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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LA 다운타운에서 불법이민단속에 반대하는 시위대 [로이터 = 연합뉴스]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단속·체포에 반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벌어진 시위가 닷새째로 접어든 가운데 LA 시 당국이 도심 일부 지역에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시위는 뉴욕·시카고 등 미국내 10여개 대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 육군 창설 250주년 열병식이 열리는 오는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맞불 시위’가 예고되면서 미국 전역에서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태다.
10일 캐런 배스 LA 시장은 오후 기자회견에서 LA 다운타운(LADT) 지구 내 주요 시위 지역인 1제곱마일(약 2.6㎢)을 대상으로 이날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발령한다고 밝혔다.
배스 시장은 “로스앤젤레스 시내에 지역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반달리즘(공공시설 등의 파괴·훼손)과 약탈을 막기 위해 통행금지령을 발령한다”고 밝혔다.
배스 시장은 통행금지령이 며칠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추후 지속 여부를 다시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짐 맥도널 LA경찰국장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이 명령을 위반하는 사람은 “체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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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LA 다운타운에서 시위 관리 중인 경찰들 [로이터 = 연합뉴스] |
LA 시위가 닷새째로 이어지면서 경찰 명령에 불응하거나 불법 행위로 체포되는 사례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경찰은 시위 현장 일대에서 전날 114명을 체포한 데 이어 이날 197명을 추가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은 도심 주요 고속도로인 ‘101 프리웨이’를 불법으로 점거한 67명이 체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불법이민자 단속·추방에 반대하는 시위는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뉴욕, 시카고 등 다른 주요 도시로 확산하고 있다.
AP와 CNN 등에 따르면 시위는 미국 10여개 대도시로 확산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와 새너제이, 샌타애나, 오리건주 포틀랜드, 워싱턴주 시애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텍사스주 댈러스와 오스틴, 샌안토니오, 일리노이주 시카고, 켄터키주 루이빌, 조지아주 애틀랜타, 테네시주 멤피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 뉴욕주의 뉴욕 등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비판하는 집회·시위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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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시작돼 미국 전역으로 확산된 가운데 10일(현지시간) 뉴욕시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뉴욕에서 나가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왼쪽). 이날 워싱턴DC 시내에선 시민들이 “단속을 중단하라. 주방위군은 로스앤젤레스(LA)에서 철수하라”는 피켓을 들고 정부에 항의하고 있다. [UPI·AP = 연합뉴스] |
전국적인 시위는 오는 14일이 정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 열병식 행사가 열리는 날이다.
NBC는 “트럼프는 왕이 아니다”라는 뜻의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미 전역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열병식이 열리는 과정에 시위자가 있으면 “엄중한 무력”(heavy force)에 직면할 것이라며 강경 진압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현지에 파견된 주방위군이 언제까지 주둔할 것이냐는 질문에 “위험이 없어질 때까지”라고 답했다.
지난 7일 동원된 2000명의 주방위군에 이어 9일 결정된 2000명의 주방위군과 700명의 해병대 추가 파견까지 포함하면 LA시위에 투입되는 병력 규모는 4700명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 병력이 시위대를 직접 진압할 수 있도록 반란법(Insurrection Act)을 발동할 것이냐는 질문에 “반란 행위가 있으면 분명히 발동할 것”이라며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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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 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육군 기지인 포트 브래그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이번 시위를 “외국 깃발을 든 폭도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의 침공을 지속하기 위해 수행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이와관련 이번 시위의 배경이 된 불법 체류자 추방 정책을 설계한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의 존재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이민관세단속국(ICE) 본부를 방문해 불법체류자 추방에 더 속도를 내라고 다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지시 이후 ICE와 연방수사국(FBI) 등이 불법체류자 단속에 범위를 현격히 늘리면서 미국 사회 내 갈등이 급격히 악화했다.
한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LA 내 병력 투입을 막아달라며 이날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은 법원에서 즉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사건을 맡은 찰스 브레이어 연방 판사는 이날 긴급 명령을 내려달라는 뉴섬 주지사 측의 요청을 거부하고 양측의 의견을 듣는 심리 기일을 잡았다고 CNN과 NBC 방송 등이 전했다.
브레이어 판사는 추가 답변 시간을 달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다음 날 오후까지 답변서를 제출하도록 했으며, 오는 12일 오후 정식 심리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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