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지식포럼 ◆
미·중 무역전쟁이 90일간의 휴전으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그러나 동맹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관세 협상은 좀처럼 진전이 없다.
협상 테이블엔 어떤 파고가 몰려오고, 한국은 어떠한 전략을 준비해야 할까. 매일경제는 오는 9월 세계지식포럼을 찾는 일본 국제정치·지경학 권위자인 스즈키 가즈토 도쿄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사진)에게 이에 대한 답변을 들어봤다.
스즈키 교수는 미·중 패권 경쟁, 통상 협상, 한일 안보 협력 연구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문가다.
다음은 일문일답.
―90일간의 미·중 '관세전쟁 휴전' 이후를 어떻게 예상하나.
▷90일간의 유예는 구체적인 협상을 위한 시간 확보 차원이다.
유예 기간이 종료되면 미국이 중요 분야에 대해 낮은 관세율(10%)을 설정하고 부분적인 면제를 부여하는 한편, 전체적으로는 24%에서 54%까지 관세를 인상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 34% 수준에서 부과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중 관세전쟁의 결말은.
▷도널드 트럼프 1기 때는 결국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감면 없이 유지되는 결과로 끝났다.
이번엔 54%의 관세가 부과되겠지만, 협상을 통해 낮은 관세가 적용되는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54%라는 관세율은 형식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나머지는 위안화 평가절하 등으로 대응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등으로 미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어 미국도 결국 양보를 강요받게 될 것이다.
―일본도 미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일 관세 협상은 일본이 자동차 관세 철폐를 요구하면서 비관세 장벽 등 다른 분야에서 양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자동차 관세를 철폐할 의사가 없다.
협상은 장기화할 것이고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일부 저관세 할당량을 설정해 실질적으로 낮은 관세가 적용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일본은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이다.
일본 정부가 이를 협상 카드로 내밀 수 있나.
▷가능은 하지만 실제 일본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면 미국의 분노를 불러일으켜 일본에 역풍이 불 것이다.
오히려 일본은 국채를 매각하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해 미국을 안심시키는 게 중요하다.
―일본 정부는 협상 카드로 미국과 조선 분야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조선 산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콕 집어 협력을 요청한 분야다.
▷미국의 조선 및 정비 능력을 고려할 때, 일본과 한국 모두에 의존하더라도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조선 분야에서 한일은 경쟁 관계라기보다는 협력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조선 분야 협력을 기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국 규정상 군함의 해외 건조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정비가 중심이 될 것이다.
―미국의 고관세 정책을 일본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1980년대 미·일 무역 마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관세가 부과돼 일본 제품 가격이 올라가더라도 일본은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일본은 미국 내 생산을 늘리고 일본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고가에도 팔릴 환경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미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이 유의해야 할 점은.
▷현재 미국에 가장 중요한 것은 관세다.
경제 안보, 투자, 환율 등 이슈도 관세 협상을 위한 논의로 이해된다.
다만 미국이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확대하려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알래스카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에 필요한 투자는 워낙 막대해 실제로 실현되기 어렵다.
조선업 분야 협력은 한국 기업에 이익이 될 수 있다.
비관세 장벽은 철폐돼도 미국산 제품이 한국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은 작으므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미국이 각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환율 문제를 제기한 배경은.
▷미국은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제안한 '마러라고 합의' 실현 전략으로 통화 문제를 다루고 있다.
미국은 약달러를 유지하면서 다른 나라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100년물 등 장기채로 전환하도록 유도해 달러 신뢰와 채권 시장 안정을 꾀할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밖에 없어 비현실적이다.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다.
한일 관계에서 개선해야 할 점은.
▷한일 관계에서 지난 60년간 가장 진전이 없는 분야는 군사 협력이다.
지금까지는 미·일, 한미의 양자 동맹이 우선시돼왔다.
윤석열 정부 이후 한·미·일 3국 협력이 진전되고 있는데, 이는 큰 변화였다.
새로운 한국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펼칠지는 불확실하지만, 미국이 동맹을 중시하고 있는 만큼 한일 간 안보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새 정부가 한일 관계에서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새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 의지가 있는지는 불명확하다.
안보 협력이 우선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현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새 대통령이 6월 22일(60주년 기념일)에 '한일 관계가 아시아의 중심이며 이를 위해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길 기대한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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