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M M-PRINT GFW CITYLIFE LUXMEN 매경이코노미 MBN골드 MBN 매일경제
로그인|회원가입 |시청자 게시판
종목검색
  • 종목검색
  • 통합검색

헤드라인

광고
프로그램 바로가기
프로그램 바로가기 닫기
가나다순 카테고리순
광고
> 뉴스 > 기사
기사목록|||글자크기 
[기고] 한류 콘텐츠를 이끄는 `언더독`의 힘
기사입력 2019-09-20 00:08
  • 기사
  • 나도 한마디
공유하기 
대한민국의 어느 누구도 우리말로 부른 노래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12년 만의 외국어로 된 차트 1위이자, 유튜브 총 누적 조회 수 65억뷰. 방탄소년단(BTS)의 성과다.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은 전 세계 PC게임 판매량 역대 1위를 달성했으며, '숏폼(Short-form)' 애니메이션 장르를 개척한 '라바'의 투바앤은 올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초기 단계 콘텐츠 아이템을 개발하는 데 투입되는 자본은 매우 높은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대형 사업자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영역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BTS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배틀그라운드의 크래프톤에 과감하게 투자한 펀드처럼 10배에서 40배에 가까운 수익률을 거둔 사례도 있다.


최근의 콘텐츠 분야 글로벌 성공 사례들은 특별한 차별점이 있다.

소위 '언더독'과 돌연변이의 반란이라는 점. BTS는 이른바 메이저 기획사의 아이돌이 아니었고, 배틀그라운드 역시 2011년 출시한 '테라'의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던 크래프톤이 인수했던 소규모 개발사 게임이었다.

라바 역시 영유아 타깃의 완구와 TV 방송이 연결된 기존 애니메이션의 성공 공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사례들의 두 번째 차별점은 모바일과 네트워크 시대의 적자(適者)라는 점이다.

기술 발전이 콘텐츠 산업을 변화시킨 건 늘 있어 왔던 일이지만, 최근의 변화는 기존 관습을 뛰어넘는다.

국경이 없어지고, 언어와 문화의 차이가 무의미해졌으며, 비즈니스 모델의 근간마저 흔들린다.

유튜브에 접속이 가능하다면 세계 누구라도 '아미'로 '입덕'할 수 있게 됐다.

배틀그라운드가 출시 13주 만에 전 세계를 상대로 매출 1억달러를 돌파한 데는 글로벌 게임 플랫폼인 'STEAM' 없이는 생각하기 힘들다.


최근 한류 콘텐츠의 세계적인 성공 사례와 함께 국내 시장 규모 역시 꾸준하게 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형 게임 퍼블리셔, 메이저 영화 배급사들과 방송국은 이제 '특별함'보다 '무난함'을 원하고 '예측 가능한' 결과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시스템의 안정은 성공의 공식을 만들어 내고, 날이 서 있는 새로움은 시장의 논리로 둥글게 다듬어진다.

대중의 기호에 맞는 상품이 성공한다는 대중문화의 속성에 천착하게 되면 소비자들의 변덕과 숨겨진 욕망을 잊게 된다.


선댄스 출신 20대 후반 영화감독에게 자사의 핵심 IP인 '배트맨' 3부작을 맡긴 워너브러더스나 한국의 귀신과 무당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오컬트 영화 '곡성'에 제작비 100억원 이상을 전액 투자한 이십세기폭스의 판단에는 단순한 시장 논리를 넘어선 그 무엇이 있다.

1980년대 '뻔한 이야기'와 '비디오'의 보급으로 위기를 겪었던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가 축적한 노하우가 숨어 있는 것이다.

돌연변이와 언더독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 즉 위험 부담이 크지만 이질적인 아이템에 대한 초기 단계의 투자를 통해 다양성을 갖추는 것이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그 브랜드를 유지한 비결이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입증받은 우리나라 콘텐츠도 소비자들이 느끼는 '뻔함', 그 근본에 있는 다양성 상실과 콘텐츠 초기 단계 투자에 대한 게으름으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기획자·제작자들은 지금 다양한 기획과 아이템 개발의 '기회'를 달라고 하고 있다.

장기적인 국내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적인 방향은 그곳에 맞춰져야 한다.


[신문철 레오파트너스 인베스트먼트 이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목록|||글자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