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美 조선업을 돕는 진짜 가치? 흔들리는 ‘달러 패권’을 지켜준다는 뜻입니다 [★★글로벌]

美 추락한 조선업 재건 돕는 한국
국방 우위 완충→달러 패권 유지
美국방력의 요체 ‘지출 우월주의’
재정적자에 발목 잡혀 악화 경로
韓기업·정부, 당당한 목소리 내야

최근 미국 재무부 채권 이자율이 다시 급등(채권 가격 하락)하며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달러 패권의 유효성에 시장이 물음표를 던지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포린어페어즈, 포린폴리시 등 외교 전문 매체와 초당적 싱크탱크들에서도 흔들리는 달러 패권을 단순한 미 국채 시장의 변동성으로 인식하지 않고 미국의 지정학 패권 위기로 확장해 조명하는 평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관련 분석글 중 우리 정부가 주목해야 할 맥락이 하나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한국의 대미 조선업 협력이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학을 만들게 된다는 점입니다.


달러 패권을 이끄는 미국의 국방비 ‘지출 우월주의’가 무너졌다
미국의 초당적 싱크탱크 중 하나인 애틀랜틱 카운슬은 최근 ‘미국 달러 지배력을 위한 전략’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주류 언론이 간과하는 지정학적 관점을 담고 있습니다.


가중되는 재정 적자 압박 속에서 미 행정부는 국방과 복지 등 현안에서 우선순위에 따라 지출을 늘리기보다 축소해야 하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구매력 평가를 기준으로 ‘천조국’(한해 국방 예산 1000조원 지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 인도 3국의 국방비 지출 합계에 추월당할 만큼 도전적 상황을 맞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수치상 여전히 압도적 우위를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물가 수준을 반영한 구매력평가환율(PPP) 기준으로 보면 이 우위는 착시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학자인 피터 로버트슨 서호주대 교수의 분석을 보면 2019년 각국 국방비 예산을 PPP 기준으로 환산할 때 미국은 7430억 달러로 중국과 러시아, 인도 3국(8400억 달러) 합계보다 낮았고 중국과 러시아 2국 지출 합계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국방비 지출 우월주의 흔들리는 미국 (단위=십억 달러) 자료=피터 로버트슨 서호주대 교수
미국의 압도적 국방력을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지출 우월주의’가 이미 흔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방산에 높은 인건비 대비 낮은 생산성 등 비효율성이 상당한 가운데 이미 달러 패권을 흔들기 시작한 적자 재정의 딜레마로 인해 기존 국방비 지출의 우월주의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특히 무기 생산 능력에서 미국은 조선업의 쇠락처럼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게 애틀랜틱 카운슬의 경고입니다.

저비용 무기로의 군사 기술 발전, 다른 경쟁국들의 낮은 무기 조달 비용과 더불어 조선업 등에서 미국의 상대적인 제조 역량 저하가 미국 군사력에 상당한 도전을 만든다는 것이죠.

“군사적 위상 상실, 제재 효과 떨어뜨리고 달러패권 쇠락 가속”
미국 구축함 USS 포레스트 셔먼호 모습 <사진=미 해군>
애틀랜틱 카운슬은 아래와 같이 국방력을 달러 지배력 이슈에 연결하며 동맹국과 연대가 중요하다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관점에서도 지속적인 달러 지배는 미국 이익에 반하는 행동 비용을 키우는 반대자들을 제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독자적으로 달러 지배를 주도할 능력이 감소할 것이다.

달러를 기축 통화로 유지하고 최대한의 이익을 얻으려면 미국과 일치하는 무역, 금융, 안보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와 네트워크에 더 많이 의존해야 한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공유된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발전하며, 상호 존중과 주고받는 환경에서만 번창할 것이다.


애틀랜틱 카운슬은 안보 영역에서 미국의 패권 약화가 중국과 다른 적대국이 무역과 금융 관계에서 도전을 초래하고 이는 달러 기축통화 지배력을 더 빠르게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미국의 힘을 보완하는 동맹 네트워크를 키워야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그리고 미국 경제에 부여된 엄청난 특권이 향후 지속될 수 있다”는 게 애틀랜틱 카운슬 분석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미국이 중국에 뒤처진다면 군사적 위상의 상실과 전 세계적인 영향력 감소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더 이상 글로벌 패권국이 아닌 미국은 과거처럼 글로벌 무역과 금융 흐름을 보호할 수 없게 되고, 개방 무역으로 혜택을 받은 자신과 다른 국가들에 피해를 줄 것이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경고는 현 트럼프 행정부의 딜레마와 정확히 닿아 있는 지점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제 정책 조언을 하는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적반하장으로 쇠락하는 미국의 방위력 우산 현실에는 눈을 감은 채 약달러를 유도하는 인위적 환율 조정, 100년 만기 채권 아이디어 등 동맹들에 부당한 희생을 강요하는 논리를 구성했습니다.


최근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강달러가 미국에 좋다”며 기존 자신의 보고서 논리와 다른 입장으로 선회했지만 불신을 키우는 오락가락 태도와 아마추어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웅크린 고슴도치 전략 깨고 고개 들어 판세 제대로 읽어야
요약하면 쇠락하는 미국 조선업을 우리 기업들이 돕는 것은 단지 양국 간 윈윈 가치를 넘어 정부 대 정부의 차원에서 한국이 미국의 달러 패권을 존속시켜주는 중대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간과하는, 그리고 동맹인 미국은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며 애써 이 중요한 전략 가치를 숨기려는 것이죠.
이런 불편한 진실을 최대한 감춰야 미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확대, 상호관세율 조정 협상 등에서 우리에게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선 피터 로버트슨 교수의 구매력평가환율 기준 연구처럼 미국은 국방비 ‘지출 우월주의’마저 빠르게 잃고 있습니다.

달러 패권을 구성하는 중요한 축이었던 국방비 지출 우월성의 쇠락은 달러 패권을 약화하는 가속페달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상호관세율 조정을 포함한 포괄적 무역 협상을 진행하는 우리 정부, 그리고 관련 기업들이 이런 맥락을 간파하고 포괄적 무역 협상부터 개별 사업 협력 논의에서 미국에 자신있는 목소리를 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막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웅크린 고슴도치 전략이 유용할 수 있지만 때로는 고개를 들고 판세를 보며 포효하는 당찬 모습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달 말 방한해 울산 소재 특수선 야드를 둘러보고 있는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붉은원). <사진=HD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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