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미 희토류 ‘회심의 공격’
2차 미중 무역협상 핵심 의제
희토류-AI칩 ‘주고받기’ 전환
美 대중 수출 규제 변화 따라
HBM·GDDR 양대 수요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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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트렌즈 리서치&어드바이저리 |
어제, 그리고 오늘 영국 런던 시내 정부 건물인 랭커스터 하우스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경제 부처 수장들이 머리를 맞대는 2차 고위급 무역회담입니다.
지난달 1차 제네바 회담에서 양측은 상호 관세율을 115%포인트 낮추고 특히 미국은 추가 협상 심화를 위해 30%의 대중 신규 관세율을 90일 유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런던에서 진행되는 2차 회담은 미국이 주도권을 잡았던 1차 때와 180도 달라졌습니다.
중국이 미국 제조업의 공급망의 초크포인트인 ‘희토류’를 무기로 미국의 콧대를 완전히 꺾어놓은 것입니다.
이번 2차 런던 회담 성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 주석과 정상 간 통화를 하기 위해 사실상 매달리는 듯한 애처로운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급기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중국과 대화하기가 어렵다(tough)고 하소연할 정도로 희토류 카드는 미국을 애걸복걸하는 처지로 바꿔놓았습니다.
그리고 이 희토류 공격은 한국이 런던 협상 결과에 주목해야 할 중요한 이유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협상 결과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중요한 기회 요인이 마련되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에 새로운 그래픽 D램(GDDR) 공급 기회가 조성될 가능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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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factory. <이미지=엔비디아> |
사정은 이렇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역공으로 인해 보다 다양한 양보 카드를 마련해야 할 판입니다.
그중 하나가 대중 첨단 반도체 관련 수출 통제 수위를 낮춰 중국의 희토류 보복을 중단시키고 공급을 정상화해달라고 요청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최근까지 미국 CNN과 CNBC 등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이 반도체 수출 통제 수위를 낮출 수 있지만 AI 패권이 달린 엔비디아의 H20 AI칩 판매 금지를 해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입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에 따르면 일부 마이크로칩 규제는 완화하더라도 첨단 사양의 엔비디아 칩 통제를 해제할 수 없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기류입니다.
엔비디아는 H20 칩 금지 조치로 인해 이미 1분기 재고 및 주문량에서 55억 달러를 상각(write-down)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현재의 H20이나 호퍼 아키텍처의 성능을 더 낮추면 시장에서 쓸모가 없어진다며 미국의 수출통제를 우회할 새로운 대안을 고민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대만 IT 전문 매체인 트렌드포스는 대중국 새 수출 제품으로 엔비디아가 수출 통제를 일으키는 민감 품목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신 GDDR를 쓰는 저전력, 다운스케일 버전의 ‘RTX PRO 6000’를 맞춤형으로 제작해 출시할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원래 계획에서 HBM 메모리를 GDDR7로 바꾸는 방식으로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고 트렌드포스는 보도합니다.
이 핵심 공급자가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입니다.
트렌드포스는 “엔비디아는 삼성에서 만든 GDDR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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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GB GDDR7 D램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
중국의 희토류 공격에 놀란 트럼프 행정부가 런던 회담에서 예상을 깨고 과감히 H20 관련 수출통제를 해제하면 HBM 시장에서 강제된 수요가 정상화해 우리 기업들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됩니다.
설령 CNN 등 미국 매체들의 예상대로 화끈한 반도체 수출통제 완화가 없다면 엔비디아는 대중 대체 수출 상품을 만들 것이고 이는 한국 메모리 기업들이 생산하는 GDDR7 제품에 대한 주문 확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HBM을 GDDR로 대체한 AI 서버가 과연 만족할만한 성능을 구현할지에 대해 이미 엔비디아는 삼성·SK 기술진과 만나 기술 돌파구를 논의했을 수 있습니다.
런던 협상 결과와 젠슨 황 CEO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HBM과 GDDR 양쪽에서 수익을 고도화하고 숨을 고르며 체력을 비축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오늘 밤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의 문을 열고 나오는 양국 협상단 중 누가 웃는 표정을 지을지 삼성과 SK가 숨죽여 지켜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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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미중 양국 고위급 무역 협상 대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상무 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 장관, 허리펑 부총리, 왕원타오 상무 부장, 리청강 국제무역담당 대표 겸 상무 부부장.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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