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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Journal] `뜻밖의 발견`이 가져다 준 `제약 대박史`
기사입력 2018-02-14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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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발견'으로 인류를 행복하게 한 치료제들이 있다.


세계적인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가 원래 고혈압과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는 1989년 비아그라 임상시험을 하던 중 검증하려던 약효 대신 '뜻밖의' 효과를 발견한다.

임상시험 참여자들의 발기능력이 상승한 것이다.

비아그라는 우여곡절 끝에 199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발기부전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 때 청와대가 비아그라를 구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산병 예방 효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비아그라를 복용하면 혈관을 확장시켜 산소가 빠르게 공급되고 고산병 증상을 완화한다는 설명이었지만 화이자는 '비아그라는 발기부전과 폐동맥 치료제로만 허가받았을 뿐 고산병 예방약으로는 사용이 허가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발기부전 치료제는 복제약을 포함해 293종에 달한다.


달 착륙 우주선 아폴로 11호에 상비약으로 실리는 등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약' 아스피린(아세틸살리실산의 다른 이름)의 일생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아스피린의 기원은 버드나무 껍질로, 인류는 오래전부터 버드나무 껍질에 해열, 진통, 소염 작용이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의약품으로 사용된 아스피린의 121년 역사는 독일 제약사 바이엘의 펠릭스 호프만 박사가 1897년 세계 최초로 순수하고 안정적인 아스피린 합성에 성공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해열·진통·소염제로 널리 쓰였지만 작용 기전은 알지 못하다가 1971년 영국 존 베인 교수에 의해 규명됐다.

아스피린의 흥미로운 일생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비슷한 시기에 아스피린이 출혈을 유발한다는 부작용이 발견된 것이다.

바이엘은 이 부작용을 심혈관질환 예방약제로 개발하려고 연구했고, 1988년 심근경색 및 일과성 뇌허혈 발작 재발 방지용 치료제로 저용량 '아스피린 프로텍트'를 출시했다.

아스피린의 '뜻밖의 발견' 시리즈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아스피린이 대장암, 전립선암, 난소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심지어 발기부전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는 등 '만병통치약' 수준으로 광범위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바이엘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아세틸살리실산을 소재로 발표된 논문은 세계적으로 1900건이나 된다.


미용시술에 널리 사용되는 필러와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의 원료로 각광받는 히알루론산은 닭벼슬이나 소의 안구에서 추출한다.

원래 우리 피부와 관절 세포에서 자체적으로 생성되는 물질로, 콜라겐과 엘라스틴 섬유조직 사이에 들어 있다.

어렸을 때에는 풍부하게 존재하다가 노화가 진행되고 건조한 기후 등 환경적 요인의 영향으로 생성 능력이 급속히 감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g당 약 6ℓ의 수분을 포함하고 있고 자기 무게의 1000배 이상의 수분을 저장할 수 있는 천연 보습성분이다.

인체의 윤활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용 분야 외에도 관절염, 안구건조증 등 보습 성분이 필요한 질환에서 치료제의 주성분으로 사용되는 등 의료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그러나 닭벼슬 등에서 히알루론산을 추출하려면 고함량 제품을 만들기 쉽지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일동제약그룹의 일동히알테크와 휴온스글로벌 자회사 휴메딕스 등은 미생물 균주 발효로 초고분자 히알루론산을 생산한다.


일동히알테크 관계자는 "닭벼슬에서 히알루론산을 추출할 경우 동물성 단백질이 잔류할 수 있고, 합성 시 첨가하는 가교제 때문에 히알루론산 순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며 "2013년 국내 특허를 취득했고, 2016년 유럽과 미국, 작년에는 중국에서 차례로 히알루론산 생산 방법에 대한 특허를 따냈다"고 설명했다.


휴메딕스 관계자는 "히알루론산은 추출 공정과 함량, 농도, 순도, 농축법 등에 따라 보습력과 흡수력 등에 큰 차이를 보인다"며 "원활한 원료 공급과 기술적 노하우가 없다면 제대로 된 히알루론산을 만들기 어렵고, 이를 활용한 화장품과 치료제 등을 생산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직 재생 물질로 각광받는 PDRNⓡ은 연어와 송어 정액에서 추출한 세포재생 촉진물질이다.

PDRNⓡ은 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나트륨(Polydeoxyribonucleotide)의 약자로 DNA 조각이나 일반 DNA와 달리 유전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약리학적 활성을 나타낸다고 해서 PDRNⓡ이라고 부른다.

이 물질은 연어(Oncorhynchus keta)와 송어(Oncorhynchus mykiss) 정액에서 '고농축 DNA'를 추출한 폴리머 혼합물이다.


PDRNⓡ을 둘러싼 일화도 흥미롭다.

