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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칼럼] 그 기술을 사랑하게 해주오
기사입력 2019-08-2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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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지역에 그 시대에 존재감을 과시하는 기술이 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와 같은 기술이 그러하다.

모두 다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기술이다.

스마트시티는 또 어떤가.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92%는 도시에 거주하니 대부분 국민에게는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기술이다.

수소 기술도 있다.

우리나라는 수소 경제를 꿈꾼다.

수소를 에너지로 하는 산업구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당연히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있다.

여러분은 기술을 사랑하는가. 내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기술인데 이런 기술을 얼마나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이다.

기술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느냐는 대답을 기대하는 질문이다.

내가 기술을 사랑하지 못하는 책임은 기술에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하는 질문이다.


세상에는 많은 기술이 있고 우리는 많은 기술의 고객이다.

고객은 기술에 문외한이지만 그 기술을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기술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개발자, 자금, 경영자, 파트너, 초기 고객과 같은 많은 자원이 필요한데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고객의 사랑은 이런 자원을 쉽게 모아준다.


기술이 고객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세 단계 작업이 필요하다.

관심, 표현, 교류다.

세 단계 모두 기술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주체가 이끌어가야 하는 작업이다.

하나라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고객은 기술을 사랑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첫 번째 작업은 관심이다.

기술을 유명하게 해서 고객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기술이 유명해지려면 사건, 사상, 사람의 곱셈이 필요하다.

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나타난 화제, 사상은 기술이 세상에 던지는 질문, 사람은 당사자 의식과 생활감을 말한다.

고객의 관심이 없으면 기술은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한다.

세상에는 성장을 원하는 기술이 차고도 넘친다.

그러나 모든 기술이 다 성장할 수는 없다.

중간에 사라지는 기술이 태반이다.

기술을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고객이 관심을 가지는 기술에만 자원이 모여든다.


두 번째 필요한 작업은 표현이다.

기술이 어떻게 성장할지 표현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기술을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알아듣기 어렵다.

하지만 40년 전에 나온 미국 드라마 '전격Z작전'에 나오는 '키트'를 보면 자율주행차의 미래를 알 수 있다.

슈퍼맨, 아이언맨, 6백만불의 사나이처럼 공상과학영화 한 편이면 기술의 미래를 알 수 있다.

영화나 만화는 기술을 표현하는 데 아주 좋은 도구다.

그러나 영화나 만화는 제작하는 데 시간이 들고 돈도 든다.


여기에 간단히 추가할 수 있는 도구가 있다.

초단편소설이다.

본 칼럼과 비슷한 분량인 2000자 정도 소설인데 길어야 3000자 정도다.

기술을 배경으로 하는 초단편소설 한 편을 신문에 매주 싣는 방법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이런 내용이다.

기술로 세상을 좋게 만들려는 개발자가 있고 기술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악당이 있다.

개발자가 수세에 몰리지만 주인공이 활약해서 악당을 물리친다.

이런 초단편소설을 통해서 '있을 수 있는 기술, 있기를 바라는 기술, 있어야만 하는 기술, 있으면 안 되는 기술'을 표현할 수 있다.


세 번째 작업은 교류다.

기술과 고객은 수시로 만나서 교류해야 한다.

공항이나 터미널처럼 고객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교류에 적합하다.

여기서는 기술을 전시하는 게 아니다.

고객이 직접 만져보고 던져보고 뒤집어 보는 장소다.

로봇이 있으면 발로 차보고 밀어본다.

드론이 있으면 던져보고 물에 넣어본다.

자율주행차가 있으면 그 앞에 우산을 던져본다.

기술과 고객이 함께하는 놀이다.

아이들이 놀이하면서 크듯이 기술도 놀이하면서 성장한다.

고객은 기술을 사랑하고 싶다.

내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기술이니까 무관심보다 사랑하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기술이여. 부디 그대를 사랑하게 하여주오.
[윤태성 객원논설위원·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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