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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와 미술가 바버라 크루거
기사입력 2019-10-1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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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용산 신사옥. /사진=아모레퍼시픽
[효효 아키텍트-5] 비가 흩뿌렸다.

날씨 탓인지 경기 탓인지 삼각지역 대구탕 집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점심이지만 소주를 한 잔 하고 신용산역 인근으로 걸었다.

지인은 아모레퍼시픽 빌딩을 보고 말한다.

"주변 스카이라인과 맞지도 않고 안에 근무하는 이들은 마치 철창 모양으로 촘촘한 수직창에 갇혀 답답하겠다.

" "달항아리를 닮았다고 한다.

"
"달항아리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도예가 응향 박춘숙이 "아마도 달항아리는 사대부들이 엽전이나 패물을 보관하던 용도였던 것 같다"는 말이 생각났다.


"얼마나 아름다우냐. 독보적인 건출물인데 굳이 주변과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나. 주변이 시간을 두고 건축물 중심으로 조화롭게 변해 갈 것이다.

"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 1950~2016)는 생전 인터뷰에서 "독특한 디자인이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질문에 완곡하게 답했다.


"DDP는 하나의 경관, 일종의 건축적 풍경 같은 개념으로 설계되었다.

DDP의 경관에서는 실내와 야외의 공용 공간이 서로 넘나들며 하나로 이어진다.

" 즉 주변에 별거 없지 않으냐는 자신감의 반영인 듯하다.


아모레퍼시픽 빌딩은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 1953~ )의 설계로 2017년 준공되었다.

철판 모양의 막대기들은 크기와 두께가 제각각인 수천 개 알루미늄 핀이다.

채광 조절과 단열 역할을 한다.


영국의 AA학교 출신인 치퍼필드는 화려하지 않고 진지한 정통 건축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 런던 킹스 크로스 인근의 조각가 앤터니 곰리(Antony Gormley, 1950~ ) 스튜디오도 치퍼필드의 작품이다.

스튜디오는 창고를 개조한 건축물로, 뾰족하게 솟은 여러 개의 지붕이 1000㎡ 면적의 공간을 따라 연이어 있다.

치퍼필드는 최초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설계한 베를린의 대표적 모더니즘 건축인 내셔널 갤러리 리뉴얼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바버라 크루거 2017년작 '무제(영원히)'를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들. /사진=아모레퍼시픽
준공된 지 2년이나 되었고 미술관은 개관 1년이 넘었지만 건물에 들어선 건 겨우 두 번째다.

미술관 입구를 찾았다.

바버라 크루거(Babara Kruger, 1945~ )는 주류 미술계에서는 익숙지 않은 인물이다.

그녀는 미국 뉴저지 뉴어크(Newark) 저소득층 가정 출신이고, 1960년대 뉴욕에서 디자인학교 파슨스를 다녔다.

곧이어 콩데 나스트(Conde Nast) 잡지 회사에 취직해 마드모아젤(Mademoiselle)지의 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 이듬해 디자인실장이 되었고, 하우스 앤드 가든(House and Garden), 애퍼처(Aperture), 기타 출판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사진 편집자를 했다.


그의 이러한 10여 년의 경력은 광고 기법을 활용한 작가 고유의 스타일을 만드는 데 핵심 근간이 된다.

흑백 이미지와 붉은 프레임, 강렬한 텍스트의 결합은 1981년경부터 본격화되었다.

결과적으로 뉴욕이라는 세계 미술의 수도를 배경으로 하지 않았으면 등장할 수 없는 장르를 개척한 인물이다.

그녀는 어릴 적 미술관에 가면 작품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쩌다 들르는 미술관의 전시를 잘 이해하지 못하듯이. 작업 방향은 단순한 메시지의 개발에 치중했고, 전달자인 작가의 역할에 충실했다.


바버라 크루거는 이미지와 텍스트(문장)를 병치한 광고 형식의 작업들을 한다.

눈길을 사로잡는 상징적 서체와 간결하지만 강렬한 메시지는 동시대 사회의 메커니즘과 대중 매체 속에서 읽을 수 있는 권력, 욕망, 소비주의, 젠더, 계급 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다.


붉은 사각형 프레임 안에 적힌 'I shop therefore I am(나는 쇼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Your body is a battleground(당신 몸은 전쟁터다)'와 같은 명료한 슬로건은 수많은 패러디와 오마주를 낳았으며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크루거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사용하여 작품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관객에게 직접 그 의미를 느끼고 경험하게 하며, 관객 스스로 깨우치도록 만든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이미지와 텍스트가 관객이 서 있는 바닥과 관객을 둘러싸고 있는 벽면과 천장으로 확대된 설치 작품은 적극적으로 관객의 지각을 자극한다.

개인의 삶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건축 공간에 대한 탐구는 일상생활에 숨겨진 불평등한 권력구조 속에 수동적인 삶을 영위하는 주체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미술관도 예외는 아니다.

크루거는 1989년부터 이미지와 텍스트가 입체적인 공간으로 확장된 이러한 설치(installation) 작품을 제작했다.


전시장은 전면을 둘러쌀 정도로 거대해진 스케일과 영상, 사운드의 도입이 압권이다.

광고와 같이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과거 작품 형식은 그녀가 항상 비판했던 복잡한 권력관계의 양상을 관객의 눈앞에서 온몸으로 맞닥뜨리도록 거대한 스케일로 변모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크루거는 대중 매체에 의해 조정되는 대중의 주체성에 대한 의식을 회복시키기를 원한 듯 보인다.


설치 작품은 설치되는 장소의 특성에 따라 크기와 구성, 이미지와 텍스트의 내용이 선택된다는 점에서 장소 특정적인 성격을 갖게 된다.

관객은 크루거가 이미지와 텍스트 또는 텍스트나 영상으로만 만든 공간을 감상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고 걷고 움직이며 자연스럽게 작품에 몰입하게 된다.

작품은 관객의 신체적 참여를 유도하며 작품이 관객 체험의 장이 되는데 체험의 직접성은 메시지 화법으로 더욱 강화된다.

크루거는 인칭대명사와 의문사를 사용한 대화체 문장을 사용한다.


이해미는 다음과 같이 결론 낸다.

"크루거는 관객의 작품에 대한 몰입과 거리두기를 유도하며, 작품을 작품의 물리적인 공간과 관객이 직접 경험하는 공간으로 나눈다.

관객은 크루거의 설치 작품을 경험하면서 스펙터클 사회에 만연한 수동적 자세를 극복하고 비판적인 주체로 거듭난다.

"
나는 이 전시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아모레퍼시픽 빌딩 내 미술관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이루어졌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으나 여기보다 더 잘 어울리는 오라(aura)가 만들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프리랜서 효효]
※참고자료=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웹사이트(apma.amorepacific.com/) 바버라 크루거 웹사이트(www.barbarakruger.com/) 바버라 크루거(Barbara Kruger, 1945∼)의 설치작품 연구 논문(A study on Barbara Kruger's installations, 이해미,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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