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상전문가들 “美 관세 정책 오래가지 않을 것”…달러 대신할 기축통화 도입 주문도

제20회 제주포럼서 트럼프 2기 무역·통상정책 영향 조명
제프리 쇼트 선임연구원 “대미 투자 강요하려다 역효과”
박태호 원장 “보편·일부 품목 관세 빼고 철회 가능성 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29일 ICC제주에서 열린 제20회 제주포럼 ‘트럼프 2기 무역·통상정책의 영향과 주요 아시아 국가의 대응 전략 및 전망’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주포럼 사무국 제공]

글로벌 무역·통상 전문가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정책이 다자무역협상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세계 경제의 침체를 가져올 수 있고,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재판부도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를 근거로 발동한 모든 관세 행정 명령을 무효화한다고 결정하면서 추진력을 잃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 통화 체제가 이번 ‘관세전쟁’의 구조적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새로운 기축통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정책연구소’의 제프리 쇼트(Jeffrey Schott) 선임연구원은 29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에서 진행된 제20회 제주포럼 ‘트럼프 2기 무역·통상정책의 영향과 주요 아시아 국가의 대응 전략 및 전망’ 세션에서 “전 세계 국가와 기업을 상대로 미국으로의 투자를 강요하기 위해 추진한 관세 정책이 오히려 투자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프리 쇼트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급진적이고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펼치는 이유로 ‘리밸런싱’(rebalancing)을 꼽았다.


그는 “트럼프는 미국이 국제사회에 많이 기여했다고 믿는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 많은 시간과 재원을 할애했고, 시장도 개방했다”며 “그러나 기여에 대한 대가는 없고 무역적자는 커지자 무역 장벽을 높이는 방식으로 리밸런싱, 즉 재조정해 불공평을 상쇄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많은 국가가 우려하는 것은 대미 수출이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상호관세 도입, 품목 관세 등 추가 관세 인상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특히 관세 정책의 규모, 범위, 기간의 불확실성 때문에 미국으로의 투자를 미루거나 의지를 잃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투자를 강요하기 위해 관세 정책을 바꿨지만 오히려 반대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 역시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트럼프는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가 상대국들의 높은 관세와 불공정한 장벽 때문에 발생한다고 믿는다.

미국 내 투자와 소비가 저축보다 많았기 때문에 생기는 거시경제적 불균형 때문이라는 많은 경제학자들의 지적과 정반대”라며 “지금의 관세 정책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고, 중국이나 유럽연합 등이 보복 관세로 대응한다면 세계 무역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오래 지속될 것 같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10%의 보편 관세와 일부 품목 관세만 유지되고 나머지는 철회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날 세션의 좌장을 맡은 김진표 ㈔글로벌혁신연구원 이사장(전 국회의장)은 관세전쟁의 구조적 원인을 타개하기 위해 달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완화하고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기축통화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발 관세전쟁을 국제 통화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반복적인 위기라고 진단한 김 이사장은 “미국은 달러의 국제적 공급과 경상수지 적자라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

장기적으로 달러를 보완할 새로운 기축통화 창설을 목표로 ‘글로벌 금융 라운드 테이블’을 운영해야 한다”며 “미국 국채의 만기 구조 개편, 외환보유고의 다각화 등 단기과제와 함께 새로운 기축통화 대안으로 각국 보유 원자재와 법정통화 등 복합 담보를 연동하는 스테이블 코인 ‘디지털 방코르’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국제통화체제 개혁을 시작하자는 내용의 ‘제주포럼 이니셔티브’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제주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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