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불법 이민 단속 반대 시위 격화…트럼프 “주방위군 2천명 투입”

이틀째 불법이민자 강압적 단속에
이민자단체 대규모 반발 시위 벌여
당국, 고무탄·섬관탄 동원 강경 진압

트럼프, ‘반란’ 근거로 군 투입 논란
“주지사가 지원 요청도 안 했는데
대통령 주방위군 통제는 60년만“

7일(현지시간) LA 이민 단속 반대 시위 현장에 투입된 이민 당국 요원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압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과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이틀째 이어지면서 갈수록 격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 2000명 투입을 명령했다.


7일(현지시간) LA에서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강압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과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틀째 이어졌다.


LA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30㎞ 떨어진 패러마운트 지역의 히스패닉계 이민자 거주 지역에서는 시위대 수백 명이 이민 당국 요원들과 충돌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보도했다.


시위대는 “그들을 풀어줘라. (이곳에) 머물게 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순찰 차량에 돌과 시멘트 등을 던졌다.

이민 당국 요원들은 고무탄과 섬광탄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거리 곳곳에서는 나무와 쓰레기 등이 불에 타 연기가 솟구쳤다.


이민 당국은 LA에서 대대적인 히스패닉계 불법 이민자 단속과 체포 작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주 이 지역에서 불법 이민자 등 약 120명을 체포했다고 NYT는 전했다.


ICE의 강압적인 단속에 이민자와 옹호단체의 반발과 저항은 거세지고 있다.

ICE 등 이민 당국 요원들이 체포 과정에서 저항하거나 저지하려는 사람들을 위협하기 위해 공포탄을 쏘는 등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체포한 이민자들의 두 손을 등 뒤로 묶은 채 호송용 승합차에 태우는 모습도 포착됐다.


시위가 격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 2000명 투입을 명령했다고 백악관은 이날 전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곪도록 방치된 무법 상태에 대응하기 위해 주방위군 2000명을 투입하는 내용의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민주당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이 시위 진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연방정부가 개입해 폭동과 약탈자들을 해결할 것”이라고 적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엑스(X·옛 트위터)에 “폭력이 계속될 경우 인근 캠프 펜들턴의 현역 해병대원들도 동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헤그세스 장관에게 연방 기능과 재산 보호를 위해 정규군도 재량에 따라 투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방위군 투입 명령이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주방위군 병력 통제권은 대부분의 경우 주지사들이 갖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의 권한을 우회한 것이다.

LA 당국은 연방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즉각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의 조치는 선동을 의도하는 것으로,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뿐”이라며 “이것은 잘못된 정책이며, 공공의 신뢰를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이 주지사의 요청 없이 주방위군을 소집한 것은 60년 만에 처음이라는 점이 논란을 더 키웠다.

싱크탱크 브레넌 정의센터의 엘리자베스 고이테인 선임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린드 존슨 대통령이 1965년 민권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앨라배마에 군대를 보낸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UC버클리대 로스쿨 학장 어윈 체머린스키는 “연방 정부가 주지사의 요청도 없이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을 장악해 시위를 진압하는 것은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라며 “정부가 국내 반대 의견을 억누르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방위군 투입 명령은 ‘연방 정부가 국가방위군 병력을 미국 법전 제10권 제12406조에 근거한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제12406조는 ’미국 정부의 권위에 대한 반란이나 반란의 위험이 있을 경우‘ 연방 정부가 주방위군을 배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대통령이 침략을 격퇴하고, 반란을 진압하고, 해당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규모의 주 방위군 구성원과 부대를 연방 복무에 소집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주방위군 투입 명령서에도 ”시위나 폭력 행위가 법 집행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한, 그것은 미국 정부의 권위에 대한 반란의 한 형태로 간주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하순부터 대규모 불법 이민자 단속에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주도하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지난달 하순 ICE 회의에서 하루에 불법 이민자 3천명을 체포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100일간의 하루 평균 체포자 수(665명)와 비교해 4배가 넘는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연간 100만 명 이상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이날 엑스에 LA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 영상을 올리고 “미국의 법과 통치권에 대항하는 반란(insurrection)”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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