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시장 지하 카페에 설치된 다윈KS의 CTM 기기. (다윈KS 제공)
장면 1. 서울 명동. 캐리어를 끌고 어딘가를 찾듯 두리번거리는 동남아시아에서 온 듯한 젊은 여성이 눈에 띈다.

손에는 몇 장의 필리핀 페소 지폐. 환전소를 찾아 헤매던 그녀의 발길이 멈춘 곳은 노랑 바탕의 어느 무인 기기 앞. ‘DTM’이라 적힌 화면에는 다양한 국기와 함께 ‘외화 환전’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여성이 조심스럽게 페소 지폐를 투입구에 넣자, 기기는 순식간에 권종과 금액을 인식한다.

잠시 후, 화면에는 실시간 환율과 함께 받을 수 있는 원화 금액이 표시되고, 여성이 확인 버튼을 누르자 원화 지폐 다발과 함께 교통카드 한 장이 나온다.

한국 여행은 이렇게 한결 편해졌다.


장면 2. 검은색 백팩을 멘 서구권 남성이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하며 서울 남대문 지하 카페로 들어선다.

그러더니 노란 바탕의 ATM처럼 생긴 기기 앞에 섰다.

기기 화면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 로고로 가득하다.

능숙한 솜씨로 QR코드를 스캔하자, 그의 디지털 지갑과 기기가 연결된다.

원하는 만큼의 테더(USDT)를 입력하고 환전 버튼을 누르자, 잠시의 로딩 후 기기에서 현금 다발이 쏟아져 나온다.

갓 뽑은 현금을 주머니에 넣은 그는 옆 편의점으로 곧장 향한다.

복잡한 은행 계좌 이체나 카드 결제 없이 디지털 자산을 실물 화폐로 손쉽게 바꾸는 풍경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을 현금으로 바꾸거나, 현금을 가상자산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자동화 기기가 일상 속에 속속 들어오고 있다.

이런 무인 환전 서비스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바로 다윈KS의 이종명 대표다.

KB국민은행(옛 주택은행) 시절 국제금융, 외환 업무를 다루다가 명예퇴직 후 비대면 본인 확인 신분증 스캐너를 개발하며 본격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차세대 ATM 기기인 DTM, CTM 개발은 물론 최근에는 카이아 블록체인 DLT 재단과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카이아는 2024년 카카오와 라인이 개발한 클레이튼, 핀시아의 통합법인으로 2억5000만명 이상의 잠재적 사용자를 보유, 아시아 최대 웹3 생태계를 보유한 곳으로 유명하다.


다윈KS는 카이아와 손잡고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과 실물 화폐를 연결, 국경을 초월한 송금, 다이렉트 외화 환전, 선불카드, 택스리펀드 등 하이브리드 결제 사업 확산을 도모하기로 했다.

카이아 USDT, 가상자산 카이아(KAIA) 보유자들은 다윈KS의 DTM에서 비대면 본인인증(KYC) 과정을 거친 후 바코드와 QR코드 리더기를 활용해 디지털 자산의 입금, 환전 출금, 선불카드 충전 등의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될 계획이다.

그 밖에 자세한 내용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이종명 다윈KS 대표. (다윈KS 제공)
Q. 대형은행 출신인데 DTM, CTM 개발을 하게 된 배경이 이채롭다.


은행 근무 시절, 중국 현지에서 ATM 기기의 한계와 외환 서비스의 불편함을 직접 겪으며 무인 금융 서비스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당시 은행에 외화 환전 등 ATM(Automated Teller Machine) 확장 제안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비대면 본인확인 기술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퇴직 후 키오스크 스캐너 개발에 몰두했고, 우여곡절 끝에 멀티 콤보 스캐너 개발에 성공하며 다윈KS를 설립했다.

2017년 비트코인을 접하며 블록체인 기술이 국제 송금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보안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확신, CTM(Cryptocurrency ATM) 개발로 이어졌다.


Q. 다윈KS DTM이 시중은행 ATM 기기와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
DTM은 외국환 금융 서비스 전문 ATM 기기다.

시중은행 ATM과 달리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고객이다.

내국인 신분증(여권 포함)과 전 세계 여권을 인식해 위변조를 판별하고 판독한다.

환전 내역을 정부 기관에 보고하고, 자금세탁방지(AML, Anti-Money Laundering) 기능도 완벽히 제어한다.

인공지능(AI) 안면 인식 기술을 결합해 본인확인(KYC)을 강화하며, 고객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빠르고 편리한 ‘고객 비인지 KYC’를 구현했다.

외국환 지폐 환전뿐 아니라 선불 교통카드 충전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Q. CTM 개발 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임시 허가를 받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
2020년 3월 ‘블록체인 플랫폼과 연동한 암호화폐 ATM & POS(Point of Sale)’로 ICT(정보통신기술) 규제 샌드박스(신속확인) 인증을 받았다.

