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도입을 유예해주실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보험개발원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위원들을 초청해 새 보험회계 기준 IFRS17 도입의 내용과 영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나온 한 보험사 직원의 질문입니다.

새 회계기준 도입에 앞서 준비에 나서야할 보험사 직원들은 아직도 유예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질문의 대상이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감독당국도 아닌 기준서를 정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 위원이었다는 점에서 바뀌는 회계기준에 따라 막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할 수도 있는 업계의 절박함이 드러났습니다.

IFRS17은 오는 5월 중 공표 이후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세미나에 참석한 서정우 국제회계기준위원회 위원은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자본시장의 이해관계자들도 보험회사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는 회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새 회계기준에서 보험사들은 부채를 계약시점의 원가가 아닌 결산시점의 시가로 평가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과거 7~8% 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판 생명보험사들은 저금리 기조에서 막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서 위원은 "자산부채 관리 모형을 보험회사가 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을 제공했다"며 "수익변화를 당기순이익이 아닌 기타포괄손익에 일부를 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보험회사에는 굉장히 유리한 일종의 기회라고 볼 수도 있는 일부 옵션이 들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계약별로 보면 단기계약보다는 장기계약에 대한 영향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서 위원은 "1년 미만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현재 회계기준을 거의 그대로 적용하는 유형을 적용했기 때문에 거의 영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논쟁이 있었던 보험계약의 리스크에 대해 스티븐 쿠퍼 국제회계기준위원회 위원은 "보험사들이 보험계약별 상이한 수익성에 대해 손실부담계약을 공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보험계약의 리스크를 반영하는 과정에서는 포트폴리오를 통해 각 보험계약을 그룹으로 분류해 인식하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위원들의 발표를 들은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철저한 준비에 나서야겠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배준우 교보생명 전무는 "IFRS17 도입으로 그동안 발생하지 않았던 비용으로 잡지 않던 서비스나 옵션이 부채로 인식되면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며 "보험사들이 변액보험이라든지 단품형 상품에 집중하는 게 제대로된 대응 전략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문화 삼성화재 상무도 "앞으로는 보이지 않는 리스크가 회계상에 나타나게 된다"며 "재무적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인 상품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외에 계약자 배당이나 세법 등 아직 미흡한 분야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에 서 위원은 "새로운 기준서가 나오면 2년 이후에 기준서의 목적 달성, 보험회사의 어려움, 이용자들의 만족도 등을 검토해서 개정이 가능하다"고 답변했습니다.

[김용갑 기자 / gap@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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