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신용등급 Aaa→Aa1 낮춰
14년전 S&P 신용강등 데자뷔
글로벌 증시 연쇄충격 가능성
안전자산 美국채 지위도 흔들
15분만에 금리 0.04%P 껑충
美 세수 늘리려 관세율 올릴땐
韓 등 대미무역 흑자국에 악재
‘제2 플라자합의’ 우려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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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 [AFP = 연합뉴스] |
16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 부채 확대를 이유로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자 시장에서는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투매)’로 이어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국가 부채 문제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무디스의 경고로 인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무디스는 세입 대비 지출이 늘어만가는 미국의 재정적자에 대해 해결이 어려울 만큼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무디스는 등급 조정 보고서에서 “역대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대규모 연간 재정적자와 증가하는 이자비용의 추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조치에 합의하는 데 실패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검토되는 재정 개편안으로는 의무적 지출과 재정 적자 규모가 다년간 실질적으로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연방정부의 개선 노력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재정적자는 지난 회계연도에 1조8300억달러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은 2023년 6%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6.4%로 늘어났다.
이번 회계연도 미국의 재정적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시 2조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현재 6%를 넘는 GDP 대비 적자 비율은 경기 침체나 세계 대전 시기를 제외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월가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미국 국채와 주식 시장 냉각으로 이어질까 우려했다.
이날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뉴욕 국채 시장이 문을 닫기까지 15분여 동안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0.04%포인트 급등하면서 4.484%로 올랐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불확실성과 맞물려 안전자산으로서 미국 국채의 지위마저 의심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 강등 조치가 미국 국채 가격의 추가 하락을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반 페인세스 타이그레스파이낸셜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이기 때문에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국채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며 “최근 주가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S&P가 2011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하자 당시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고 글로벌 주가가 하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큰 충격에 휩싸인 바 있다.
무디스의 조치는 더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통화, 조세 등 각종 경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된다.
특히 관세정책에 드라이브가 더 강하게 걸릴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교역국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해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국가 세수를 늘려 국가 부채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의 대표적 대미 무역 흑자국을 상대로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신용등급 강등을 빌미로 “미국 정부의 세수 확대에 필수인 상호관세율 인하는 불가능하다”며 맞설 수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무역적자를 줄이는 방안으로 미국 달러화 약세를 추진할 수 있다는 주장도 공공연하게 나온 상태다.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강달러에 따른 비용을 지적한 바 있으며 과거 ‘플라자 합의’와 유사하게 트럼프 행정부가 약달러를 만들기 위해 주요국들과 이른바 ‘마러라고 합의’를 맺을 가능성이 있다고 거론하기도 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정부의 낭비, 사기, 권력 남용을 근절하고, 우리 사회를 다시 질서 있게 만들기 위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을 통과시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초래한 난장판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무디스에 신뢰성이 있었다면 지난 4년간 재정적 재앙이 전개되는 동안 침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의 심각성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3대 신평사 중 가장 뒤늦은 등급 하향인 데다 앞서 무디스가 2023년 11월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하며 강등을 예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은 이날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조치에 대해 “이는 역사적인 사건이고 언론의 주목을 받겠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이 “뜬금 없다”는 반응도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NEC)의 수석 경제학자를 지낸 조지프 라보르냐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등급 수정 발표 시기가 “매우 이상하다”고 지적하며 무디스가 가정한 세수 전망이 너무 비관적인 가정 아래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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