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폭탄보단 싸게 먹힌다”…EU, 나토 ’5% 국방비 제안’에 협상 속도

[워싱턴 EPA = 연합뉴스]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유럽이 다양한 협상안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 안보 무임승차’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나토 회원국 국방비를 다음 달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나토 수장이 직접 공개석상에서 국방비를 GDP의 5%까지 인상한다고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관세 방어를 위해 상대적으로 더뎠던 미국과의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뤼터 사무총장은 미국 데이턴에서 열린 나토 의회연맹 춘계총회에 참석해 32개 회원국이 다음 달 정상회의에서 GDP의 2%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국방비를 5%까지 인상하는 데 합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뤼터 사무총장은 관련된 질의가 나올 때마다 아직 논의 중이라며 구체적인 수치 언급을 꺼렸다.


뤼터 사무총장은 직접 군사비로 GDP의 3.5%를 지출하고, 나머지 광범위한 안보 관련 분야에 1.5%를 추가 지출해 총 5% 목표를 충족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나토 회원국들은 2014년 국방비를 GDP의 2%까지 올리는 인상안에 합의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고 이행이 더뎌 ‘무늬만 합의’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기준 GDP의 2%를 넘긴 회원국은 32개국 중 22개국에 그쳤다.


뤼터 사무총장은 “‘2024년까지 2%를 달성하자’고 말만 해놓고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2014년처럼 합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원국별로 매년 고려해야 하는 명확한 증액 폭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도 속도를 낸다.

26일 EU의 무역 정책을 총괄하는 마로시 셰프초비치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좋은 전화통화”를 했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밝혔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집행위는 EU와 미국 간 합의를 향한 건설적이고 집중된 노력을 계속 기울일 것”이라며 “우리는 지속적으로 연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양측 간 통화는 지난 23일 이후 사흘 만에 이뤄졌다.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이던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진전이 없다”며 돌연 오는 6월 1일부터 EU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관세 집행 연기를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수용해 오는 7월 9일로 부과일을 늦췄다.

파울라 핀호 EU집행위 수석대변인은 “전화 통화에서 협상을 가속하기로 합의했고 정상 간 연락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원활한 협상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시정을 요구하는 부가가치세·수입 규제 등 이른바 ‘비관세 장벽’ 문제에 대한 양측 간 이견은 그대로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한편, 일본도 다음 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세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미국이 자동차 관세 조치 재검토에 여전히 신중해 양측 간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다고 일본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오는 3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과 4차 양국 관세 협상에 나설 예정이라고 요미우리신문 등은 27일 전했다.

양국은 지난 23일 3차 협상 이후 일주일 만에 다시 대면하기 위해 조율 중이다.

4차 협상에서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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