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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시민들이 이탈리아 보수 정부가 밀라노 시의회에 동성 부모의 자녀 등록을 중단하자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로이터] |
이탈리아 헌법재판소가 여성 동성 커플이 해외에서 체외수정을 통해 출산한 경우, 양측 모두를 법적으로 부모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는 동성 부부의 양육권 확대를 제한하려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보수 정부 기조에 제동을 건 결정이다.
성소수자 인권 단체들은 이를 “좁지만 역사적인 승리”라고 평가했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결과에 대해 이탈리아 성소수자 권익 단체인 ‘아르치게이’는 “마침내 우리 헌법도 보다 포괄적이고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수용하게 됐다”며 환영했다.
이탈리아는 유럽연합 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보수적인 동성 커플 관련 법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2016년이 되어서야 동성 커플의 시민결합을 허용했는데, 이는 서유럽 국가 중 가장 늦은 조치였다.
당시 유럽인권재판소는 이탈리아가 동거 중인 동성 커플의 가족생활을 보호하지 않았다고 판결하며 법 개정을 압박한 바 있다.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덴마크 등 유럽 여러 국가에서는 동성 커플의 보조생식 시술이 허용된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제한적이다.
특히 멜로니 총리는 지난해 대리모 출산을 이용한 동성 커플의 부모 자격을 원천 봉쇄했다.
대리모 출산을 해외에서 이용하더라도 범죄로 간주된다.
이 법은 기존 국내 대리모 금지 조항의 영향을 국제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해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를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상품처럼 여기는 것이 사랑의 행위라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이탈리아는 대부분의 경우 동성 커플의 입양을 허용하지 않으며, 생물학적 부모가 아닌 파트너는 장기간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만 부모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멜로니 총리는 선거 기간 내내 “전통적 가족 가치”를 강조하며 동성 커플의 양육권 제한을 공언해왔다.
집권 이후에는 같은 성별의 부모 이름이 출생신고서에 함께 기재되는 것을 허용했던 지방정부들에 대한 단속에 나서, 많은 동성 부부들과 자녀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이 조치에는 이탈리아 국내외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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