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 경제가 견조하다고? 트럼프가 만든 ‘고용 착시’ 경계해야 [★★글로벌]

5월 美비농업 일자리 13.9만개 확대
대부분 언론 ‘견조 흐름’ 긍정적 평가
중요한 수치 변화는 노동참여율 축소

美고용 떠받친 ‘저임금 외국인’ 이탈
작아진 그릇에 피자만 커 보이는 ‘착시’
인건비 부담이 몰고올 경제 충격 예고

트럼프 국경정책이 바꾼 시장 역학서
투자자들, 헤드라인 이면 수치 읽어야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시내에서 시민들이 연방 정부의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가두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美 5월 고용, 트럼프 관세 우려에도 예상 웃돈 13만9000명·견조한 고용시장’
지난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5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 폭에 대해 외신과 국내 매체 보도의 제목은 대체로 이와 같은 긍정적 분위기였습니다.


트럼프 관세 여파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수치를 보니 14만명에 육박하는 양호한 데이터가 나왔다는 것이죠.
그런데 최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일부 매체들의 기사를 보면 대표 숫자 아래 흐르는 것들을 더 잘 봐야 한다는 경고가 도드라집니다.


다름 아닌 통계 착시에 대한 문제로, ‘사라진 구직자’ 때문에 신규 일자리와 실업률이 양호하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바로 경제활동인구입니다.


(그리고 이는 지금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흔들고 있는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와 관련이 있습니다.

)
월스트리트저널과 악시오스 등이 지적하는 통계 착시의 위험성은 이렇습니다.


트럼프 이민 단속 여파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미국을 탈출하거나 혹은 종적을 감추거나 미국 국경으로 다시 진입하지 못하면서 일자리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역학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이죠.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래서 13만9000명이라는 신규 일자리 증가 규모보다 ‘62만5000명’으로 작아진 경제활동인구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13만9000명의 신규 고용과 5.2%라는 양호한 5월 실업률 이면에는 미국 고용시장에서 62만5000명으로 축소된 경제활동인구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이에 따라 노동참여율이 62.4%로 전달 대비 0.2%포인트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하락하는 노동참여율(단위=%)
지난 바이든 행정부의 실패한 국경 정책은 역설적으로 미국 고용주들이 저렴하게 외국인 노동자를 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고 이는 미 고용 시장을 부양한 원동력이었습니다.


워싱턴 시애틀의 스타벅스 매장부터 텍사스 오스틴의 테슬라 기가팩토리에 이르기까지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 인력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에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추방 작전이 전개되면서 고용시장을 떠받쳐온 역학이 깨지고 있는 것이죠.
월스트리트저널과 악시오스는 시장 전문가들의 이 같은 분석을 소개하며 헤드라인 데이터 뒤에 숨은 숫자들을 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미국 신규 일자리를 피자로 비유하자면 5월 들어서도 크게 잘 부풀어 오른 듯 보이지만 실제는 그 피자를 담는 그릇(경제활동인구)이 더 작아져서 피자 크기가 커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죠.
이는 정부 정책결정 과정에서 통계 착시를 경계할 때 거론되는 ‘생존자 편향’과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군은 자국 전투기 격추율을 줄이기 위해 미국은 각계 석학들을 불러 놓고 대책을 세웁니다.


생존해 돌아온 전투기의 피탄 부위를 분석해 어느 부위에 총탄을 맞았는지를 파악하고 그 부위를 집중해서 보강하자는 전략이었습니다.

보강하는 부위와 양이 많아질수록 전투기가 무거워져 연료 효율이 떨어지니 생존성과 비행 능력에서 최적점을 찾으려는 시도였죠.
그런데 이 접근법의 근본적인 문제는 생환하지 못한 전투기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생환 전투기에 박힌 부위보다 오히려 맞지 않은 부위를 보강하는 게 맞는다는 ‘생존자 편향’ 통찰이 나왔습니다.


수학자인 조던 엘렌버그는 ‘틀리지 않는 법’이라는 저서에서 수학자 생존 복귀한 비행기에 박힌 총알구멍만 헤아리는 것은 조종사들의 총알 회피 능력을 판단하는 눈가림에 불과할 뿐이라고 꼬집습니다.


5월 비농업 일자리 데이터에서는 이런 생존자 편향의 오류가 관찰됩니다.


통계 이면에 전개되는 트럼프 추방 전쟁의 맥락을 읽으면 향후 고용 시장을 이탈하는 무수한 외국인 근로자와 이에 따라 미국 고용주들이 떠안게 될 인건비 상승 압박 및 투자 위축이 쓰나미가 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는 향후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부터 실물경제의 공급망 흐름과 인플레이션 심화 등 다양한 형태로 미국 경제에 파급될 것입니다.


자욱한 최루탄으로 상징되는 트럼프의 초강경 국경 정책은 언뜻 사회면 뉴스로 보이지만 미국 고용시장의 급소인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 문제를 건드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뀌는 시장 역학을 지난 5월 늘어난 비농업 일자리가 아닌 노동참가율 수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학자 조던 엘렌버그의 경고처럼 물가와 고용 데이터를 보도하는 언론은 물론 투자자들도 이런 격변의 시기에서 총에 박힌 총알(헤드라인 데이터)만 치우쳐 판단을 흐리는 오류를 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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