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갑의 횡포'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 이어 최근 롯데홈쇼핑과
롯데푸드의 불공정 거래 행위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유통 대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운 납품업체와의 불공정 거래 관행이 롯데그룹에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최은진 기자입니다.
【 기자 】
식품으로 시작해 유통으로 성장한 롯데그룹.
마트, 백화점, 홈쇼핑 등 국내 유통분야 선두로 자리잡으며 '유통공룡'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롯데그룹이 대형 유통망이라는 '갑의 위치'를 이용해 협력·납품업체들에 불공정 거래를 일삼는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커졌습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는 납품업체에 수억 원의 판촉비용과 행사비용 등을 떠넘기고, 경쟁사에서 올린 매출자료 등을 부당하게 요구한 행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습니다.
공정위는 롯데백화점에 46억 원, 롯데마트에 3억 원 가량의 과징금을 물렸습니다.
국세청도 롯데 그룹 유통계열사를 상대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나서, 롯데그룹 내 역대 최대 규모인 600억 원대의 추징금을 부과했습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갑의 횡포'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
최근에는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이 납품업체들에게 방송 편의를 봐주겠다는 대가로 조직적으로 수십억 원의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가 적발됐습니다.
말단 직원인 MD부터 고위임원까지 납품업체들로부터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비리에 연루된 일부 임원은 퇴직한 이후에도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롯데홈쇼핑 비리 혐의가 불거지자 최근 사임한
롯데쇼핑 전 대표까지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롯데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롯데푸드도 협력업체를 부당하게 압박해 손실을 입힌 혐의로 공정위에 피소돼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롯데그룹에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들은 롯데그룹이 대형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는 갑의 위치를 이용해 부당·불공정 거래를 일삼는다며, 이미 고질적인 관행이 됐다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 롯데계열사 납품업체 관계자
- "(갑 행세는) 다른 유통업체들 가운데 롯데가 좀 특히 그런 편입니다. 자기네들이(롯데) 제일 크니까… 국내 유통시장을 잡고 있으니까 갑의 위치가 더 세고… 납품업체 직원들을 동반자처럼 생각하는게 아니고 위에 있는 것 처럼…"
갑의 횡포 논란이 쉽게 꺼지지 않자, 롯데그룹은 유통부문 전반에 대한 불합리한 관행과 불공정한 행위를 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은 쉽게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롯데그룹의 일부 유통계열사들은 납품업체에 재고상품을 떠넘기는 것은 물론 손실 차액까지 물게 하고 있습니다.
또 자사 점포의 신규 개점이나 리뉴얼 등에도 납품업체 직원들을 동원하고, 이에 협조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행위도 일삼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롯데그룹 납품업체 관계자
- "매장이 새로 오픈한다거나 리뉴얼 할 때 납품업체들 다 불러서 새벽 늦게까지 일 시키고… 납품업체 직원이 참여 못하게 되면 패널티를 주거든요. 물건 진열된 자리 안좋은 곳 준다거나…"
연이어 터져나오는 롯데그룹의 갑의 횡포 논란.
하지만 롯데그룹은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보다는 사외이사를 통해 비호세력을 늘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롯데그룹은 14명의 신규 이사를 선임했는데, 이 가운데 9명이 권력기관 출신들이었습니다.
청와대부터 국세청장, 장관출신까지 다양한 분야의 실력자들을 대거 포진시킨 롯데그룹.
이러한 권력기관 출신 인사 영입을 두고 일각에서는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정경유착'의 부작용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M머니 최은진입니다. [choi.ej@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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