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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AFP=연합뉴스 |
덴마크가 은퇴 연령을 단계적으로 상향해 2040년에는 유럽 최고 수준인 만 70세로 올리기로 했다.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이 뒤로 밀리면서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BBC,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덴마크 의회가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은퇴 나이 상향 조정안을 승인했다.
70세 정년은 1971년생부터 적용된다.
덴마크는 공식 은퇴 연령을 기대수명에 연동하는 방안을 2006년에 채택하고 5년마다 조정해왔다.
현재 은퇴 연령은 67세로 이번 조정안 승인에 따라 2030년 68세, 2035년 69세, 2040년 70세로 높아질 예정이다.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늦춰지면서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특히 육체적 노동을 하는 블루칼라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지붕 수리공으로 일하는 토마스 옌센(47)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변화는 불합리하다”며 “우리는 계속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고 있지만 계속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평생 세금을 냈다”면서 “자녀·손주들과 함께할 시간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선 지난 몇 주간 퇴직 연령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예스페르 에트루프 라스무센 덴마크 노동조합 연합 위원장은 “덴마크는 건강한 경제 상황을 갖고 있는데도 유럽연합(EU)에서 은퇴 연령이 가장 높다”며 “은퇴 연령이 높아진다는 것은 사람들이 존엄한 노년 생활을 누릴 권리를 잃게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노동계의 격렬한 저항에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기대수명과 은퇴 연령을 연동해 자동 연장하는 현 제도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인정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1년 더 일해야 한다고 계속 말할 순 없다”면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제도를 만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기대수명 연장에 따른 연금 예산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유럽 전역에서 은퇴 연령이 상향 조정돼왔다.
이탈리아의 표준 연금 수령 연령은 67세인데, 이 수치 역시 기대수명 추정치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내년에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2023년에 연금 수령 연령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높였다가 전국 곳곳에서 폭동 수준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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