고 타협적이며 공동체 지향적이다.


"로마의 왕정이 빨리 타파되는 것이 필요했다.

안 그랬더라면 로마는 아주 짧은 시간 내에 허약해지고 무가치한 국가가 되었을 것이다.

왕정 말기 왕들의 심각한 부패를 감안할 때 그런 왕들이 계속되었더라면 왕들의 부패가 모든 국가 구성원들 사이로 퍼졌을 것이다.

"
마키아벨리가 꿈꾼 사회는 시민 참여 중심의 사회다.

단 그 사회는 개인적인 필요보다 국가의 필요를 중시해야 한다.

그는 "도시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개인의 복지가 아니라 공동체의 복지"라고 주장했다.


이런 현실론 때문에 마키아벨리는 오랜 세월 동안 공개적으로 비판받고 반박돼 왔다.

하지만 같은 이유 때문에 '숨은 정치 교과서' 노릇도 해 왔다.

장 자크 루소의 사상이나, 안토니오 그람시의 정당론, 더 나아가 프랑스혁명이나 미국 독립에도 마키아벨리의 그림자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실 동서양의 수많은 정치 이론은 공염불인 경우가 많다.

하늘의 법이나 도덕을 세상에 구현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전쟁과 폭정으로 얼룩졌다.

마키아벨리는 이런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할 시간에 세금을, 동맹을, 국경을 이야기하라고 주문했다.

마키아벨리가 정치 교과서가 된 이유다.


[허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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