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왕래 年1200만명 시대
韓 차기정부도 흐름 살리길
韓日, 경쟁자이자 상호보완
보호무역 등 공동대응 필요
한일청년캠프 참여 학생들
“평생 친구 생겨” 말해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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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회 한일경제인회의가 ‘격동하는 비즈니스 환경, 새로운 미래를 함께 창조’를 주제로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사사키 미키오 한일경제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한일 경제인들은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연계와 협력을 통해 서로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경제에서 양국은 경쟁 관계에 있는 동시에 보완 관계도 가능해 파트너로서 서로 손을 잡는 데 이보다 바람직한 상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바라보는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87·사진)은 “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양국 경제인의 관계는 흔들리지 않았다”며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2010년부터 일한경제협회 수장을 맡으며 양국 간 교류 확대에 힘을 써온 사사키 회장은 28일 끝난 제57회 한일경제인회의를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물러났다.
후임은 고지 아키요시 아사히그룹홀딩스 회장(73)이 맡게 됐다.
사사키 회장은 “국교정상화 60주년이라는 의미가 있는 해에 한일 경제관계 발전을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해온 사람이 후임으로 일하게 됐다”며 “앞으로는 협회 명예회장으로서 양국 교류 발전에 계속해서 힘을 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사사키 회장과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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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 미키오 |
―국교정상화 이후 60년간 정치적 긴장이 경제협력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한일 관계는 문재인 정부 시절 ‘역대 최악’이라고 표현될 정도의 상황에 빠졌지만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결단과 이에 부응한 일본 정부에 의해 극적으로 개선됐다.
한일 양국 경제인들은 최근 양국 정부의 노력을 크게 환영하고 경의를 표하고 있다.
―일한경제협회가 양국 경제협력을 위해 많은 애를 썼다.
▷양국 경제협회가 함께 개최하는 한일경제인회의는 국교 정상화 4년 뒤인 1969년에 1차 회의를 연 뒤 올해까지 57회를 맞이했다.
양국 재계 선배들의 열의와 노력으로 양국 관계의 부침 속에서도 한 번도 중단 없이 매년 이어오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회의 때마다 ‘공동 성명’이라는 형태로 양국 정부에 제언를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공통 현안과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분단과 대립이 진행되는 환경에서 동아시아 이웃 국가인 한일은 안보 측면과 국제 질서 부분에서 많은 과제를 공유하고 있다.
또 저출산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생기는 노동력 부족과 성장 둔화, 간병 인력의 확보 등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도 공통된 과제다.
양국 경제협회는 현재 위원회 형태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변화로 상호 협력 지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큰 변화가 생겼다.
경제 안보적인 측면에서 볼 때 공급망 재구축은 필수적인 과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 정책이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한일 기업이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으려면 안정된 환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양국이 머리를 맞대고 공동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미래 협력의 기반을 닦는 것도 중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양국 젊은 세대의 교류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양국 경제협회는 한일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의 교류가 중요하다는 점을 끊임없이 주장했고, 이를 위해 오랜 기간 청소년 교류 사업을 추진해왔다.
대표 사업인 ‘한일 고교생 교류 캠프’는 최근까지 27차례 진행됐고, 양국 학생 2400여 명이 거쳐 갔다.
캠프를 경험한 학생들에게서 “평생 친구를 얻었다” “앞으로 한일을 지탱하는 가교가 되겠다”는 말을 듣고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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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손을 맞잡은 김윤 한일경제협회장(왼쪽)과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장. [도쿄 = 이승훈 특파원] |
―일본과 비교할 때 한국 경제의 강점과 과제는.
▷한국은 근면하고 우수한 인재가 많고 기술력 또한 높다.
의사결정 속도에서도 일본과 비교하면 월등히 빠르다.
한일 양국 기업은 서로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성공을 이끌어왔다.
한일이 연계한 제3국 협력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한일 양국의 협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가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한일은 이웃 국가일 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존중하고 많은 과제를 공유하고 있다.
양국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연계해 공동 대응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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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 폐막식에서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과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이 공동성명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
―다음달 선출되는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바람은.
▷지난해 양국을 왕래한 사람이 1200만명을 넘어섰고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일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더욱 확대하고 양국 관계가 더욱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새 정부에 기대한다.
―일한경제협회 회장으로 뛰었던 지난 15년에 대한 소회가 궁금하다.
▷2010년에 회장으로 취임해 한일 관계를 15년 동안 지켜봤다.
취임 이듬해인 2011년 터진 동일본 대지진 사태 때 한국 경제계로부터 의연금을 포함해 다양한 지원이 전달된 것에 대해 크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한일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고, 2019년에는 ‘역대 최악’이라고 불릴 정도가 됐다.
지금처럼 개선되기 시작한 것은 2022년이다.
이처럼 한일 간에 우여곡절과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항상 신뢰를 지켜온 양국 경제인 덕분에 흔들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퇴임을 계기로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최근 한일 관계가 좋다고 해도 정치와 경제는 자전거의 두 바퀴에 해당된다.
정치 관계가 안 좋았을 때 사업을 철수할 수밖에 없었던 일본 기업인을 많이 지켜봐왔다.
현재의 양호한 양국 관계가 한층 확대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 사사키 미키오 회장은...
△1937년 도쿄 출생 △1960년 와세다대 공학부 졸업 △1960년 미쓰비시상사 입사 △미쓰비시 인터내셔널 코퍼레이션 사장 △1998년 미쓰비시상사 사장 취임 △2004년 미쓰비시상사 회장 취임 △2010~2025년 일한경제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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