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재벌들 몸집 키우기 움직임에
금융당국 고강도 규제로 견제 나서
피인수기업 동의 등 승인요건 강화
대주주보다 ‘예금자·일반주주’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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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금융가 전경 <사진=CTBC 파이낸셜> |
대만이 금융 재벌 간 ‘몸집 키우기’ 경쟁에 따른 시장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인수합병 규제 문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주주·직원 보호’를 명분으로 공개 매수 시 인수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최초 매수 규모를 현 10%에서 25%로 올릴 태세다.
대만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10일 이 같은 내용의 ‘금융지주회사 투자관리방법’ 및 ‘상업은행의 투자전환 준수사항 준칙’ 개정 내용을 공개하고 60일간의 의견청취에 들어갔다.
위원회는 관련 조문에서 공개 매수 가격이 불확실해 주주 권익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피인수 기업이 상장사일 경우 오직 현금으로 매수할 것을 명문화했다.
또 금융사 간 인수 합병이 금융 시장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시장 질서와 안정을 위해, 그리고 양사 경영 안정과 고객 및 직원 권익을 고려해 최초 투자 비율을 기존 10%에서 25% 이상으로 올렸다.
이와 함께 공개 매수 조건을 동의 없이 외부에 공개할 수 없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금융당국과 매수 방식을 둘러싼 동의가 확정되기 전에 시장에 풍문으로 흘러나가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일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금융당국 승인을 얻으려면 인수 대상 회사로부터 공개 매수에 대한 이의가 없음을 나타내는 이사회 결의를 받거나, 과반수 지분 혹은 의석을 확보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블룸버그는 관련 보도에서 다수의 금융 기업이 번잡한 경쟁 관계를 형성하는 대만 금융시장에서 금융당국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차단하기 위해 규제를 높이려 한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지난해 하반기 CTBC 파이낸셜이 신콩 파이낸셜 홀딩스를 인수하려다 금융당국의 승인 거부로 좌절된 사례를 언급하며 “많은 분석가들이 2300만 인구가 거주하는 섬에 비해 금융 그룹이 너무 많은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대만의 금융지주사들은 대만의 부호 가문이 지배하고 있으며, 푸본과 캐세이 파이낸셜 홀딩스는 채씨 가문이, 신콩과 타이신은 우씨 가문이 설립했으며 CTBC는 구씨 가문이 소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규제를 높이는 게 부담스럽지만 금융 서비스가 소수 금융 재벌들로 재편되기보다 여러 공급자가 공존하는 ‘다양성’ 생태계를 유지하는 게 수요자와 시장의 지속가능 성장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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