이후 본인확인 기술에 대해 다시 신청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와 과기부 간의 관할 문제로 시간이 지연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다윈KS의 기술이 금융뿐 아니라 출입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받아 2023년 11월 임시 허가를 취득했다.

시중은행이 시도하지 못한 서비스를 작은 핀테크(FinTech) 기업이 진행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편견 없이 심사해준 과기부에 감사한다.


Q.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 CTM을 운영하게 된 노하우는?
처음엔 설치 공간 확보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해외 진출에 앞서 한국에서 먼저 성공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명동 환전소에 첫 CTM을 설치할 수 있었던 것은 환전소 사장이 비대면 외화 환전 DTM(Digital ATM) 운영 현황을 체험하고, 다윈KS의 콤보 스캐너(여권 스캐너)를 수년간 사용하며 본인확인(KYC) 기술의 우수성과 편리함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자동 판독 및 전자 장부 기록으로 업무 효율을 크게 높여준 우리 기술에 대한 신뢰가 결정적이었다.


Q. 주로 어떤 고객들이 이용하는가?
DTM은 15개국 85종 외국환 지폐를 실시간 환율(하나은행 제공)로 환전하고 선불 교통카드(제품명: 코나 DTK 카드) 충전을 제공한다.

달러, 엔화, 위안화가 많지만, 한류 영향으로 동남아시아 관광객(필리핀 페소, 태국 바트 등) 이용도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현지에서 높은 수수료를 지불했던 외화 환전 대신 DTM의 낮은 수수료(3% 내외)에 만족한다.

CTM은 이미 한국 포함 69개국에서 사용 중이며 사용자 국적도 다양하다.

테더(USDT)를 이용하면 3.5% 수수료로 환전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든 서비스는 외국인에게만 제공된다.


Q. 전통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의 국내 최초 협업 사례인 DTM 부산 서면 컬래버에 대해 설명해달라.
2020년 기재부의 ‘외환 서비스 혁신 방안’ 발표 후, 제1금융권에서만 가능했던 외환 서비스를 제2금융권 및 핀테크(FinTech) 기업에도 확대하는 규제 완화가 추진됐다.

우리는 다수의 은행에 비대면 환전 ATM 서비스를 제안했지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취지에 공감한 애큐온저축은행과 손잡고 블록체인 특구이자 관광 특구인 부산에서 먼저 DTM을 오픈했다.

이는 비대면 외국환 서비스 분야에서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 간 국내 최초 협업 사례로 기록됐다.


Q. 코나아이와 공동 개발한 선불(교통)카드 발급 및 충전 서비스의 기대 효과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의 발달된 카드 결제 시스템에 맞춰 현금 대신 카드를 원한다.

교통 기능까지 가능한 카드를 즉시 발급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다윈KS는 시중은행 카드사와의 협업이 어려웠지만, 기술과 사업 비전을 이해해준 코나아이와 손잡고 ‘코나 DTK 카드’를 탄생시켰다.

이는 DTM에서 즉시 현금 환전과 함께 카드 충전 및 발급이 가능하게 해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한다.

DTM은 리테일(Retail), 관광을 넘어 의료 관광 시장으로도 확장될 계획이다.


Q. DTM과 CTM 서비스의 해외 진출 전략과 다윈KS가 그리는 미래 금융 인프라의 모습은?
현재 미국은 암호화폐 ATM 시장의 88%를 점유하지만 자금세탁방지(AML, Anti-Money Laundering)를 위한 고도화된 KYC 기술이 부족하다.

한국에서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운영 중인 다윈KS는 이 점을 강점으로 삼아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우리는 법정 화폐(FIAT) 환전 중심의 DTM, 가상자산(CRYPTO) 환전 중심의 CTM, 그리고 이 둘을 결합한 MTM(멀티 ATM)을 주력 모델로 삼는다.

MTM은 한국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Q. 다윈KS의 장기적인 목표는?
블록체인 핀테크 산업은 결제 혁신, 탈중앙화 금융, 디지털 자산의 성장으로 발전 중이다.

미래에는 더 빠르고 안전한 금융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다윈KS는 비대면 본인 확인 전문 기업으로서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인증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역할이다.

생체 인식, AI(인공지능) 기반 위험 분석 등 고도화된 인증 기술과 규제 준수를 통해 보안성과 편리함을 극대화할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MTM 공급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해 ‘블록체인 세상의 시티뱅크(City Bank)가 되자’ ‘We are Changing, World should too(우리가 변화하고 있으니, 세상도 그래야 한다)’를 실현하는 것이다.


코나아이와 손잡고 시작하는 신규 서비스. (다윈K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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