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비상사태 근거로 내린 트럼프관세
국제무역법원, 전면 ‘무효화’ 결정 명령
미국 국제무역법원 판결문. <자료=미국 국제무역법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가 비상사태를 명분으로 발동한 보편·상호관세, 펜타닐·국경 관세가 ‘취임 전’ 상태로 리셋된다.


28일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재판부는 미 헌법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과세 권한을 부여했으며 이는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대통령의 비상권한으로도 뒤엎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발동한 모든 관세 행정명령을 무효화한다고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펜타닐 관세와 보복관세, 상호관세는 IEEPA를 근거로 하고 있다.

과거 판례를 보면 사법부는 대통령의 IEEPA 권한 행사에 대해 대체로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IEEPA 활용은 이 권한을 적성국에 대한 경제 제재가 아닌 무분별한 관세 인상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역대 어떤 행정부 사례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은 물론 미국과 포괄적인 무역 협상을 벌이는 각국이 미국 법원 판단을 주목하고 있었다.


이날 국제무역법원 결정을 이해하려면 이 법의 모태인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적성국과 무역 금지를 규정한 적성국교역법(TWEA)을 따라가야 한다.

이법을 근간으로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외환, 무역 등 국제 경제 활동을 제한하는 별도 권한이 부여되는 IEEPA가 태어난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법에 해당하는 TWEA에서 국제무역법원은 한 차례 대통령에게 위임된 권한이 너무 과도해서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요시다 인터내셔널이라는 업체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TWEA 발동과 이에 따른 신규 관세율에 반발해 소송을 냈는데 국제무역법원이 이를 위법하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날 국제무역법원 판단은 54년만에 “관세 권한의 무제한 위임은 위헌이 될 수 있다”라며 “IEEPA의 대통령 관세 부과 권한 규정은 요시다 사건과 마찬가지로 수입을 규제하는 것으로 읽을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이를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면 위헌적인 권한 위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은 이에 따라 IEEPA를 근거로 발효한 모든 관세 명령을 무효화하고 이를 금지하라고 결정했다.

이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에 ‘열흘’의 시간을 부여해 이 기간 중 트럼프 행정부가 사법부 판단에 부합하는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그러나 법원 판단을 사법 쿠데타라고 비판하며 즉각 항소한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 판결에 대해 미국 매체와 법조계 반응을 보면 “수십년만에 가장 중대한 통상 관련 판단이 나왔다”는 평가와 함께 현재 미국과 무역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또 항소법원 판결 전까지 트럼프 관세전쟁이 힘이 빠진 채 소강 상태에 접어들 가능성과 더불어 항소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히기 전에 미국 수입 업자들이 열심히 재고를 쌓아둘 가능성도 유력하게 나온다.


이날 국제무역법원 판단은 총 3명의 판사가 만장일치로 결정됐으며 이 중 제인 레스타니와 티머시 레이프 등 2명의 판사가 각각 공화당 출신 대통령인 레이건과 트럼프 행정부에서 지명됐다.


평소 자신을 전통 보수적 성향이라고 말하던 제인 레스타니 판사도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를 위헌적 월권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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