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0.00%라더니... 이주비는 따로?” 수주전 ‘파격금리’ 주의보

과열되는 시공사 ‘금융조건’ 경쟁
자칫하면 금품 제공으로 해석될 여지도
이주비 등 대출 시중은행보다 낮으면 안 돼
항목별 대출금리·실현가능성 꼼꼼히 따져야

사진은 5월 2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단지 모습. [제공=뉴스1]
전국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시공사 수주전에서 단골 공약으로 파격적인 수준의 ‘사업비 대출금리’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주비, 추가이주비 등 시공과 관련없는 사업비에 대해서는 시공사가 시중은행 금리보다 낮게 제공할 경우 도시정비법 위반이 될 수 있기에 이에 대한 조합원들 유의가 필요해 보인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 사업 수주를 위해 대우건설은 최근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에 0.00%의 고정된 가산금리를 더한 금리로 사업비 전액을 조달하겠다고 공약을 홍보했다.

얼핏보면 측량설계, 용역비 등 시공과 관련된 비용은 물론, 이주비, 추가이주비 등 사업에 필요한 모든 비용에 적용되는 금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업비는 필수사업비, 사업촉진비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필수사업비는 측량설계, 용역비, 보상비, 부담금 등 시공 전반에 관련된 비용이다.

사업촉진비는 필수사업비 외에 사업촉진을 위한 모든 비용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기본이주비 이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추가이주비가 포함된다.


대우건설은 사업비 중 입찰보증금과 필수사업비에만 CD+0.00% 고정금리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주비와 함께 추가이주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촉진비에는 CD+0.00% 금리가 아닌 금융기관 경쟁입찰을 통해 정해진 최저금리로 조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주비와 추가이주비를 시중은행 수준의 금리로 조달하겠다는 의미다.


대우건설이 이와 같은 조건을 내건 배경에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제92조2’가 있다.

해당 조문에서는 건설사가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이주비 등 시공과 관련 없는 금액을 무이자나 제안 당시 가장 낮은 시중은행 대출금리보다 더 낮게 대여하는 조건을 내거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건이 사실상 금품 제공 등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낮은 사업비 대출금리는 시공사 수주전에 단골로 등장하는 공약이다.

최근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을 수주한 HDC현대산업개발은 사업비 대출금리를 CD+0.1% 고정금리를 제시했다.

하지만 앞선 사례처럼 이 금리는 입찰보증금과 필수사업비에만 적용되는 금리로, 이주비처럼 시공과 관련 없는 사업비 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 조건이었다.

반면 포스코이앤씨를 필수사업비 금리를 CD+0.7%, 추가이주비 금리를 CD+0.85%로 제시했다.


얼핏 보기에는 ‘CD+0.1%’가 낮은 금리로 보이지만, 사업비 항목별로 제안하는 대출금리가 다를 수 있으므로 단순한 숫자 비교보다 품목별로 꼼꼼히 따지고 실현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백준 J&K 도시정비 대표는 “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금융지원은 시중은행 금리 이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조합원들은 수주전 때 시공사가 당장 내미는 카드가 현혹적일지 몰라도 실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에는 수주전에서 이주비가 포함된 사업비 대출금리를 고정금리로 제시해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압구정2구역은 입찰 지침에서 사업비 대출금리를 CD금리에 고정된 가산금리를 더한 방식으로 제안하도록 했고, 한남4구역에서는 CD+0.78%의 고정된 가산금리를 홍보한 삼성물산이 수주권을 따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수주전 때 제안한 고정금리가 대출 시점 시중은행 금리보다 현저히 낮다면 이 또한 도정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토부는 “시행령에서 ‘제안 시점’의 금리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라며 “수주전 때 제시한 금리가 시중은행 금리보다 낮지만 않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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