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로봇 굴기…세계 첫 격투기 대회까지'중국제조 2025'를 통해 육성된 중국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산업이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하는 위치까지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로봇 격투기 대회에 참여한 업체 중 하나인 중국 유니트리의 로봇이 사람과 격투기를 하는 모습. 유니트리


중국 정부가 10년 전 제조업 강국 도약을 위한 로드맵으로 발표한 '중국제조 2025(메이드 인 차이나)' 계획에 이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첨단 기술 산업을 육성하는 새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적자 해소와 자국 제조업 부흥을 목표로 대중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서도 꿋꿋이 제조업 육성 방침을 고수하는 모습이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2015년 중국제조 2025 계획을 발표한 후 약 10년 만에 후속 산업 육성 전략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새 산업 전략은 향후 10년간에 걸쳐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 등 첨단 기술 분야 육성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설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새 제조업 로드맵은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전후로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서방 국가들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기존 이름(중국제조 2025)과는 다른 명칭을 쓸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새 제조업 전략에서 반도체 부문을 앞세운 건 기존 계획을 통해서는 선진국 대비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선 정책으로 10년간 중국의 제조업은 비약적인 성과를 거뒀으나 반도체 부문의 성장은 상대적으로 더뎌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제조 2025가 집중 육성 대상으로 삼은 13개 핵심 기술 가운데 중국은 고속철, 태양광 패널, 무인기(UAV) 등 5개 분야에서 글로벌 1위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봇, 의약품 등에서는 아직 추격자의 위치다.


서방 국가들이 강력한 반도체 부문 대중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긴요해진 기술 자립의 필요성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수출 통제로 네덜란드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최신 제품을 사용할 길이 막힌 상태다.

블룸버그는 "중국 업체들이 최고급 (반도체) 장비에 접근할 수 없게 되면서 기술 발전의 큰 장벽이 되고 있다"며 "국산 반도체 장비 산업 육성은 중국의 최우선 과제"라고 전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할 중장기 경제성장 로드맵인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도 수립 중이다.

해당 계획에는 국내총생산(GDP) 내 제조업 비중을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담는 방안이 검토되는 중이다.

또 GDP 대비 민간 소비 비중 목표치를 설정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으나 수치 제시에 대한 부담감을 이유로 최종안에는 반영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소비 활성화보다 제조업 육성에 더 비중을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첨단 제조업 분야 육성의 뜻을 꺾지 않으면서 미국 제조업 부활을 꾀하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마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 관세와 수출 통제 조치로 중국 경제를 제조업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유도하겠다는 목표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제조업 역량이 위축될 경우 미국 제조업의 판로가 열리면서 적자 일변도의 무역수지를 개선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철강과 의약품, 반도체 등에서 미국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디커플링(공급망 완전 분리)'의 목적도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지난 12일 미 경제방송 CN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 많은 제조업이 필요하고, 그들은 더 많은 소비가 필요하다"며 "함께 균형을 맞출 기회가 있다.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소비 활성화보다 제조업 강화를 택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도 실현이 어려워진다.

중국은 고용과 안보 유지를 이유로 제조업을 계속 중시해왔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유럽이 무역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비판해온 기존 전략을 중국이 유지할 방침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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