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중증 환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게 허용하는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며 조력 사망 합법화의 첫 관문을 넘었다.
27일(현지시간) 프랑스24와 르몽드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하원은 이날 찬성 305표, 반대 199표로 해당 법안을 가결했다.
상원 심의 후 다시 하원의 법률 검토를 거쳐야 최종 합의가 이뤄진다.
카트린 보트랭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해당 법안이 2027년엔 최종 투표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조력 사망과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들 대열에 프랑스도 합류하게 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윤리적 존중을 주장하며 조력사망법을 강력히 추진해왔다.
이날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된 후 마크롱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중요한 진전"이라며 "민감성과 의구심, 희망의 존중 속에 내가 희망하던 형제애의 길이 점차 열리고 있다"고 글을 올려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번 법안은 심각하고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이 상당히 진행돼 지속적으로 신체적·심리적 고통을 겪는 환자가 직접 요청해 삶을 마감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기준은 '건강 상태가 돌이킬 수 없이 악화해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 상태'로 규정했다.
다만 신체와 심리의 고통이 동반돼야 하고 심리적 고통만으로는 조력 사망이 허용되지 않는다.
환자는 분명하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경우에만 조력 사망을 요구할 수 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알츠하이머 등 신경 퇴행성 장애가 있는 환자, 이 밖에 명료한 분별력이 없는 경우엔 조력 사망을 요구할 수 없다.
만 18세 이상으로 프랑스 시민권자이거나 프랑스에 거주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환자가 조력 사망 요청서를 제출하고 의료진이 이를 승인하면 유효기간 3개월의 치사성 약물 처방전이 나온다.
환자는 의사나 간호사
대동하에 직접 해당 약물을 투여해 죽음에 이른다.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선택하려는 움직임은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다.
죽음을 선택하는 방법은 크게 조력 사망과 적극적 안락사 두 가지로 나뉜다.
연명 치료 중단 등의 소극적 안락사는 이미 허용하는 국가들이 많다.
조력 사망은 의료진이 처방한 약물이나 주사를 환자 본인이 직접 투여한다.
반면 적극적 안락사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약물이나 주사를 투여한다.
[한지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