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전쟁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통해 무역 협상 재개에 합의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대만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양국의 발표 내용이 달라 빠른 해결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통화한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방금 시 주석과 최근에 체결하고 합의한 무역 협정의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매우 좋은 통화를 마쳤다"며 "대화는 거의 전적으로 무역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밝혔다.

또 후속 협상 계획에 대해 "양국 협상팀이 곧 결정될 장소에서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참모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6일 미·중 무역회담이 일주일 안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다음주 중 약 1개월 만에 무역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협상팀에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포함한 것이다.

그동안 미국 측 협상팀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끌었다.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와의 무역 협상도 '2+2 형식'에서 '3+3 형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러트닉 장관의 협상팀 합류는 관세 정책에 희토류 등 광물 자원을 엮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시 주석과의 대화에 대해 묻는 말에 "모든 복잡성 문제를 해결했다"고 답했다.

희토류 문제를 설명할 때 사용한 '복잡성'을 다시 한번 꺼낼 정도로 희토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묻어난 대답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희토류를 포함해 핵심 광물 및 파생 제품 수입으로 인한 국가 안보 영향을 조사할 것을 러트닉 장관에게 지시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미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가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했다.

진찬룽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6일 자신의 SNS 계정에 "희토류는 중국이 손에 쥔 비장의 카드"라며 "트럼프가 SNS에서 희토류를 특별히 언급한 것도 그가 이 문제를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협상팀에 합류한 러트닉 장관은 미래 경쟁력 우위에 필수적인 반도체 분야도 무역 협상 수단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원 세출위원회가 전날 개최한 청문회 영상에 따르면 증인으로 출석한 러트닉 장관은 "(투자액의) 4% 이하를 약정하는 것이 10%를 제공하는 것보다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10%는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에 투자하기로 결정해 보조금을 확정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각각 대미 투자액의 10%대에 이르는 보조금을 받기로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미국 정부와 계약을 체결했다.


미·중 정상이 통화를 대외적으로 공식 공표한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은 통화 도중 고맙게도 영부인과 나를 중국에 초청했으며, 나도 이에 화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백악관 집무실에서 메르츠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어느 시점에 중국을 방문할 것이고, 시 주석도 여기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측은 시 주석이 이날 통화에서 미국이 중국에 취한 부정적 조치의 철회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미 관계라는 큰 배의 항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우리가 방향을 잘 설정해야 한다"며 "여러 방해나 심지어 이를 파괴하는 것을 배제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이 이날 통화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응당 신중하게 대만 문제를 처리하고, 극소수 '대만 독립' 분열 분자가 중·미 양국을 충돌과 대결의 위험한 지경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대만 문제가 논의됐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같은 대화를 하고서도 양측은 '동상이몽'을 한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중국을 담당했던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베이징과 워싱턴의 통화 내용 보고에 대한 비대칭성은 시진핑이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고, 트럼프는 자신의 요구에 대한 많은 양보를 얻지 못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이번 통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미국 측의 합의 이행 여부를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화통신이 운영하는 SNS 계정 뉴탄친은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에 대해 "의심할 여지 없이 중요한 순간"이라면서 "중·미 관계에 있어 중요한 지침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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