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해외서 써보고 발견한 유망 종목
최근 영국 런던 소호에 위치한 ‘메종베르토’를 방문했다.
1871년에 문을 연 이 티룸(찻집)에서 3명이 스콘과 케이크, 티를 마신 대가로 35.9파운드를 계산했다.
파운드화나 실물 카드 없이도 단 1초 만에 쏜살같이 결제가 성사됐다.
가게 주인은 결제 수단에 별 관심이 없다.
돈을 받은 것으로 만족한 것이다.
계산서엔 6만6000원 상당의 35.9파운드만 찍혀 있다.
그러나 기자의 휴대폰 화면은 달랐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스테이블코인 가상카드로 49.8839테더(USDT)가 빠져나갔다.
찰나의 순간 애플페이에 연동된 코인 카드에선 실시간으로 파운드화에서 달러로 바뀐다.
그리고 49.8839테더가 코인 지갑에서 차감된다.
테더는 달러의 가치에 고정돼 있는 대표적 스테이블코인이다.
1달러와 1테더가 같다는 뜻이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테더의 점유율은 64%(올해 2월 기준)에 달한다.
휴대폰 화면에서 레돗페이(Redotpay) 카드 애플리케이션(앱)에 들어가 영수증을 확인해봤다.
결제 통화 순서는 ‘파운드화→달러(테더)’로 끝이다.
다만 미국 글로벌 카드회사 비자의 전산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결제대금의 1%를 수수료로 부과했다.
그래도 신용카드 결제와 비교하면 불필요한 해외 서비스 수수료나 환전 마진이 없어 훨씬 싸고 신경 쓸 일이 적었다.
같은 날 런던 소호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국내 신용카드를 긁어봤다.
이틀 후 신용카드 앱에서 확인한 금액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해외 이용 원금과 해외 이용 수수료, 결제 원금과 달러 환율이 어지럽게 표시돼 있다.
결제 통화 순서가 ‘파운드화→달러→원화’로 한 단계가 더 있어서다.
게다가 적용 환율도 달랐다.
카드사들이 결제 당일이 아닌 2~3일이 지난 시점의 환율을 적용하면서 1~2%의 환전수수료 마진을 추가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종의 수수료를 덧붙인다.
하나는 해외 브랜드 비자 수수료(약 1%)였고, 다른 하나는 국내 카드 자체 수수료(0.2%)다.
비자망 사용 대가 1%는 코인 카드와 같았으나 적용 환율이 더 높은 데다 자체 수수료도 붙다 보니 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해외 수수료·환전 마진 없어…실물 카드 없이 1초 만에 결제
스테이블코인 카드는 이처럼 해외에서 결제할 때 위력을 발휘한다.
실물을 갖고 다닐 필요가 없는 데다 실시간 적용 환율이라 미래의 환손실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레돗페이는 홍콩 블록체인 기업이 만든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카드다.
해외 여행객에게 유명한 ‘트래블월렛’처럼 일반 카드보다 비용이 절감된다.
게다가 코인 카드는 실물이 필요 없어 더 간편하다.
이처럼 결제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미국 정부가 스테이블코인을 인정해 규제 장벽을 철폐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더가 달러 가치와 1대1 연동이 가능한 것은 테더 운영사가 막대한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테더사의 미 국채 보유량은 약 1000억달러로, 독일(880억달러)보다 많다.
스테이블코인 카드는 쉽게 말해 달러 일종의 체크카드다.
일반 신용카드처럼 일종의 빚을 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 코인 자산 내에서만 결제할 수 있다.
달러 기반이어서 미국에서 사용하는 것이 환전 절차를 아예 없애 가장 합리적이다.
기축통화 달러와 비자 전산망이 만나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 전망이다.
스탠다드차타드에 따르면 현재 2300억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2028년 2조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세계의 중심 축인 레돗페이는 실물과 가상카드 모두를 발급해줬는데, 국내 가입자의 경우 실물카드 발급이 막혔다.
국내 금융당국이 미국과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원화의 사용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 자체 코인 생태계를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나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국내 코인 카드 가입자들은 10달러를 내고 가상카드를 만들 수 있다.
연회비가 없기 때문에 역시 신용카드보다 유리하다.
레돗페이 앱에 가입할 경우 5달러를 즉시 지급하니 사실상 발급 비용은 5달러다.
게다가 코인 거래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3분 컷’(3분이면 가입 완료)이라는 것이다.
레돗페이 앱을 깔고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계정을 만들 수 있다.
이어 신원확인(KYC) 절차를 거친다.
여권이나 주민등록증 혹은 운전면허증 중에서 제출할 신분증을 선택한다.
인증이 완료되면 가상카드를 선택하면 끝이다.
카드 생성에는 원래 10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1분 후 휴대폰 화면에 나타났다.
해외에서 코인 카드 결제는 크게 네 가지의 장점이 있었다.
투자로만 활용되던 디지털 자산을 실제 소비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장점이다.
디지털 ‘통화’로서 격상되는 순간이다.
은행이나 카드사 등 전통 금융사(레거시)의 특권이었던 ‘신용 측정’에서 금융 소비자들이 자유로워진 것도 이점이다.
