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안전자선에 붙는 트럼프·이시바 ‘오럴 리스크 프리미엄’ [★★글로벌]

美日 국채 장기물 ‘동반’ 수요 하락
이례적 동조 만든 정상들 ‘말실수’
재정 안정 ‘시장 경고’ 무시도 동일
美 ‘크고 아름다운 법안’ 처리 복병
장기국채 큰손 日 생보사 수요도 뚝

똑똑한듯 바보인듯···美日경제 흔드는 트럼프·이시바 ‘오럴 리스크’ 지난 2월 7일 미국 백악관에서 환담을 나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AP 연합뉴스>
최근 연달아 가장 안전한 투자 자산인 미국과 일본 장기 국채 수요가 뚜렷하게 둔화하고 있다.


지난 1분기부터 시작된 트럼프 관세전쟁이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를 키우며 미 국채 수익률 급등을 가져온 데 이어 2분기에는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미일 양국의 확장적 예산 정책이 부채에 대한 공포를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의 견제 심리에 아랑곳하지 않는 양국 정상들의 정치적 발언과 행보가 국채 변동성을 확대한다는 평가다.

국채 수익률을 구성하는 ‘기간 프리미엄’ 일부에 양국 정상들의 ‘오럴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는 양상이다.


앞서 지난 21일 일본 채권시장에서 2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연 2.58%까지 상승하며 세계 최고 안전자산인 일본 국채 위상을 흔들었다.


하루 전 진행된 국채 입찰에서 수요 부진이 뚜렷하게 확인된 가운데 전날 “일본의 재정 상황은 그리스보다 나쁘다”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발언이 스노우볼 효과를 키웠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시장 관계자를 인용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적자 국채 증발 등 재정 확대에 대한 관측이 의식되기 쉬운 분위기 속에서 채권 투자에 대해 신중한 시각이 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일본 정부는 국가 및 지방의 기초재정수지 흑자 전환 시점 목표를 당초 2025회계연도에서 1년 더 늦출 계획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세계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진 데 따른 조치인데, 여기에는 복지 지출 추가 확대라는 이시바 정부의 욕심이 함께 반영돼 있다.

엄격한 재정 규율에 대한 시장 기대감을 허무는 이시바 정부의 느슨한 행보가 일본 국채에 대한 수요를 악화시키는 상승 작용을 할 것으로 염려된다.


그간 장기 국채의 큰손 고객이었던 일본 대형 생명보험사들에서 ‘수요 절벽’ 현상도 일본 국채에 대한 매력도를 떨어뜨릴 추가 요인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생보사들은 올해 시행되는 보유 자산 관련 규제를 상당 부분 해결한 상태로 신규 장기 국채를 매입할 부담이 줄었다.


해당 규제는 보험 계약 형태의 부채와 채권 자산 간 만기 격차를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 생보사들은 금리 수준에 관계 없이 초장기 채권을 대거 매입해 새 규제 눈높이를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예산안이 ‘크고 공포스러운’ 충격으로 투자자 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트럼프 1기의 감세안을 연장하는 이 법안으로 인해 향후 10년 동안 최소 3조달러(4200조원)의 부채가 연방정부 재정에 추가될 전망이다.


FT는 전문가 평가를 인용해 “재정 적자를 바라보는 시장의 집중이 커지면서 더 높은 국채 수익률이라는 편향성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반대하는 공화당 내 인사들을 향해 이른바 ‘F-워드’ 욕설까지 써가며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한몸이 된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공화·루이지애나)은 21일(현지시간) “이 비행기(법안)을 착륙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내부 반발을 제압하고 이번 주 내에 표결을 거쳐 하원 본회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다는 의욕이다.


현재 공화당은 미국 역사상 가장 근소한 차이((공화 220석 ·민주 213석·공석 2석) 로 하원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최소 6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현 법안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시장 경고를 무시하는 그의 일방통행에 디애틀랜틱 등 주요 언론은 2020년 재정 안전성을 무시하고 감세안을 추진했다가 최단기 사임 기록을 세운 영국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바보(moron) 리스크 프리미엄’이 미국 경제에도 붙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비단 트럼프 대통령 뿐 아니라 일본 경제를 그리스에 비유하는 엉뚱 화법으로 화를 자초한 이시바 총리까지 양국 모두에 ‘바보 프리미엄’이 추가되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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