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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 주52시간"…외국계 IB 韓직원, 싱가포르로 떠날판
기사입력 2019-11-1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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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IB)은 기업공개, 채권 발행, 인수·합병 업무를 하면서 대규모 딜을 취급한다.

웬만한 규모의 딜은 세계 금융 시장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실시간 회의를 하고 끊임없이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최선의 딜을 만들어낸다.

뉴욕의 아침 10시는 서울의 밤 12시가 되는 등 지역별 시차가 다르기 때문에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다음 날 새벽에 퇴근했다가 곧바로 아침에 출근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그 대신 빅 딜이 성공했을 때 엄청난 규모로 금전적 보상을 받는다.

다음 프로젝트가 있을 때까지는 상당 기간 휴가를 즐긴다.

이것이 세계적 투자은행에서의 근무 형태다.

회사도 직원도 이러한 근무 형태를 선호한다.

그러나 이 같은 업무 스타일은 한국처럼 경직적인 주 52시간 근무제나 최장 3개월이라는 탄력근로제로는 도저히 맞출 수가 없다.

한국에서 외국 방식으로 일하다가는 회사 대표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IB 업체 대표는 필자에게 "내년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에는 최소한의 직원만 남겨놓고 싱가포르나 홍콩으로 옮겨야 하는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회사도 원하고 근로자도 더 일하기를 원하는데 법으로 못하게 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국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 규제를 요약하면 하루에 8시간, 1주일에 40시간(최장 52시간) 이상 일을 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로시간을 국가가 획일적으로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과연 현대사회의 기업과 근로자 사이에 타당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더구나 한국의 근로시간 규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획일적이라 옴짝달싹할 수 없게 돼 있다.

산업혁명 종주국인 영국에서는 18세 이상 근로자에 대해 연장근로를 포함해 주 48시간 이내가 원칙이기는 하나, 거의 모든 업종에서 '예외적 합의(opt-out) 제도'를 허용하고 있어 사실상 근로시간 제한이 없는 셈이다.

미국은 주 40시간 제도를 갖고 있으나, 이 한도를 초과해 근로하는 것을 기업과 근로자가 단체협약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비슷하게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라는 근로시간 제도를 갖고 있다.

그러나 노사 합의 시 월 100시간, 연간 720시간 초과근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일이 늘어나면 한국보다 훨씬 신축적으로 근로시간 조정이 가능하다.

그리고 일본도 미국의 화이트칼라 면제 직종과 유사한 제도를 갖고 있다.

고도프로페셔널제도라고 불리는 이 제도는 연 1075만엔 이상 임금을 받는 근로자로서 연구개발 등 근로시간과 업무 성과와의 관련성이 높지 않다고 인정되는 업무에 대해서는 기업이 가산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기획업무형 재량노동제라고 하여 기획, 입안, 조사·분석 업무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 즉 상당수의 일반 사무직 근로자는 노사 합의로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근로시간 제한에서 자유롭다.


탄력근로제 역시 각국에서 허용되지만 한국은 3개월로 세계에서 가장 짧다.

미국은 한도가 없으며, 일본과 영국은 1년, 프랑스는 3년, 독일은 6개월로 돼 있으나 무제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Arbeitszeitgesetz)'가 있어 사실상 한도가 없는 것과 같이 운용되고 있다.

많은 외국인 투자기업은 현재 3개월 한도의 탄력근로제가 너무 짧아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제도라고 언급한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를 거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것을 추진하고 있으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근로기준법 부칙대로라면 내년 1월 1일부터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종업원 수 50~299인 사업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50~299인 규모인 제조업 사업장의 60.7%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관련해 아직 준비가 덜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직종이나 일의 성격 등을 고려해 기업과 근로자가 서로 합의하는 경우 어느 정도 자율성을 둘 필요가 있다.

일의 양태가 바뀌고 있다.

일정한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일하는 전통적 방식에서 시간과 장소를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근로시간 규제는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주 52시간 근무제에서 우선 근로자 수 50~299인 규모 중소기업의 준비 상황이 미흡한 현실을 감안해 시행 유예 등 조치가 필요하는 점이다.

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우선 6개월로 확대하되 점진적으로 다른 나라와 같이 1년까지 늘려 달라고 현장에서 만난 외국인 투자기업들은 전하고 있다.


한국 투자 환경 매력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올 상반기 한국 기업의 글로벌 투자 실적은 사상 최대인 299억6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한국으로 들어온 외국인 투자신고액은 98억7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3% 감소했다.


[정리 =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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