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넘는 침대 왜 잘 팔리나” 물음에...“촌스럽지가 않잖아요” 당당한 이 남자

침대업계 2년 연속 매출 1위
안정호 시몬스 대표

제값 하는 제품이 프리미엄
시몬스는 매년 기준 높여와
국내 특급호텔 침대 휩쓸어

2030 젊은 인력이 회사 주축
신선한 브랜드 이미지 키워

안정호 시몬스 대표. 이승환기자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시몬스팩토리움 내 N32 플래그십 스토어. 단면을 잘라 ‘속을 내보인’ 매트리스가 눈길을 끈다.

매트리스 패딩 속 난연 솜, 그 아래 계란판 모양 엠보싱 폼, 몇 겹의 스펀지와 부직포로 쌓인 포켓 스프링까지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부분도 철저하게 기준을 지켜 만든다는 자신감이다.


안정호 시몬스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몇 번이고 디테일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월마트 ‘월킨백’이 에르메스 ‘버킨백’과 겉모습이 똑같아도 같은 제품이 아닌 것처럼 사소한 차이까지 소비자는 모두 인지한다”고 강조했다.


시몬스는 지난해 매출 3295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침대 업계 1위에 올랐다.

영업이익도 527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늘었다.

제품 출시 간담회 외에는 대외 노출을 꺼리는 안 대표와 마주 앉았다.

트레이드 마크인 안경을 안 쓴 채였다.

시선이 또렷했다.

다음은 안 대표와의 일문일답.
-2년 연속 침대업계 1위에 오른 소감은.
좋긴 한데 1등하려고 한 게 아니라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뒤에서 쫓아가는 게 마음은 더 편하다.

소비자가 믿고 좋아하는 브랜드가 되는 게 중요하다.


-시몬스 침대는 고가라는 인식이 있다.

왜 비싼가.
시몬스는 고가다(인기 모델인 뷰티레스트 지젤은 300만원부터, 최고가 모델인 뷰티레스트 블랙은 1000만원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가격에 맞는 가치를 갖는 제품을 만든다.

원재료나 공정, 제품 생산과 배송에서 우리는 매년 자체 기준을 올린다.

이 기준을 경신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

할 거 다 하고 제값을 받는 게 맞지 않나. 소비자가 인정해줘야 진짜 프리미엄이 된다.


-젊은 직원이 많은 회사로 유명한데.
전체 직원 중 80% 정도가 2030세대다.

40대 이상 직원보다 20대 직원이 더 많다.

지금 세대나 다음 세대 고객에게 잘 적응하려면 젊은 직원이 많아야 좋다.

요즘엔 젊은 사람에게 더 배울 게 많다.

“MZ잖아. 그럴 수 있지”라고 자주 얘기한다.


-이천 시몬스 테라스와 파머스마켓, 성수동 팝업까지 침대 업계에서는 하지 않던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는데.
2017년 축구장 10배 크기 팩토리움을 만드는 데 1000억원 이상 들었다.

수면연구센터와 물류동을 지었고, 만들 때부터 문화공간을 넣고 싶었다.

이천 주민들이 방문하도록 기획했는데 전국에서 찾는 ‘핫플’이 될 줄은 몰랐다.

이후 시몬스 150주년 팝업을 해보자고 해서 했고 성수동 팝업도 진행했다.


-바로 매출로 연결되지는 않을 텐데 왜 하나.
제일 싫어하는 게 촌스러운 거다.

‘우리는 이렇게 젊고, 힙해. 우리는 꼰대 아니야’ 이런 느낌을 주고 싶다.

매출과 바로 연결은 안 된다.

다만 소비자가 침대를 살 때 시몬스를 첫 번째로 떠올리면 성공한 거다.


-뷰티레스트 판매금 일부를 삼성서울병원에 기부하는 ‘착한 소비’ 등 ESG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도 화제가 됐다.


능력이 되는 한 사회공헌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기업이 돈을 어떻게 버는지 보이는 세상이다(시몬스는 2020년부터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에 누적 18억원을 기부했고, 이와 별도로 뷰티레스트 판매금 6억원을 전달했다).
-대표를 맡은 지 24년째다.

가업을 이을 생각이었나.
실장 시절까지 포함하면 27년째다.

미국 유학을 갔다와서 아버지(에이스침대 창업주인 고(故) 안유수 회장)가 “시몬스를 맡아서 해 볼래?” 하시길래 그러겠다고 했다.

1998년 실장으로 입사했는데, 위에 아무도 없었다.

오자마자 사장은 웃기지 않나(웃음).
-경영 준비가 안돼 있는 상태였을 텐데.
마케팅 센스는 좀 있었던 것 같다.

미국에 있을 때도 기발한 광고가 나오면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해 한국으로 보냈다.

볼링공을 침대에 떨어뜨리는 광고가 내 작품이다.

매출이 200억원이던 시절에 아버지를 설득해 50억원을 들여 방송 3사의 프라임타임 광고를 했다.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들었다.


-비건 매트리스 ‘N32’ 광고에 사람이 아닌 더미(실험용 마네킹)를 출연시켰는데.
광고가 너무 직설적이면 재미도 없고 효과도 없다.

광고는 눈이 가야 한다.

“저게 뭐지?” 이런 생각이 들면 뇌리에 박힌 거다.


-수면에 투자하는 트렌드가 이어질까.
물론이다.

인간이 여유가 생기면 건강이나 삶의 질에 투자한다.


-잘 주무시나. 특별한 수면 루틴이 있나.
가끔 깬다.

깨도 침대 탓은 안 한다(웃음). 모두 내 탓이다.

루틴이라면 암막 커튼을 치고 잔다.

제품을 써 보느라 매트리스를 자주 바꾸는 편인데 지금은 뷰티레스트 블랙 라벨 ‘브리짓’을 쓴다.


-가업승계를 고민하는 2세에게 어떤 조언을 하겠나.
나는 아버지보다 못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했다.

선대보단 잘해야 한다.

애들에게 (가업승계를 할 건지) 먼저 묻지 않을 거다.

안 하고 싶다고 하면 아예 안 시킬 생각이다.


-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형제가 같은 업을 하고 있다.


아버지는 괜히 같이 시킨 것 같다고 얘기하신 적이 있다.

일반적인 형제랑 같지 않을까. 이제는 나이가 먹어서 명절 때나 보는, 그런 정도다.

어릴 때야 (같은 일 하는 걸) 신경이 쓰였겠지만, 이제 10~20년 있으면 갈 수도 있는 나이인데(웃음).
안 대표는 인터뷰 중에 ‘디테일’이 살아 있는 곳이라며 한 식당을 추천했다.

“되게 익숙한지만 한 끗이 달랐다.

생선을 올린 국물에 비빔국수가 나왔는데 그런 식당은 처음 봤다”고 말하는 안 대표의 소년 같은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기자에게 내민 스마트폰 네이버 지도에는 서울 전역 식당 표시가 빼곡했다.

역시 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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