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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경의 여행 한 잔] 시 읊으며 위스키 한 모금…강렬한 스코틀랜드를 맛보다
기사입력 2019-11-1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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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위스키는 없다.

좋은 위스키와 더 좋은 위스키만 있을 뿐이다.

' '잇, 워크, 에든버러(Eat, Walk, Edinburgh)' 가이드를 만나기로 한 에든버러 그래스 마켓(사진)에 서서 스코틀랜드 속담을 떠올렸다.

잇, 워크, 에든버러는 레스토랑과 펍을 돌아다니며 여러 음식과 그에 어울리는 술을 맛보는 미식 투어다.

여기선 얼마나 좋은 위스키를 마시게 될까 기대하며 가이드를 기다렸다.


"그래스 마켓은 건초와 가축을 거래하던 시장터였어요. 16~17세기에는 마녀사냥으로 광장에 피가 마를 날이 없었지요. 그럼 애피타이저를 맛보러 갈까요?"
가이드는 오싹한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며 발길을 옮겼다.

눈앞에는 시간이 멈춘 듯한 중세 도시가 펼쳐졌다.

그리고 오래된 석조 건물 사이엔 멋진 레스토랑이 있었다.

첫 레스토랑에선 연어 요리를, 두 번째 레스토랑에선 에든버러 진과 또 다른 요리를 맛봤다.


세 번째 장소로 향해 걷다 로버트 번스(Robert Burns) 동상과 마주쳤다.

'자유와 위스키는 함께 한다'는 말을 남긴 로버트 번스는 서민의 정서를 담은 시를 스코틀랜드 방언으로 쓴 시인이다.

로버트 번스 생일인 1월 25일을 '번스 나이트(Burns Night)'라 부르며 밤늦도록 그의 시를 암송하며 위스키에 하기스를 먹는단다.

놀라지 마시라. 여기서 하기스는 기저귀 브랜드가 아니라 스코틀랜드식 순대를 말한다.


잠시 후 '스카치 몰트위스키 소사이어티(The Scotch Malt Whisky Society·SMWS)' 에 다다랐다.

SMWS는 1983년 위스키 애호가 몇 명이 증류소에서 위스키를 오크통째 공수해 나눠 마시기로 하며 결성된 모임이다.

지금은 회원이 4만명을 넘는다.

위스키 멤버십 클럽에 발을 들이다니. 심장이 뛰었다.


"SMWS에서 마시는 위스키 라벨엔 병에 담은 날짜와 숙성 기간, 알코올 도수, 그리고 숫자가 적혀 있어요.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 없이 맛보자는 차원에서 증류소도 숫자로 표기하는 거죠." 가이드가 녹색 위스키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드디어 잔에 위스키를 따랐다.

그리고 스포이트로 물 한 방울을 톡 떨어뜨려 향을 깨운 후 한 모금 맛봤다.

위스키가 목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강렬했다.

그때 으깬 감자를 곁들인 하기스 한 접시가 앞에 놓였다.


"하기스는 양이나 송아지 위 등 동물 내장에 양념과 오트밀을 섞어서 만드는데 위스키랑 정말 잘 어울려요." 이번엔 하기스 한 입, 위스키 한 모금을 차례로 맛봤다.

맙소사. 기름진 하기스와 강렬한 위스키는 찰떡궁합이었다.

그때 가이드가 로버트 번스의 시 한 구절을 들려주겠다고 했다.


"오 그대, 나의 뮤즈여! 오랜 친구 스코틀랜드의 술이여!(O thus, My Muse! guid auld Scotch Drink!)" 순간 번스 나이트에 초대받은 손님이 된 기분이었다.

스코틀랜드 사투리만 쓸 수 있다면 밤늦도록 하기스를 오물거리며 위스키를 마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세계 각국의 순대를 편견 없이 즐기는 순대 애호가니까.
[우지경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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