원래 이 물질은 이탈리아 산레모에 위치한 60년 된 제약사 마스텔리가 송어 생식세포에서 추출해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정상수 파마리서치프로덕트 대표는 마스텔리에서 수입하던 PDRNⓡ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본사와 전략적 제휴를 해 2008년부터 독자 개발에 도전했다.

강릉이 고향인 정 대표는 무지개송어와 같은 과인 연어에 이 기술을 응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김익수 파마리서치프로덕트 부사장은 "매년 강원 양양군 남대천으로 연어 수만 마리가 회귀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라며 "오랜 연구 끝에 2014년 독자 개발에 성공해 필러와 조직재생 주사제, 점안제 등을 내놓았고 재생의학 대표물질로 퇴행성 질환에 주목한 관절 건강기능식품과 다양한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또 "PDRNⓡ이 지금까지 미용성형이나 외부의 상처 치료에 주로 응용되었다면 위궤양이나 허혈성대장염처럼 내장기관의 상처로 생기는 질환 치료제까지 확산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용시술의 대명사인 주름개선 치료제 '보톡스'의 탄생에도 운명적인 뒷이야기가 있다.

보툴리눔 독소는 '맹독인데 치료제로 활용된다'는 정도의 연구적 가치만 주목받고 있었다.

눈을 뜨지 못하는 눈꺼풀 경련증 환자와 사시교정 치료제로 개발된 초기만 해도 미용 목적 사용이나 지금과 같은 엄청난 상업적 가치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캐나다 안과의사가 환자에게 보툴리눔톡신을 주사하다가 미간 사이의 주름이 없어지는 것을 발견했는데 피부과 의사인 남편이 이 효과에 주목해 양미간 주름개선 치료에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보톡스의 기원이 됐다.

보툴리눔 톡신은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이라는 박테리아가 배출하는 독소로 현재 자연에서 발견되는 천연독소 중 인체에 대한 독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툴리눔 균은 썩은 토양이나 뻘, 부패한 음식물 등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이 균 자체만으로는 치료제로서 가치가 없다.

상업적인 보톡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높은 좋은 균주를 확보하고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미용 시장을 평정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다시 치료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메디톡스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양성교근비대(사각턱) 소견 환자에게 자사 제품인 '메디톡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3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메디톡신은 사각턱 외에도 경부근긴장이상 치료, 특발성 과민성 방광증상을 가진 여성환자, 만성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바 있다.

성인의 양성 본태성 눈꺼풀 경련과 소아뇌성마비 환자 강직에 의한 첨족기형 치료, 뇌졸중과 관련된 상지국소 근육경직 등의 적응증에 대해서는 이미 허가를 받았다.

대웅제약휴젤도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고 세계 1위인 엘러간은 자사 제품 '보톡스'로 총 14개의 FDA 허가를 확보하고 있다.


1983년부터 장기이식 면역억제제로 사용되어온 사이클로스포린도 토양에 존재하는 곰팡이에서 개발됐다.

노바티스에 합병된 스위스 제약사 산도즈 연구팀이 1972년 노르웨이의 흙 속에서 발견한 곰팡이의 부산물로 사이클로스포린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 의약품은 당시 18%에 불과하던 간장이식 성공률을 단박에 68%까지 끌어올려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천연물 신약'과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도 치료제로서 가능성에 주목한 연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산약과 부채마 성분으로 만든 'DA-9801'로 미국 뉴로보 파머슈티컬스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코스닥 이전 상장을 준비 중인 엔지켐생명과학은 녹용에서 추출한 신약 후보물질 'EC-18'로 항암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개선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영진약품은 국내 자생식물인 '산꼬리풀' 추출물로 만성폐쇄성폐질환·천식 치료제 미국 임상 2a상을 마무리했다고 최근 밝혔다.

건강기능식품 회사 제이비케이랩도 아로니아에서 추출한 안토시아닌과 미역귀에서 추출한 후코이단 나노복합물질로 항암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보톡스처럼 독을 약으로 바꾸는 연구도 있다.

아피메즈는 봉독(꿀벌 산란관에서 나오는 독)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골관절염 등 통증 부위 주사제로 임상 3상 시험을 마치고 FDA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작년 창립된 한국독의약학회는 뱀독을 연구해 다양한 치료제를 개발할 예정이다.

학회에 따르면 기원전 7세기 인도 아유르베타 의술서에는 만성관절통과 복통에 뱀독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중국 명나라 때 본초학자 이시진이 엮은 '본초강목'에는 뱀 17종의 가치에 대한 기록이 들어 있다.

복어의 독 성분인 테트로도톡신이 신경통, 관절통, 류머티즘 진통제로 활용되는 것처럼 새로운 쓰임새를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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