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광고업계의 전설적인 인물인 마틴 소렐 경(Sir Martin Sorrell)은 "디지털 광고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각 국가의 개별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해 최적의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1~23일 방한한 그는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광고가 주도하는 세상에서는 점점 더 파편화되는 각 국가와 개별 소비자의 수요에 보다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계 1위 광고·마케팅 기업인 WPP의 최고경영자(CEO)를 33년 동안 역임하고, 2018년 WPP를 나온 뒤에는 디지털 광고 전문회사 S4 캐피털을 창립해 성장시킨 주역이다.


이번 방한 기간 중 그는 국내 주요 광고주의 고위 임원진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그는 S4 캐피털 회장을 맡고 있다.


소렐 회장은 마케팅 시장에서 디지털 광고 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소렐 회장은 "지난해 글로벌 광고 시장에서 지출액은 약 1조달러(약 1361조원)였는데, 이 중 디지털 광고가 70%를 차지했다"며 "2030년까지 그 비중은 80%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세계화 초창기만 해도 모든 나라의 시장에서 모든 소비자가 똑같이 행동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 글로벌 시장은 점점 더 파편화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분쟁 등을 겪으며 파편화가 더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편화된 시장에서는 로컬 마켓의 차이점에 집중하는 유연한 마케팅 실행 능력과 혁신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며 "구글 등 글로벌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효과적으로 소비자 정보를 파악하고, 이에 기반한 맞춤형 광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플랫폼에 산재해 있는 각 국가의 개별 소비자 데이터를 종합하고, 이를 활용한 개별 국가와 소비자 맞춤형 광고를 제작하는 역량이 다소 부족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분야에 회사 인력과 자금을 집중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여러 지역과 국가의 천차만별 상황에 유연히 대처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의 채용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소렐 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기업과 광고업체들의 마케팅은 보통 한국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고, 한국 밖에서 인재를 채용하는 경우도 드물다"며 "미국이나 영국의 마케팅 기업 대비 글로벌 역량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글로벌 인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마케팅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S4 캐피털이 퓨마를 위해 오직 인공지능(AI)만 사용해 만든 광고를 보여주며 "한국 기업들은 상품과 서비스에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국내외 마케팅에 기술을 적용하는 데는 느린 편"이라며 AI 등 첨단 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마케팅 분야에 접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소렐 회장은 한국 기업의 글로벌 마케팅 역량에 10점 만점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달라는 질문에 "아쉽지만 5~6점에 그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 등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웃소싱을 활용할 필요가 있지만, 결국 회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요 메시지를 다양한 지역과 국가에 문화적 차이를 넘어 전달하려면 회사 자체의 마케팅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렐 회장은 WPP를 세계 1위 광고·마케팅 기업으로 자리 잡게 만들어 이름을 떨쳤다.

WPP의 시가총액은 1985년 당시 100만파운드(약 19억원)에 불과했지만, 소렐 회장이 퇴임하던 날에는 160억파운드(약 30조원)를 돌파했다.


2018년 WPP를 떠난 소렐 회장은 전통적인 광고·마케팅 기업 모델을 혁신하기 위해 순수 디지털 콘텐츠와 데이터 기반의 S4 캐피털을 설립했다.


[김제관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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