KYC 절차는 있지만 그 사람이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 따지는 절차는 사라졌다.
코인만 보유하면 그 자산으로 결제가 가능해서다.
향후 코인 카드로의 폭발적 결제가 예상되는 것은 앞서 살펴본 대로 비용 절감이다.
업계 관계자는 “레거시들이 마음대로 적용하던 자체 환율과 수수료에서 해방되는 것만으로도 결제 혁명”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코인 카드사가 전 세계 결제망에 탑승한 것도 제대로 통했다.
글로벌 결제망은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양분하고 있다.
해외여행객의 경우 분실 위험 때문에 손에 들고 다니는 실물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코인 가상카드는 확실한 대안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자와 같은 ‘코린이’(코인 초보 투자자)의 경우 3분 컷이 아니라 반나절이 걸렸다.
코인 카드를 만드는 것은 쉬웠지만 그 결제 자산이 되는 스테이블코인(테더)을 확보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코인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원화 가치 하락과 자금세탁, ‘김치 프리미엄’에 대한 우려로 코인 기반 결제에 대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어 걸림돌이 많다”고 전했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비싸 차익 거래가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해외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서 레돗페이 앱으로 보내면 카드 결제 준비가 끝난다.
그러나 국내 사람들은 당국의 규제로 인해 해외 거래소(바이낸스 기준)를 통한 직접 전송이 불가능했다.
국내 코인 거래소에서 테더를 사서 이를 다시 바이낸스로 보내고, 여기서 레돗페이로 보내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양쪽의 앱을 번갈아 들어가 코인 지갑 주소를 입력하는 등 보통 복잡한 게 아니었다.
매번 코인을 보낼 때마다 드는 전송 수수료(1달러)도 대표적 단점 중 하나다.
금액과 상관없이 건당 1달러의 수수료는 거래가 많은 사람에겐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 정책 불확실성도 문제다.
과거엔 해외 거래소 가입은 물론 레돗페이의 실물카드 발급도 가능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언제든 국내인의 코인 카드 결제가 막혀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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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연합뉴스] |
코인 카드 신규 매출 맞이한 비자…年14%씩 배당금 올려
코인 카드 결제 혁명은 국내 레거시들의 아성을 흔들고 있다.
레돗페이의 국내 진출 본격화는 신용카드사와 간편결제사(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삼성페이 등), 결제대행사와 외화 기반 결제 스타트업 등의 공멸을 가져올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런던에서의 코인 카드 결제는 철저하게 ‘코리아 패싱’(한국 관련 기업 소외) 과정이었다.
한국 돈은 물론 수수료가 많이 붙는 한국 카드는 꺼낼 필요가 없었다.
비자의 결제 네트워크를 사용했으며 휴대폰의 애플페이로 계산하느라 국내 간편결제사들이 낄 자리는 없었다.
월스트리트는 코인 결제 시장의 성장으로 비자와 애플, 메타플랫폼(메타)을 최대 수혜주로 꼽고 있다.
비자의 주가는 최근 사상 최고가를 찍으며 고공 행진 중이다.
애플 주가는 최근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메타의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9일(현지시간)까지 19% 오르며 미국 주요 빅테크(매그니피센트7) 중 가장 강력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로 매출 하락을 걱정했던 비자는 최근 코인 카드 결제 덕분에 매번 1%의 수수료라는 새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를 맞이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9월 말 결산 법인인 비자의 2025사업연도 예상 매출은 395억4710만달러다.
이는 전년도 대비 올해 매출이 10.1% 늘어난다는 뜻이다.
주당순이익(EPS)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기존 전산망을 활용하면서도 코인 신규 이익이 잡히고 있어서다.
같은 기간 EPS 증가율은 13.1%로 추정된다.
배당 투자자들에게도 비자는 매력적이다.
비자의 2020년 주당 배당금은 1.22달러였다.
2025년도는 2.38달러가 예상된다.
연평균복합성장률 기준 배당성장률은 14.3%에 달한다.
이는 비자가 매년 이만큼 배당금을 인상해줬다는 뜻이다.
관세전쟁으로 인한 매출 부진 예상에도 코인 시장 성장에 따라 애플의 매출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25년도(9월 결산) 애플의 예상 매출은 사상 처음 4000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4.1%다.
애플의 향후 1년 도달 가능 목표주가는 227.74달러로 나온다.
9일 현재 주가 대비 약 12%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메타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글로벌 결제 시스템 도입을 가장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빅테크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코인베이스와 스테이블코인 플랫폼 ‘에코’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진저 베이커를 부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2019년 메타는 가상자산 ‘리브라’를 발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나 미국 정부의 규제에 막혀 이 사업을 2022년에 접은 바 있다.
월가 관계자는 “메타는 자체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급여를 지급하려고 한다”며 “인스타그램에선 코인으로 결제하는 것을 상용화해 이 시장의 성장세를 이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메타의 올해 예상 매출은 1869억1240만달러다.
작년보다 매출이 13.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EPS 성장률 역시 10%로 두 자릿수다.
다만 월가의 평균 목표주가와 현 주가가 거의 일치할 정도로 주가가 많이 올랐다.
코인 등 새 시장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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