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나한테 반기를 들어?”…트럼프, 하버드대 압박하려 유학생 ‘인질’

극단 조치에 한인 학생들 충격과 불안 극심
“유학생 볼모로 대학 압박하는 행정부 너무해”
“해외 인턴십 출국 앞두고 입국 거부될까 걱정”
“취업 됐는데 학생 비자 취소될까 전전긍긍”
노조 “대학측 가처분 소송으로 대응 준비중”
트럼프 MAGA 정책으로 ‘아메리칸 드림’ 사라져

지난달 17일 미국 메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대 교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학교 탄압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석한 학생들이 창립자 존 하버드 동상에 주변에 집결해있다.

[AFP=연합뉴스]

“유학생들 모두 멘붕입니다.

힘들게 하버드대학에 들어왔는데 쫒겨날까 너무 불안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2일(현지시간) 정부의 요구에 반기를 든 명문 하버드대를 상대로 외국인 학생 등록을 받지 못하도록 인증을 취소했다는 소식에 하버드대 재학 중인 한인 학생들은 충격과 불안감에 휩싸였다.


한인 학생들은 매일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구동성으로 앞으로 유학생 신분으로 계속 미국에 머물며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절규했다.


특히 외국인 학생 등록 취소라는 극단적인 조치에도 하버드대로부터 이메일 등을 통해 아무런 공식 설명을 받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분위기였다.

이들은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인터뷰도 모두 익명으로 응했다.

인터뷰를 고사하는 학생들도 다수 있었다.


하버드대 석사과정 1학년인 A씨는 “소식을 접한 유학생들이 모두 깜짝 놀랐고 당황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하버드대 유학생들은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tudent and Exchange Visitor Program·SEVP) 인증 문제가 일단락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국토안보부는 지난달 16일 하버드대에 서한을 보내 캠퍼스 내 외국인 학생들의 범죄행위와 폭력 행위 이력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을 4월 3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국토안보부는 4월 30일까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SEVP 인증 종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A 씨는 “유학생들은 국토안보부가 제시한 인증 취소 시한인 4월 30일이 지나서 모두들 안심하는 분위기였는데 갑작스러운 발표로 충격이 컸다”고 전했다.

이어 “너무 어이가 없다.

유학생을 볼모로 대학을 압박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가 아쉽다”고 토로했다.


A 씨는 “대학원생들로 구성된 하버드대 노조가 이날 이메일을 통해 학교 측이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취소하는 가처분 신청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혀 향후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가 없는 학부생들은 이 같은 공지 조차 받지 못했다.


하버드대 3학년에 재학 중인 B 씨는 “당장 여름방학 인턴십을 위해 미국 외 지역으로 출국을 해야하는데 자칫 입국이 거부될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푹 쉬었다.

“인턴 기회를 포기하면 4학년 졸업 후 취업에 불리하고, 막상 떠나자니 신분 자체가 위험해져서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달 15일 미국 메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대 교정을 학생들이 거닐고 있다.

[AFP=연합뉴스]

졸업 예정자들의 고민도 상당했다.

재학생은 우선 새학기가 시작하는 9월까지 상황을 지켜볼 시간이 있지만 이미 취업했거나 취업을 앞둔 졸업생들은 체류 신분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미국 유학생 가운데 많은 수는 대학 졸업 후 전문직 비자(H-1B)를 취득할 때까지 일정 기간 학생비자 신분으로 취업할 수 있는데, 이번 조치로 학생비자가 취소될 경우 미국 내 구직 및 취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음주 졸업식을 앞둔 4학년 재학생 C 씨는 “이미 취업이 결정된 유학생들 중 취업 비자를 아직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일은 할 수 있는지, 학생 비자가 취소되면 바로 출국해야하는 건지 등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면서 “조속히 유학생들의 신분이 안정되는 조치가 내려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버드대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증 취소 조치에 대해 법원 가처분 소송을 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하버드대 학생 신문인 하버드크림슨 역시 “대학은 소송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하버드대는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금 삭감 결정에 대해서도 소송으로 대응했다.


하버드대에서 언론 담당 제이슨 뉴턴 디렉터는 이날 성명에서 “공동체 구성원에게 지침과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의 포용성과 다양성에 대한 가치가 훼손되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선진국으로서 미국의 예측가능성과 일관성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트럼프 핵심 정책으로 인해 타격을 입고 결국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로버트 셔먼은 센추리재단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이번 조치는 학문 교류를 위축시키고 과학적, 역사적 연구에 중앙집권적 통제를 가하려는 악의적인 시도”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조치 이후 트럼프 행정부와 하버드 간 갈등이 더 격화되거나 다른 대학으로 확산될까 주목된다.

하버드대에 따르면 올해 기준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약 6800명이다.

이는 전체 학생의 약 2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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