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장기 국채금리가 사상 최고로 치솟고 있다.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정치권에서 소비세 감세 등 재정 확대를 요구하는 정당들의 지지율이 높아지고 '적자 국채'를 찍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다.
최근 일본 재정 상황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더 커지면서, 이것이 20년물 입찰을 통해 확인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일본 채권시장에서 2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연 2.58%까지 오르며 2000년 10월 이후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 재무성이 실시한 20년물 국채 입찰에서 투자자 수요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극도로 부진한 결과를 나타낸 것이 영향을 미쳤다.
더불어 이날 30년물 국채 수익률과 40년물 국채 수익률도 장중 한때각각 3.185%, 3.63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장기금리 기준이 되는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전날보다 한층 상승하며 장중 1.537%까지 올라 지난 3월 28일 이후 약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최근 쌀값 급등과 미국 관세 여파로 소비세 감세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야권 일각에서는 국채를 감세 재원으로 조달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난 19일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히며 "일본의 재정 상황은 그리스보다 나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250%를 넘고 인구 감소와 저출산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악화하는 대외 여건 속에 감세 목소리가 높아지는 데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고령화 등으로 사회복지와 관련한 지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부 세수는 줄어드는데 지출 요인이 늘어나면서 국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 관계자를 인용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적자 국채 증발 등 재정 확대에 대한 관측이 의식되기 쉬운 분위기 속에서 채권 투자에 대해 신중한 시각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초장기 채권에 대한 수급 불안이 의식되면서 장기 채권으로까지 매도세가 번졌는데, 전날 미국 국채 금리 상승도 일본 채권 시장에 한층 부담을 안긴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일 뉴욕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감세 정책으로 재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했다.
미국 채권 가격 하락은 일본 국채 매도세로 번졌다.
국가부채 증가로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방만 재정 경고음이 더 커진 셈이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은 "일본 정부는 채권 발행을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본 장기금리가 크게 높아지면 정부의 차입 비용은 더욱더 커지고, 이는 일본 재정 건전성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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