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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 전경. 아실에 따르면 1만2000여 가구 대단지인 이 아파트의 전세 매물은 최근 190여 건 수준으로 급감했다. 매경DB |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새 정부가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고강도 대출 규제 정책이 서울의 전세난을 부채질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전세 물건이 2년 전보다 30% 가까이 줄어든 가운데 실거주 의무 강화 등의 조치까지 더해지며 전세 물량의 유통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0일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전세 물건은 2만4279건으로 지난해 같은 날(2만7862건) 대비 12.9% 줄어들었다.
2023년 대비로는 29.1% 감소한 수치다.
특히 대규모 주거지가 밀집된 강동구와 송파구 등의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강동구는 1년 전(3593건)보다 77.8% 줄어든 799건을 기록했고, 송파구도 같은 기간 3073건에서 1330건으로 56.7% 감소했다.
강동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20평대 소형 평수 전세 물건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데 물건이 없거나 있어도 가격대가 맞지 않는다"며 "적당한 가격의 전세 물건은 바로바로 계약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내 거주가 의무화됐다.
여기에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에 활용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금지되며 전세 물건 유통은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입주 물량 감소가 예정된 가운데 실거주 의무 강화로 인해 전세 물량이 부족해지면 결국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번 규제가 공급 부족 국면과 맞물리면 가을 이사철 전세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거론된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4043가구로 상반기 대비 약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저도 대부분 연말에 몰려 있어 가을철 전세 수요가 몰리는 3분기에는 공급 공백이 심화할 수 있다.
결국 입주 물량이 급감하고 전세 공급이 축소되는 와중에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세입자 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전세 물건이 줄고 주거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전셋값 상승세는 매매가 상승세를 뛰어넘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1~5월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가 0.42% 상승하는 동안 전셋값은 0.51% 올랐다.
전국 기준으로도 전셋값 변동률(0.13%)이 매매가 변동률(-0.29%)보다 높아 전세 수요의 압력이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전세의 월세화가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월세 계약은 24만579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6% 증가했다.
[박재영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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