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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만 쏠린 눈…"부강한 국가 만들 규제혁신 헌법기반 세워야"
기사입력 2018-03-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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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 10만달러시대 개헌 ① ◆
앞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될 '개헌 정국'에서 여야가 귀를 기울이고 논의에 집중해야 할 분야는 '자유시장경제' 강화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식민지배와 봉건체제를 거치며 역사의 나락으로 추락했던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역으로 부상한 것은 한국전쟁 이후 자유시장경제를 국시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헌정사를 돌이켜보면 △1954년 2차 개헌에서 사기업의 국공유화 금지 △1962년 5차 개헌에서 경제적 자유의 명시적 도입 등 헌법은 시장경제를 향한 항로에 나섰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 '한강의 기적' 토대가 됐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민국이 지구촌의 주역 자리를 지키며 더 발전하려면 이 자유시장경제가 다른 국가들보다 더 자유롭게 발현돼야 한다는 주장이 중론이다.


이 같은 '경제적 자유'를 무시하면 현재 대한민국의 위상은 하루아침에 추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차원에서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개헌자문안은 '미래'보다는 '과거' 쪽에 비중을 둔 것 아니냐는 염려 어린 시선이 있다.


예를 들어 5·18 민주화운동, 부마 민주항쟁, 6·10 민주항쟁 등을 헌법 전문에 담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자문특위는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과 시민혁명의 정신 등을 담을 필요가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역사적 평가를 담아 민주화운동을 헌법정신에 포함시키면서도 그간 이 같은 민주화정신이 자유롭게 부각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든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하는 내용은 정작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 자문특위는 더불어민주당이 자체 개헌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빼는 것으로 한때 잘못 알려져 혼선이 빚어졌던 헌법 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자유'를 빼겠다고 발표한 것을 놓고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사회주의 개헌 시도의 증거'라고 비판한 바 있다.

국가의 틀을 새롭게 하는 개헌안을 만들면서 이런 중대한 부분을 잘못 공개하는 실수가 집권 여당에서 발생한 데 대해 의심하는 눈초리는 여전하다.


이런 이유로 시중에는 일부 세력이 '사회주의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사실이 아니라면 이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명확하게 개헌안에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자문특위가 민주화운동을 전문에 반영한 것처럼 '시장경제'를 명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행 헌법 전문에는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라고만 명시돼 있다.

이러한 현행 헌법 전문에 '~시장경제의 원칙을 확고히 하여~'라는 내용이 들어가야 '자유시장경제'라는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경제 시대상과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고, 이에 맞지 않는 내용을 과감히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걸림돌이 되는 일이 없도록 기술의 미래가치를 담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앞으로 개헌 논의 과정에서 인간과 인공지능(AI)의 공존을 추구하는 내용 등이 신중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질서와 연관된 현행 '제9장 경제'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초과학 발전을 가로막는 '제127조 1항'이다.


제127조 1항은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 경제의 발전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학기술을 경제 발전을 위한 도구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에 따라 기초과학 연구제안서의 상당수는 여전히 연구개발(R&D)의 성공을 통한 '경제적 효과'를 명시하도록 돼 있어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과학에 족쇄를 채우고 있는 셈이다.


과학자 출신 비례대표인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과학의 경제적 역할 강조) 목적 자체가 1987년에는 맞았는지 모르겠지만 과학기술이 인간의 삶 전반을 향상시키고 있으므로 연구 성과가 일부가 아니라 국민 생활 전체에 돌아가는 게 맞는다"면서 "이런 의견을 당내 헌정특위 위원과 국회의장실 등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과학기술을 경제 성장의 도구적 수단으로 해석할 수 있게 돼 있다는 것은, 쉽게 말해 노벨상이 안 나오는 이유"라면서 "단기적으로 경제효과가 얼마인지 따지는 상황에서 10년, 20년 오랜 기간 투자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어렵게 하는 제123조 2항 '국가는 지역 간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도 자주 거론된다.


물론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 지방이 소멸된다는 반론도 없지 않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는 '메가시티'는 전 세계 선진국의 공통된 성장 전략이다.

메가시티란 핵심 도시를 중심으로 일일 생활이 가능하도록 기능적으로 연결된 대도시권을 말한다.

글로벌 비즈니스 창출이 가능한 경제 규모를 갖추고 인구가 1000만명 이상인 거대 도시라고 보면 된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혁신 체제를 갖추고 도약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어젠다로 인해 무조건 서울이나 경기는 안 된다는 것은 지금으로선 수용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은 1999년 발표한 제5차 수도권 기본계획을 기점으로 수도권 정책의 초점을 '규제'에서 '기능 강화·재편'으로 전환했다.

영국도 런던권 개발에 국가 사업의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는 '대(大)런던 플랜'을 수립하는 등 대대적인 수도권 투자를 추진해왔다.


한편 농업의 현대화·산업화를 위해선 제121조 1항 '국가는 농지에 관해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상당한 규모에 이르는 임차농지의 현실을 반영하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자유전의 원칙'을 폐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헌법의 소작 금지 조항에 대해 "너무 오래된 조항"이라며 "법률도 아닌 헌법에 바로 그러한 것들이 세부적으로 규정돼 있었기 때문에 현재 산업과의 괴리가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윤식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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